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는대로 남광주시장과 농산물시장을 둘러봤다
사람들은 얼마나 분주하고 시끄럽고 바쁘게 살아가는지
그 분주하고 시끄럽고 바쁜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
생각해보면 나는 너무나 조용히 내 안의 감각을 들여다보면서 살아왔다
옥수수, 황실이, 낙지, 감자, 상추, 배추 이런 소박하고 착한 것들
그러나 정직하고 담박한 먹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와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오늘은 그랬다
이번 주 부족한 잠을 채우느라 몸이 그렇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태풍이 올라오는 저녁
경기도 어느 도시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발표해달라는 청을
거절하느라 하루가 꼬박 걸렸다
별 걸 아니라 생각하면 하루 다녀올 법도 한데
이제 이래저래 할 일들의 갈래를 잡고 에너지를 분산시키지 않아야 한다
저녁 먹고 홀로 거실에 앉아 세 종의 위스키를 아주 조금씩 맛보았다
감각을 세우고 모으는 데는 위스키만한 물건이 없다
블렌디드위스키 두 종은 발렌타인과 조니워커인데 조니워커가 좀 낫다
발렌타인은 흔한 맛이고 조니워커는 그나마 발렌타인에 비해 요오드향이 있어 개성이 다소 보이는데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은 한 증류소에서 오롯이 병입한 싱글몰트위스키다
스코틀랜드 서쪽 아일라섬에서 나는 8종의 위스키 중에 5종을 맛봤는데
가장 센 놈은 아드백이고 그 다음 라프로익과 라가불린이다
보모어와 쿨일라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그 중 지금 집에 있는 쿨일라는 역시 앞서 먹은 블렌디드위스키에 비해 단순하면서
요오드와 스모키향이 개성있다
아마 살아가는 일은 블렌디드위스키에 가까운 터라
조금씩 섞여야 할 터이지만
한정된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일은
단연 싱글몰트위스키처럼 개성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가장 센 아드백을 기중 좋아한다
혓바닥이 얼얼하고 코가 뻥 뚫리는 명쾌함이 있고 타는 듯이 목구멍과 위장으로 들어가
한동안 속이 뜨거워지는 그 긴 뒤끝이 좋다
근데 아드백이 있으면 다른 것은 무용지물이라
약한 것들을 먼저 비우고 아드백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태풍이 올라오는 저녁
몇자 끄적이는 동안 약간의 취기가 습기속으로 사라졌다
첫댓글 사람 사는 일이 위스키 익어 가는것 처럼만 하면 좋겠네......조용히 내 안의 감각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그 감각을 필요한 만큼 드러내 보일 수 있는거 아니겠나.....장마 뒤엔 혹서기네 삼복지절에 건강 유의 하시게나......형님 방학 하심 한번 우리가 모시세....!
맞는 말씀이네 위스키처럼 정수를 짜서 시간속에 향기를 담는 삶!
학교 일로 부산에 며칠 출장나와 있네
형님 방학하면 곧 보세 돌쇠네집 황실이탕도 좋데
애쓰시네.....
박교수가 위스키 전문가가 되어 버린줄 이제야 알았네. 발렌타이만 전문가인줄 알았는데^^. 대학은 방학했제? 학기말이라 바쁘구만. 난 지금 고난의 행군이네...그 때 광주에서 술 좀 마신뒤로 집에 와보니 허리가 더욱 좋지 않아서 흑석동 4거리에 있는 경희신경외과에 프롤로(인대강화)치료 좀 받으러 갔는데(MRI자료도 보여줌) 디스크 시술 받으라는 권유를 받고(30분시술, 당일퇴원) 혹해서 받았는데(6.19일 시술,1일 입원) 기대와 달리 쉽게 좋아지지 않고 통증이 계속되어 약만 먹고 있으이..
장시간 비행기 타는 걱정으로 얼른 해 버렸는데...잘 한 건지. 지금도 고민거리네. 일정부분 좋아진 곳도 있는데...800만원 들었는데...신경쓰이
보험으로 700만원 정도 보전 받기는 했네만...방학 때 여행 가는 것도 걱정이구. 열심히 마음다스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극복하고 있네. 수술은 쉽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무릎, 어께, 허리...성한 곳이 없는것 같으이...건강 관리들 잘 하시게들^^
아이고 형님 고생이 많소. 대학 일로 부산 해운대에 와있습니다 업무와는 별도로 바다를 보고 아침 저녁 산책 할 수 있다는게 좋긴 하지요 업무 틈틈이 러시아 과학자 류비셰프를 읽고 있어요 인생에서 공평한 건 시간인데 사람마다 시간을 쓰는 것은 다르다는게 역시 인생의 묘미 같아요
물리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 같으나...문학적, 인생적 시간은 다르다고 보네. 만족한 시간 보내게나.
시간의 문제는 결국 현재와 현재 이후로 귀착되지요 지난 시간은 영광이든 아쉬움이든 돌아올 수 없으니까요
힘내시고 쾌차해서 멋진 퍼포먼스 또 보여주세요~~
기분좋은 시간들 보내시고 있으시구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네만...스트레칭과 운동으로 고처보려고 했는데...부산나들이 좋아보니에. 즐거운 방학 보내시게나^^
그래요 형님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