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경제포커스
입력 : 23.08.15 18:15
최근, 출산 후 영아를 죽게 하여 냉장고에 보관했다느니, 암매장했다느니 하는 뉴스를 접한 바 있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있겠지만, 비정한 사람이라는 지탄은 피할 길 없다. 따라서 그에 따르는 대책으로는 일차적으로 어떠한 경우라도 자식을 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인명 중시의 책임감 교육이 필요하겠고, 국가적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지원과 환경 마련도 필요하다. 꼭 맞는 비유는 아닐지라도 콘크리트 양생과정도 마치 이와 유사하여 이번 기고에서는 그와 같은 내용에 대하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공업적 생산품인 콘크리트를 우리나라에서는 레미콘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의 경우는 살아있다는 의미로 ‘나마콘(生コン)’이라 부른다. 절대로 콘크리트가 살아 있을리 없지만, 생명체로 살아있는 것처럼 다루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살아있는 레미콘을 거푸집에 부어 넣어 건설물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되면 양육에 해당하는 양생이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의 경우는 자식이 영아로 태어나면 잘 먹여주고, 입혀주며, 교육시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양육을 시켜주게 된다. 탄생 못지않게 양육과정에서 부모의 관심은 중요하다. 즉, 영양가를 따져가며 잘 먹여주고, 유아원, 유치원을 거쳐 초·중·고·대학에 사교육까지 시켜가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면 사람의 양육에 해당하는 콘크리트의 양생은 어떠한가? 콘크리트는 수화반응으로 강도가 발휘되는 재료로서 기본적으로는 일정한 강도가 발휘될 때까지 절대로 마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추운 겨울 및 더운 여름철에는 얼어 죽거나 더워 죽지 않게 온도관리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또한 충분한 강도를 발휘하기 전에는 충격, 진동 및 과대 하중으로 조직변동 및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건설물 준공 후 유지관리 중에도 설계된 하중보다 큰 하중이 걸리지 않게 하고 자연환경에서 열화된 구조체는 일정한 주기마다 내구성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초기양생과정을 살펴보면 어떠한가? 자식을 양육하지 않고 버리는 비정한 부모처럼 우리나라의 건설공사 관계자는 비정한 사람이라고 할 만큼 부족함이 많다. 즉, 공기가 충분히 주어지는 토목공사와는 달리 공기가 빠듯한 아파트 공사는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부어 넣고 나면, 물을 주어 양생하는 공정은 생략된다. 안타깝게도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다음날 먹줄치고 상층부 공사를 진행 해야만 하는 현실이므로 자식에게 밥을 주는 것과 같은 물주기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직 물을 주어 양생하는 것은 상부층 콘크리트 타설 때 거푸집으로 물이 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유일한 살수 양생이다. 그렇다 보니 그림 1과같이 물속에서 28일간 양생하는 콘크리트의 압축강도 관리와는 매우 다른 결과치로 나타내게 된다.
작년 초 광주에서 붕괴된 아파트의 경우 표준양생 강도가 호칭강도(설계기준강도)에 2배 정도 발휘되었지만(믿기 어려운 값임), 실제 구조체는 설계기준강도에 60% 정도밖에 발휘되지 못한 이유가 양육에 해당하는 양생 부재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곳의 경우는 겨울철, 여름철에 온도를 고려한 양생도 충분하지 못한 것 같고, 충분히 강도가 발휘되기 이전에 동바리 등 거푸집 시스템을 제거한 점, 콘크리트 무게를 받아주지 못할 거푸집 시스템으로 무단 변경 등 총체적으로 양생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자식을 양육하지 않고 버린 부모를 비정한 사람이라고 한다. 살아있는 콘크리트를 제대로 양생하지 않고 내팽개친 건설인 또한 비정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그렇게 서두를 수밖에 없는 건설주의 공사 기간 설정이나, 양생 관리 부재를 모른 체하는 국가의 담당 기관도 비정한 사람의 동조자일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의 대책으로는 공기를 적정하게 부여한 다음 규정에 맞게 철저히 양생을 실행토록 강제하거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설계한 강도를 높여 주어(일 예로 설계기준강도가 30.0 MPa의 레미콘이라면 33.0 혹은 35.0 MPa의 레미콘 호칭강도로 주문토록 하는 것) 구조체가 확실하게 설계기준 강도를 발휘하도록 해 주어야만 한다.
한천구 청주대 건축공학과 석좌교수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3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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