어! 파란색 수국이다…
산성 토양에 적응하기 위한 변신이래요
색을 바꾸는 식물들
한여름은 꽃이 저마다 아름다운 색을 뽐내는 계절이에요. 요즘 공원이나 수목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수국(水菊)'은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작은 꽃받침이 수십 송이 모여 풍성한 물결을 이루는 꽃입니다. 노랗고 빨간 작은 꽃이 오밀조밀 모여 손가락만 한 화려한 꽃을 만드는 '란타나'도 자주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수국이나 란타나는 저마다 색이 다른 것 같아요. 수국이 있는 곳을 따라 걷다 보면 꽃의 색이 어떤 것은 짙은 푸른색이고 어떤 것은 붉은 자주색이고 어떤 것은 흰색을 띠는 등 제각각이에요. 란타나는 어제까지 노란색이었던 꽃이 다음 날 빨간색으로 바뀌어 있는 일도 있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우선 수국이 저마다 색이 다른 이유는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수국이 가진 색소인 '안토시아닌' 계통의 '델피니딘'은 산성(산성도를 나타내는 pH가 7보다 작은 경우)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을 흡수해 파란색을 띠고, 염기성(pH가 7보다 큰 경우) 토양에서는 알루미늄 이온을 흡수하지 않아서 본래 색깔인 붉은색을 띠어요. 또 토양이 중성(pH=7)일 때는 흰색을 나타내지요.
보통 산성 토양에서 식물은 질소나 인산 등 양분을 흡수하는 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집니다. 또 알루미늄 이온 같은 금속 이온은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지요. 하지만 수국은 산성 토양에서 알루미늄 이온을 흡수한 뒤 이를 델피니딘과 합성해 전혀 다른 형태의 색소로 만든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금속 이온의 유해성을 억제하지요. 그 결과 수국은 다른 식물이 살기 힘든 산성 토양에서도 색을 바꾸는 화학 작용을 이용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살아남는 거예요.
란타나는 번식에 필요한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의 색을 바꿉니다. 란타나는 노란색 꽃을 피웠다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빨간색으로 변하는데요. 이는 란타나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총채벌레가 노란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아직 꽃가루받이가 이뤄지기 전에는 '카로티노이드' 계통의 색소를 이용해 총채벌레가 좋아하는 노란색 꽃을 피우고, 곤충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는 '안토시아닌'계의 색소를 합성해 노란꽃을 빨갛게 만들어 내쫓는 방식이지요.
꽃의 색을 바꾸며 살아가는 식물은 더 있어요. 수국과 같이 주변 토양 환경에 적응하는 식물로는 '자주달개비'가 있는데요. 자주달개비는 처음엔 보라색 꽃을 피우지만 땅속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는 하얀색 꽃으로 모습을 바꿔요. '사군자'도 처음엔 흰색 꽃을 피우지만 점차 새빨간 꽃으로 바뀌는데 꽃가루받이를 돕는 나방이 분홍색을, 나비가 빨간색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