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창작3과(이승하 교실) 동인지발간기념 및 문학 야외수업 사진
간이역 /이 인
철로는 이곳을 스쳐가고 떠도는 바람만이 모여들었다 썰렁한 공원 긴 벤치의 그림자처럼 흘러가거나, 닿을 수 없는 것들만 머물다가 사라진다 하루를 천년같이 살던 적도 있었다 진액을 빨아먹고 나를 뱉어버린 운명은 구두밑창에 껌처럼 붙어있다 열차의 뒤꽁무니만 바라보다가 늙어가는 오늘을 망각해 간다 금맥을 찾아 떠돌던 그 세월처럼 이곳도 오래 머물 곳이 아님을 예감으로 알고 있다 또다시 새로운 길을 펼쳐들고 긴 여정에 올라야 한다 마음의 차창밖에 걸어두었던 풍경이 낡아간다
가을 나무 / 조영갑
노란 햇살에 감사기도 드린 나무들 산들 바람에 황금 잎 물들이고 따끈한 빛살에 열매 익히며 출렁이는 아픔을 참고 기다리며 키워온 사랑의 결실 찬 서리에 지친 알몸 되어 숨어 우는 이별도 바람에 실려 온 외로움에서도 웃으며 열매를 주고 낙 옆을 뿌린 것은 또 다른 우리들 모습인 것을
당신과 나 / 권혁춘
가랑비에 옷 젖듯 당신의 온화함에 스며들고 싶어요 마른 땅에 빗물 스며들 듯 당신의 너그러움에 물들고 싶어요 언제나 커다란 고목으로 비 바람 막아주고 그늘 되어 시원함 주는 자비로움에 젖어 버린 바보 하늘 닮은 강물처럼 유유히 모두를 끌어안은 커다란 당신 석양에 물든 노을처럼 두손 함께해요
목련 /구지평
목덜미가 흰 여인과 연애 한번 했으면 좋겠다 集魚燈으로 모은 하얀 미소를 한바탕 터트릴 줄 아는 어둑발 속에도 우윳빛으로 투명한 밤이 되면 꽃잎마다 달을 품는 목련화 설레는 가슴으로 아지랑이 아롱거리는 사랑 고백을 듣고 싶다 환한 얼굴 가슴 활짝 열고 봄꽃들이 천진난만한 언덕위에서 생명의 노래를 부르는 그대가 아름답다 봄은 꽃과 사람이 흐드러지게 피어 대놓고 정분이 나는 바야흐로 연애의 계절이다
안개속에서 /김영곤
새벽 문을 열고 이슬 속으로 달리는 사람은 안다 안개는 새벽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멀찍이 있을 땐 내 앞길 방해하려는 담벼락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더 가까이 마음 부빌수록 이토록 순결하고 맑은 영혼 또 어디 있을까 새 아침햇살을 맡아본 사람은 금방 안다 밤새도록 머리 빗겨준 안개의 향기를 산도 씻기고 들녘도 쓸어내고 어제의 얼룩과 찌든 일상은 이미 빨랫줄에 널었고 새벽손님에겐 활력을 만땅으로 채워준다 안개처럼 언젠간 사라질 인생 아닌가 오늘도 새벽 안개를 품고 후회없이
노부부 /하택례
노오란 세월 속 다정한 오리가 은빛 무지개 그린다 삶의 무게는 사랑의 향기 되어 고운별로 누만년 반짝이겠지 기다림도 기쁨이었고 날마다 안겨준 안개꽃 행복 그대는 따뜻한 한쪽 갈비뼈.
더치페이 / 양영랑
옛날에는 오목한 솥뚜껑에 빈대떡 부치고 요즘엔 볼록한 솥뚜껑에 삼겹살을 굽는다 담겨 지글거릴 오목함이 없으니 볼록함의 경사로 솥뚜껑을 벗어나 앞치마에 또르르 구르는 기름들 오늘 회식은 각자부담이다
때로 그립기도 한 / 채인숙
많은 사람 길 메우고 또한 사라져가도 너의 보석 밤하늘 별빛으로 박힌다 향하는 바 울림 선명토록 버티고 또 버티어 어루만지는 이 없이도, 혼자 옷 길 스칠 때 울먹이는 소리 듣지 못 했니 돌아서는 모퉁이 아쉬운 옷깃 스쳤니 미소 안에 쓴웃음 알기나 한 거니 불꽃놀이 밤하늘 적시고 이슬 맺힌 눈물로 달빛아래 고백 달이 땅을 굴러 호수에 빠진다 한들 나라고 생각이라도 하겠니, 보고픈 사람아! 때론 속절없는 소낙비와 천둥 대신하고 맨 얼굴에 태양을 띄운다 해도 날아가는 새가 구름으로 돌아가는 눈가에 잠자리 같은 나의 짝 사랑
가을여름 사이 / 양사강
너도밤나무 마른 잎 튀어 오른다, 빗방울에 밟혀. 이 비 그치면 몸 데워줄 불꽃 춤 꿈을 꾼다. 날개 찢긴 말매미 한 마리 초록 피 숨을 멈춘다. 척추엔 가을여름이 숨어살다 날아간다. 저녁 햇살 오르가즘 오른다. 붉은 혓바닥은 겨드랑일 핥고 있다. 홀로는 탈 수 없는 시이소 단풍놀이 한없이 높이 올랐다, 한없이 낮아지는 무릎 다 태우는 불꽃 춤. 푸른 머릴 감고 있는 골목길 술래야. 붉고 푸른 엽서 날린다. 가을여름 사이에 빠진 무릎 앞에.
나비처럼 / 류정호
목탁소리 졸음에 겨워 뜰 앞 불두화도 실눈을 뜬다 촛불 아래 빙그레 미소 짓는 얼굴 여닫이에 빙그레 햇살 비치면 내 마음도 문을 연다 눈부신 하루가 나비처럼 펼쳐진다 *
가을 강 / 이용주
햇살이 내리는 언덕에서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 가을 추수밭에 속살을 드러내는 중이다 수채화 물감을 지워가며 코스모스 길을 내기 위함이다 안개비에 젖은 벼이삭이 먼저라고 으스댄다 해바라기 키가 자라고 저만치 가을이 오고 있는 중이다 나는 세상이 좋아져 하늘을 그려내고 길이 갈라지는 도착지 없는 가을 강에 나를 묻고 있다
*2014년 서울시 지하철 승강안전 시 공모 당선작
작은 창문 속 작은 거울 속 / 김연선
새가 있어요 새가 날아가네요 날아가네요 경계 없는 하늘 길 씨잉씨잉 날개저어 가네요 가네요 춤추며 가네요 신명나게 춤추며 누굴 찾아 가나요 작은 창문 속 작은 거울 속 부끄러운 이름 하나 새가 됐어요
마지막 전철 / 김권곤
하루 끝자락이 허물어가고 첫사랑의 사연 싸두었던 마음 보자기 풀어가며 마시는 술이 싱겁다 분위기에 취한 시간은 어찌나 빠르게 흐르던지 뿌려 놓은 얘기를 거두어 담지 못한 채 일어서고 있다 마지막 전철을 타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참새처럼 조잘대며 떠드는 시끄러운 질서가 시작된다 꾸뻑꾸뻑 졸다 깨다가 두세 역을 지나쳐 내리면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어 잠시 도시의 미아가 된다
바퀴벌레, 그녀의 알 품기 / 김연화
그랬다. 잠자는 돌 하나 딸랑 손에 쥐고 이사 온 그녀는 살구 빛 반짝이는 몸을 자랑하며 당돌한 팔짱을 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노오란 카드의 비밀번호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길고 긴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굳게 닫힌 철문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을 그녀는 온 몸으로 받고 있었다. 나는 그 언젠가, 그녀가 나이 오십에 맑은 아들을 둔 어느 시인의 시집 갈피 속에서 콘돔을 꺼내는 걸 보았다. 내 몸에 꼭 맞는 유리알을 낳고 싶다. 푸른 유리알을 가득 품은 바퀴벌레, 그녀가 내 몸 안에 무사히 들어오길 밤마다 밤마다 기다렸다. 자궁 속, 벌집보다 앵앵거리며 반짝이는 유리알을 가득 품고 햇빛이 잠에서 깨어나면 탐스런 꽃씨를 심고 물을 주어 그래서 살진 살구열매 하나 맺고 싶다.
다음 카페의 ie10 이하 브라우저 지원이 종료됩니다. 원활한 카페 이용을 위해 사용 중인 브라우저를 업데이트 해주세요.
다시보지않기
Daum
|
카페
|
테이블
|
메일
|
즐겨찾는 카페
로그인
카페앱 설치
https://cafe.daum.net/ikwa
♣ 인사말
|
▶ 알림ㆍ공지
|
▦ 강의시간표
|
☞ 오시는 길(약도)
|
▣ 사진갤러리
검색
카페정보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골드 (공개)
카페지기
부재중
회원수
680
방문수
30
카페앱수
5
카페 가입하기
카페 전체 메뉴
▲
검색
카페 게시글
목록
이전글
다음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 사진갤러리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시창작3과(이승하 교실) 동인지발간기념 및 문학 야외수업 사진
이용주
추천 0
조회 289
14.09.15 13:39
댓글
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
다음검색
저작자 표시
컨텐츠변경
비영리
댓글
0
추천해요
0
스크랩
0
댓글
검색 옵션 선택상자
댓글내용
선택됨
옵션 더 보기
댓글내용
댓글 작성자
검색하기
연관검색어
환
율
환
자
환
기
재로딩
최신목록
사진올리기
수정
삭제
스팸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