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이 없이 네명의 아이와 한주를 보냈습니다. 하윤이는 다음주 들살이에 함께하기 위해 열심히 몸을 돌보고 있겠지요.
이번주에도 삶교과 시간은 요리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 먹고 싶은 음식을 매일 하나씩 만들어 먹었습니다. 김치볶음밥, 순살치킨밥, 잔치국수, 수제비, 비빔냉면입니다. 교사가 많이 도왔겠지 싶겠지만, 거의 모든 것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대단하지요. 2주간 아이들과 요리를 해보니, 자기들이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드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참 많은 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늘 순조롭지는 않습니다. 이번주에는 아이들 사이에 약간의 신경전이 있기는 했습니다. 서로 일을 적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더 많은 것을 하려는 신경전이지요^^.. "수제비는 내가 하자고 한 음식이잖아." "그래도 오늘, 반죽은 내가 맡기로 했잖아." 서로 밀가루 반죽을 더 오래 하겠다는 말다툼입니다.^^ 둘 다 교사가 편을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겠지만, 저는 그저 지켜보면서 기다렸지요. 잠시 뜨악한 시간이 있었지만, 말다툼이 커지지는 않습니다. 둘다 반죽그릇에서 손을 빼지 않고 대치하다가 금새 서로 바라보며 웃습니다.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번갈아서 합니다. 예쁘고 지혜로운 아이들입니다. 그제야 저는 반죽을 네등분해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각자 반죽을 해보도록 조절했습니다. "밀가루 반죽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좋아..." 네 아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주무른 덕분에 아주 쫄깃한 수제비가 되었습니다.
닭을 튀길때도, 국수나 냉면사리를 삶을때도 아이들은 직접 해보고 싶어합니다. 고학년일수록 이런 도전을 꼭 해보고 싶어하지요. 뜨거워서 위험합니다. 교사는 신경이 곤두서지만 아이들은 신나고 성취감이 큽니다. 면을 삶아 차가운 물에 깨끗이 씻고 한가닥씩 맛을 보면서 "와! 면발이 쫄깃쫄깃 살아있네" 합니다.^^ 양념도 꼭 자기들이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래야 뒷말이 없지요. 자기들이 만든 것이라면 언제나 "정말 맛있다"입니다.
3주째 주기집중 영어수업도 열심히 했습니다. 영어노래를 들으며 따라부르고, 알파벳 그림도 그리고, 이번주에 배운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도 익히고, 영어로된 짧은 이야기도 읽고... 목요일에는 6학년 진환이와 5학년 우영이가 4학년인 세욱이와 석환이에게 영어 알파벳을 읽는 법과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배우는 아이도 가르치는 아이도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5, 6학년인 진환이와 우영이는 영어사전으로 단어를 찾는 법도 스스로 배웠습니다.
화요일 오후, 손공예 시간에는 2주째 비누공예를 하고 있습니다. 완성품이 마음에 드는지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네요. 수요일 오후에는 기온이 28도까지 올라, 드디어 아이들이 기대하고 고대하던 대천천물놀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온몸을 시원한 물에 첨벙 담그고 잠수도하고 물고기도 잡고 마냥 신났습니다. 목요일 오후는 맨발동무도서관 책읽기 수업입니다. 이번주가 10회차로 마지막 수업이었습니다. 6월부터는 저와 함께 책읽기 수업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도서관 선생님께 아이들과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의논하고 책도 추천받기로 했습니다.
금요일에는 지난 2주간 점심식사를 직접 만드느라 고생한 아이들을 위해 오전 리듬활동을 마치고 함께 영화를 보았습니다. 수다방에 작은 극장을 만들어 과자 한봉지씩 끼고 앉아서 아이들이 추천한 "원피스 필름 레드"라는 애니메이션을 관람했습니다. 쉴새없이 화면이 바뀌고 노래가 나오고 시끄럽고... 저는 다 보고도 스토리를 잘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아이들은 두시간 가까운 시간동안 지루함없이 재미있게 보네요. 오후에는 석환이 생일잔치를 했습니다. 오늘(20일 토요일)이 석환이 생일이라, 하루 당겨서 잔치를 했습니다. 석환이가 세상에 와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음을 축복하고 기뻐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음주는 초등도 들살이를 가지요. 2박3일 짧은 기간이지만 캠핑을 하기로 해서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부모님들의 도움도 많이 받기로 했습니다. 초등끼리 보낸 2주가 훌쩍 지났습니다. 언제나 무엇이든 도움을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신 부모님들과 언제나 즐겁고 신날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 덕분에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요일 - 텃밭 돌보기, 주기집중 영어, 순살치밥 만들기, 손공예
수요일 - 주기집중 영어수업, 잔치국수만들기, 대천천 물놀이
목요일 - 주기집중 영어, 수제비만들기, 맨발동무도서관 책읽기수업
금요일 - 영화감상, 비빔냉면만들기, 석환이 생일잔치
첫댓글 초등은 초등아이들 나름대로 즐겁고 알차게 보내고 있군요. 스스로 먹거리를 만들어 먹을 줄 아는 우리 아이들… 그 경험이 모여 스스로 자립하는 삶이 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마음이 많이 쓰이는 두 주간이었을텐데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기다려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