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중 긴 김무생 씨 오래 못 살아…단편적 해석으론 한계
“고객은 예언자적 권위를 바탕으로 한 역술인에게 의존하게 마련이다. 이 상황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건드리면 고객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잘될 것’이라는 일종의 암시효과도 거둘 수 있다. 약간 모호한 불안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정신과 의사 역할과 비슷한 측면도 있다.”
‘주간동아’는 2010년 12월 28, 29일 역술인 백운산(69), 오재학(49) 씨를 만나 ‘신바람 신묘년’에 대한 기대를 들었다. 백씨는 43년간 역학을 연구한 전문역술인으로 현재 한국역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오재학역술연구원 원장인 오씨는 1988년 원혜준 양 유괴사건 범인을 녹음된 음성만으로 맞혀 화제가 된 인물로,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부터 주로 대한민국 국운과 정치인, 기업 총수 등의 운세를 봐왔다. 차이점은 백 회장은 역학의 한길을 걷고, 오 원장은 어렸을 적 신내림을 받은 뒤 관상과 사주를 함께 공부했다는 점.
“사람은 짐승과 달리 더불어 사는 존재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적성에 맞으면 인간관계도 더 열심히 쌓게 되고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역학과 관상, 신점이 아무리 정확하다고 해도, 마음을 바로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예상과 달리’ 오 원장은 신묘년 신바람 인생을 즐기려면 마음가짐부터 다잡으라고 강조했다.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는 ‘마의상서’(송나라 초기 마의도사라는 사람이 쓴 관상서)가 떠오르는 대목.
“당연히 ‘마의상서’ ‘유장상서’(명나라 때 영락황제의 왕사였던 유장 선생이 저술한 관상서) 같은 책으로 공부했죠. 스승(박수무당)의 가르침과 독학으로 40년을 공부하다 보니 이제는 얼굴만 봐도 느낌이 와요. 코가 잘생겨야 부자고 인중이 길어야 오래 산다지만, 탤런트 김무생 씨는 인중이 긴데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죠(김씨는 2005년 63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책에 나오는 단편적인 것은 하나의 참고사항일 뿐이죠. 마음이 아름다우면 관상도 좋게 되고 인생도 풀립니다.”
다분히 원론적인 얘기라는 표정을 짓자 오 원장의 말이 빨라졌다. 오 원장은 관상은 기색(氣色·마음의 작용으로 얼굴에 드러나는 빛, 특히 눈빛), 목소리, 신체 전체 모습, 얼굴색 등과 사주, 그리고 고객을 봤을 때 연상되는 느낌(일종의 통찰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동지부터 다음 해 입춘까지는 신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연중 가장 몰리는 시기. 그는 요즘 고객의 고민은 △부부·이성 문제 △건강·질병 문제 △자녀의 입시·취직·결혼 문제 △승진과 이직, 사업 등 돈과 관련된 문제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장모, 궁합 볼 때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사위 재복’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언제쯤 부자 될까’입니다. 노력만으로 된다면 좋지만,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고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부를 거머쥐는 사람이 있죠. 부는 사람이 태어날 때 상당 부분 정해집니다만 노력 여하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죠. 노숙인이 노력하면 노숙을 벗어나는 정도이지 재벌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하루 1000명 이상 태어나는 우리나라에서 사주가 같은 사람은 최소 수십 명에 이른다. 오 원장은 “역학대로라면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은 모두 같은 운명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역학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백 회장 역시 최근 입시철인 만큼 자녀의 대학 진학을 상담하는 고객이 가장 많고, 신년 사업운과 고부갈등, 직장 문제로 고민하는 고객 순이라고 한다.
“40년 전에는 ‘언제쯤 잘살까’라는 질문이 압도적이었다면, 요즘은 자식 걱정과 건강 문제로 고민하는 분이 많아졌어요.”
자식 문제 중 대표적으로 묻는 질문은 궁합(宮合·혼인할 남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춰 보면서 부부 사이의 좋고 나쁨을 알아보는 점). 요즘은 주로 혼인 상대의 재복(財福)을 묻지만 재복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오 원장은 단언한다.
“특정 띠끼리 원진살(怨嗔殺)이 있다는 식의 설명은 옛날 방식입니다. 대한민국 사람 절반은 궁합이 맞지 않아도 잘 살아요. 궁합이 나빠도 자기들끼리 좋으면 결혼하는 거죠. 저는 상대의 됨됨이를 묻고 둘 사이의 인연성(因緣性)을 중심으로 설명해줘요. 역학으로도, 신점으로도 보이거든요.”
그는 최근 모 개그맨을 사위로 맞기로 한 예비 장모가 상담을 왔을 때도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사위의 재복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예비 사위의 인간성과 딸과의 인연이 좋게 나와 결혼시켜도 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잘되는 점집은 좋은 얘기만 한다’는 속설은 어떨까. 백 회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대부분의 고객은 일이 안 되니까 역술인을 찾는데, 그분들에게 지나치게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실망과 절망만 안겨드리죠. 가능하면 나쁜 말은 피하고, 조금 (운세가) 나쁘더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고 권합니다. 그래야 흥이 나서 열심히 생활하죠. 결국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반면 오 원장은 “‘좋은 얘기만 해줘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안 좋은 건 약간 나쁘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할 뿐 정확하게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소 잘 아는 분이 ‘오 원장 신수 좀 봐줘’ 하시기에 ‘내년에 돌아가실 운명’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렸죠. 당시엔 막 화를 내셨는데, 다음 해 축구 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오 원장은 종종 고부갈등이나 부자갈등 때문에 역술원을 찾는 고객에게는 안타깝지만 별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부자 관계는 천륜인데, 역학적으로 상담이 있을 수 없죠. 고부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시어머니에게는 ‘옛날 시집살이 복수하십니까’ 하고, 며느리에겐 ‘시어머니 얼마나 사시겠어요? 마음을 넓게 가져요’라고 하면서 각자 풀라고 합니다.”
북한 내부 불만 고조…통일 움직임 급물살 탈 듯
더 나은 해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인지 연말연시에는 길거리 점집도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2010년 11월 13일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수한다고 크레인으로 들어 옮기는 장면을 봤는데, 그날 꿈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는 ‘예지몽’을 종종 꿉니다. 다음 날 한 모임에 참석해 ‘포탄이 오갈 것 같다’고 예언했는데, 곧이어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성물(聖物)인데, 간단한 제사도 없이 그냥 크레인으로 들어버린 게 화근이었다고 봐요.”
그렇다고 신묘년 대한민국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북한과의 전면전은 없으며, 오히려 북한 내부 변화를 통해 통일이 가까이 오는 한 해가 된다는 예언이 이어졌다.
“신묘년에는 김정일·정은 부자 세력에 대한 북한 내부 불만이 크게 일어날 거예요. 이 와중에 자칫 부자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후 북한 집단지도체제 핵심은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조명록이었는데 운이….”(조명록 전 군 총정치국장은 2010년 11월 6일 사망했다)
그는 2011년은 남북이 종전선언을 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남북은 이후 7~10년간 경제협력을 지속한 뒤 통일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1년 국내 건설경기는 전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백 회장 역시 신묘년은 2010년 경인년 같은 대형 사건사고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는 오행 중 목(木)을 쓰는 사람이 많아요. 신묘년은 금(金)의 해인데, 금이 나무를 치면 약간 흠집이 날 정도지 큰 해는 없습니다. 남북관계나 국운은 잘 풀립니다만 여름철 홍수 피해가 예상됩니다. 2010년에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등 대형 사건이 많았던 것은 경인년이 ‘칼의 해’여서 그렇습니다. 60년 전 6·25전쟁도 경인년에 발발했죠. 하지만 (1984년 이후부터) 하원갑자(下元甲子) 시대가 되면서 혁명이나 큰 전쟁이 벌어지는 시기는 지났어요.”
인터뷰 끝 무렵, 이들에게 ‘예언이 빗나갔다’는 원성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역학은 일종의 통계이기 때문에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미리 대비해 집을 헐지 않고 수리하는 것이다.”(백 회장)
“너무 깊이 빠져서는 안 된다. 중요한 판단의 기로에 섰을 때 한 번 정도 상담하면서 판단에 도움을 받는 것이다.”(오 원장)
‘어떤 음식을 피하라’고 조언했을 때 먹고 안 먹고는 본인에게 달려 있다. 결국 역학과 관상으로 ‘인생의 로드맵’을 알려주면 ‘액션’은 각자 몫이란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