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力士)
작가 소개
김승옥(金承鈺 1941- ) 소설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나 전남 순천에서 유년을 보냄. 바닷가의 체험은 나중에 그의 소설의 주요 모티프가 됨. 대학 시절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김현, 최하림, 이청준, 서정인 등과 교류하였는데, 이 동인들은 이후 우리 문학의 주된 산맥이 되었다. 그 선두 주자는 물론 그였는데,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 연습(生命連習)”이 당선되면서 등단함. 그는 1960년대를 한국 소설의 한 혁명기로 이끌었던 자로, 감수성 짙은 지성의 세계를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산문의 길을 열었다. 이 문체의 확립으로 한국 소설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 도시적 삶에 적응하려는 서민들의 애환, 1960년대의 지적 우울 등을 감각적 터치로 그린 작품이 많았는데, 그 대표작이 “서울, 1964년 겨울”, “무진 기행”,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건”, “환상 수첩” 등을 잇따라 발표하여 문학적 성과를 쌓았다. 그의 소설은 ‘섹스’ 모티프가 주요한 일면을 가지면서, 인간의 사회적 삶의 모습을 윤리적 측면과 결부하여 그 내면 의식을 심도 있게 드러내는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는 1981년 종교적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데, 기독교의 수도에 몰두하느라 작품 활동을 중단하였다. 1977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이상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0년 동아일보에 장편 “먼지의 방” 연재 중단 이후 기독교 신앙에 귀의하면서 절필하였으며, 1995년에 <김승옥 소설 전집>이 출간되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자기 존재 이유의 확인을 통해 지적 패배주의나 윤리적인 자기 도피를 극복해 보려는 작가 의식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국 소설의 언어적 감수성을 세련시킨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평자들은 흔히 그를 내성적 기교주의자의 대표적 작가로 내세운다.
줄거리
‘나’는 공원에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젊은이(속이야기의 화자, 이하의 ‘나’)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와 희곡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다. ‘나’는 잠에서 깨어 보니 자신의 방이 매우 낯설어 어리둥절해한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나’는 자신이, 친구의 권유로 일주일 전 창신동의 빈민가에서 하숙을 옮겼음을 깨닫는다. 새로 이사 온 이 집은 ‘규칙적인 생활 제일주의’를 가풍(家風)으로 하고 있어, 창신동과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창신동 사람들(한 부녀와 영자라는 창녀, 그리고 막노동자 서씨)과 이 집의 사람들은 ‘측량할 길 없는 간격’을 지니고 있다. 며느리에게도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 이 집 할아버지와 창신동 하숙집에서 매질을 매일같이 딸에게 퍼붓던 절름발이 사내 아이의 거리는 메꾸어질 수 없다. 그 사람들 중에서도 막노동자 서씨는 특별한 데가 있었다. ‘사귈수록 착한 사람의 전형인’ 그는 함경도 출신으로, ‘나’와는 매일 저녁 다니던 술집에서 안면을 텄다.
술집에서 돌아온 어느 밤 서씨는 ‘나’를 동대문으로 인도한다. 서씨는 ‘그 곳에서 성벽을 이르고 있는 커다란 금고만한 돌덩이’를 ‘한 손에 하나씩 집어서 번쩍 자기의 머리 위로 치켜 올린다.’ 그 광경에 감탄하고 있던 ‘나’에게 서씨는 역사이던 선조의 영광을 보존하기 위해 낮에는 님들만큼만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판 뒤 한밤중에야 그 힘이 유지되고 있음을 명부의 선조들에게 알리고 있음을 고백한다. ‘나’는 감탄하지만 ‘그 사람들의 헤어날 길 없는 생활’이 두려웠다. 안주에의 동경으로 새로운 하숙집으로 옮기고 난 후 ‘나’는 견디어 낼 수 없는 권태를 느낀다. ‘나’는 집안 사람들이 모두 마시는 음료수에 흥분제를 타고 사건이 터지기를 기다린다. 여기서 그 젊은이(‘나’)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젊은이는 “어느 쪽이 틀려 있었을까요?”라며 내게 묻지만 나로서도 알 수 없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성격 : 풍자적
구성 : 액자형 구성
주제 : 현대인의 기계적인 삶에 대한 풍자
출전 : <문학춘추>(1964)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산업화에 따른 현대의 일상 생활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현대의 일상 생활이란 기계적인 것에 다름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이 하숙집의 생활 질서로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은 물질주의와 유용성의 원리에 지배되는 소시민적 삶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실체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삶에 적응해 가며 ‘도회의 어법’을 배우게 된다. 이 작품에서 역사(力士)의 후예로 태어나 타고난 힘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고작 한밤중에 남몰래 동대문의 벽돌을 옮겨 놓는 서씨의 기행은 기계적인 현대 일상에 활기찬 생명력이 발현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김승옥의 소설, 역사(力士)_09학년도 대수능
●김승옥의 소설 ‘역사(力士)’
●줄거리
‘나’는 공원에서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젊은이(속이야기의 화자, 이하의 ‘나’)는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와 희곡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다. ‘나’는 잠에서 깨어 보니 자신의 방이 매우 낯설어 어리둥절해한다.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나’는 자신이, 친구의 권유로 일주일 전 창신동의 빈민가에서 하숙을 옮겼음을 깨닫는다. 새로 이사 온 이 집은 ‘규칙적인 생활 제일주의’를 가풍(家風)으로 하고 있어, 창신동과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창신동 사람들(한 부녀와 영자라는 창녀, 그리고 막노동자 서씨)과 이 집의 사람들은 ‘측량할 길 없는 간격’을 지니고 있다. 며느리에게도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 이 집 할아버지와 창신동 하숙집에서 매질을 매일같이 딸에게 퍼붓던 절름발이 사내 아이의 거리는 메꾸어질 수 없다. 그 사람들 중에서도 막노동자 서씨는 특별한 데가 있었다. ‘사귈수록 착한 사람의 전형인’ 그는 함경도 출신으로, ‘나’와는 매일 저녁 다니던 술집에서 안면을 텄다.
술집에서 돌아온 어느 밤 서씨는 ‘나’를 동대문으로 인도한다. 서씨는 ‘그 곳에서 성벽을 이르고 있는 커다란 금고만한 돌덩이’를 ‘한 손에 하나씩 집어서 번쩍 자기의 머리 위로 치켜 올린다.’ 그 광경에 감탄하고 있던 ‘나’에게 서씨는 역사이던 선조의 영광을 보존하기 위해 낮에는 님들만큼만 벽돌을 나르고 땅을 판 뒤 한밤중에야 그 힘이 유지되고 있음을 명부의 선조들에게 알리고 있음을 고백한다. ‘나’는 감탄하지만 ‘그 사람들의 헤어날 길 없는 생활’이 두려웠다. 안주에의 동경으로 새로운 하숙집으로 옮기고 난 후 ‘나’는 견디어 낼 수 없는 권태를 느낀다. ‘나’는 집안 사람들이 모두 마시는 음료수에 흥분제를 타고 사건이 터지기를 기다린다. 여기서 그 젊은이(‘나’)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젊은이는 “어느 쪽이 틀려 있었을까요?”라며 내게 묻지만 나로서도 알 수 없다.
●핵심 정리
▶갈래 : 단편 소설
▶성격 : 풍자적
▶구성 : 액자형 구성
▶주제 : 현대인의 기계적인 일상 생활에 대한 풍자
▶출전 : 문학춘추(1964)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산업화에 따른 현대의 일상 생활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현대의 일상 생활이란 기계적인 것에 다름 아닌데,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삶이 하숙집의 생활 질서로 그려지고 있다. 이 작품은 물질주의와 유용성의 원리에 지배되는 소시민적 삶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강력한 실체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삶에 적응해 가며 ‘도회의 어법’을 배우게 된다. 이 작품에서 역사(力士)의 후예로 태어나 타고난 힘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한 채 고작 한밤중에 남몰래 동대문의 벽돌을 옮겨 놓는 서씨의 기행은 기계적인 현대 일상에 활기찬 생명력이 발현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더 알아보기
▲이근삼의 희곡 ‘원고지’도 참고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