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공부. 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사랑했기 때문에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어.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둘 다 잡지 못할 것이다”라며 걱정했지. 하지만 나는 그 말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나는 당당하게 해냈어. 내 이름은 김현. 지금부터 내 얘기를 들어볼래?
축구소년, 서울대를 꿈꾸다
경희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 서울대학교 축구부 형들과 연습경기를 할 기회가 있었지. 그저 동아리 수준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뛰었는데, 그 팀에 잘하는 형이 한 명 있었던 거야. 나중에 그 형이 부천SK에서 프로축구 선수로 뛰었던 김인우라는 사람인 걸 알게 됐지. 순간 그 형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어. 축구선수를 하면서 저런 인생을 살 수도 있구나…, 나도 저 형과 함께 뛸 수 있을까?
그리고 2학년이 끝나갈 때, 큰 결심을 하게 됐어. 남들처럼 특기생으로 대학교에 가는 게 아니라, 시험을 봐서 당당히 대학교에 들어가기로 한 거야. 그것도 공부하는 학생들도 가기 어렵다는 서울대학교를!
내가 이런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전부터 나를 도와준 우리 부모님과 변일우 감독님이 있었기 때문이야. 부모님은 내가 선수생활을 시작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어. 그래서 주말에 집에 돌아가면 책을 붙들었지. 학원에 갈 시간이 없으니까 목사인 아버지와 대학생인 누나가 직접 과외를 해줬어. 자기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고마워.
변 감독님은 오히려 먼저 날 도와주셨어. 감독님은 평소에도 “고등학교 선수 200명이 있으면 그 중 프로 선수는 한 명 나올까 말까”라며 축구선수를 그만뒀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 학교에서 수업을 모두 들을 수 있게 해주신 건 기본이었지. 감독님은 “책을 많이 읽고, 부모님과 선생님께 잘해 드려라”며 우리가 단순히 공만 차는 기계가 아닌 인격을 갖춘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셨어.
아쉬운 순간이 없었던 건 아냐. 수능을 2개월 정도 앞두고 고등리그 왕중왕전이 경남 창원에서 열렸어. 고등학교 시절 참가하는 마지막 전국대회였기에 꼭 나가고 싶었지만, 감독님은 수능 준비를 하라며 날 명단에서 제외시키셨지. 내가 없어서였을까. 우리 팀은 8강에서 아깝게 탈락했어. 나중에 감독님께서는 “그때 네가 있었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하셨지.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 대회를 포기했지만, 대신 나는 오랜 노력의 빛을 보게 됐어.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2011년 신입생으로 당당히 합격한 거야. 12.5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입학사정관제 특별전형에 지원해서 합격의 영광을 안은 거지. 과거 강신우(서울대 감독), 황보관(FC서울 감독), 이용수(KBS 해설위원) 등 선배님들이 ‘동일계 진학 가산점’ 제도로 합격한 이후 현역 축구선수가 서울대 문턱을 넘은 일은 흔치 않은 걸로 알고 있어.
노력으로 편견을 이겨내다
이런 내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운동부? 원래 교실 뒤에서 잠만 자는 애들 아닌가?”, “이름만 걸쳐놓은 후보선수였겠지. 축구가 안 되니까 공부로 전향한 것 아니겠어?”
그러나 그건 모두 오해야. 나는 끊임없는 노력과 집중력으로 편견을 이겨냈지. 팀 훈련이 끝나고 저녁 시간이 되면 개인 훈련대신 야간 자율학습을 들어갔어. 남들 훈련하는 시간에 공부하는 거니까 시간 낭비 없이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지. 공부 때문에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잖아.
선생님들도 이런 나를 기특하게 여기셨나봐. 훈련이 끝나고 자율학습 시간 도중 교실에 들어가면 학습 분위기를 방해한다고 혼내기보다는 반갑게 맞이해주셨어. 선생님들은 교실 안에서 나를 남들과 똑같은 학생으로 대해주셨지.
그렇다고 축구를 소홀히 한 건 아니야. 3학년이던 지난 시즌에는 고교 주말리그 16경기 중에 14경기에 출전했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서 골도 여섯 골이나 넣었어. 내 활약 때문이었을까? 우리 경희고는 서울북부리그에서 2위를 기록, 왕중왕전에 나설 수 있었지.
축구랑 공부, 두 가지를 다 하느라 힘들었을 것 같다고? 당연히 힘들었지. 주중에는 학교에서 두 가지를 병행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부족한 공부를 하느라 놀 시간도 별로 없었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만 없이 할 수 있었어.
내 꿈? K-리거와 FIFA 회장!
다른 대학 새내기들처럼 난 지금 고민이 너무 많아. 악기도 배우고 싶고, 연애도 해보고 싶어. 기숙사에 들어가려면 학점관리도 신경 써야겠지. 그런데 이 학교 학생들은 공부도 왜 이렇게 잘하는지…. 입학 전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영어시험을 봤는데 점수가 하위권으로 나와서 충격을 먹었어. 솔직히 모의고사나 수능에서 영어는 자신 있었는데…. 사실, 나도 지금의 내가 나중에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될 것인지 잘 모르겠어. 축구선수가 될 수도 있지만, 체육 선생님 같은 다른 진로를 택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내 목표가 흔들리는 건 아냐. 축구선수로서 K-리그에 진출하는 게 우선 목표야. 그 다음에는 K-리그에서 선수로서 명성을 쌓아서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 그래야 두 번째 꿈인 축구행정가에 더 쉽게 다가설 수 있거든. 홍명보, 김주성 선수처럼 은퇴 후 명성과 영향력을 동시에 가진 축구계 인사가 돼서 사회 공헌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거야. 후배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그리고 마지막 목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하는 건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되는 거야! 축구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잖아. 그런 자리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 공헌이 뭔지를 보여주고 싶어.
이런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와 축구 둘 다 열심히 해야겠지. 지금까지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일단은 서울대 축구부에서 주목받는 선수가 되고 싶어. 서울대가 지난 시즌 U리그에서 선문대를 이기며 모두를 놀라게 했지. 올해는 더 크게 놀랄 준비를 해야 할 거야. 두고 보라고. 4년 뒤에는 지금 날 인터뷰하고 있는 이 기자아저씨가 ‘K-리거가 된 서울대 축구선수’라는 주제로 또 인터뷰 하러 오게 만들 거니까!
유소년기에는 책임감이 제일 중요 할 것입니다. 공부도 열심히, 제일 하고 싶은 축구도 열심히....자신이 할수 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있으면 성공보다는 후회없는 나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항상 웃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사랑을 많이 하세요....유소년을 사랑하듯이....
첫댓글 운동도 열심히 공부도 열심히.한가지도 소홀히 하지 말자!!
유소년기에는 책임감이 제일 중요 할 것입니다.
공부도 열심히, 제일 하고 싶은 축구도 열심히....자신이 할수 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있으면 성공보다는 후회없는 나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항상 웃는 모습 그대로... 그리고 사랑을 많이 하세요....유소년을 사랑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