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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이 꽃이 뭔지는 알죠. 유독 꽃이름을 모르는 당신, 처음에는 참 이상했어요. 어찌 그리도 모르는지..... 아마 채송화, 봉선화, 국화, 장미, 개나리, 진달래, 매화, 코스모스 정도만 알지요. 목련도 몰라서 하동의 성심의원에 근무할 때 병원 뒷마당에 있던 목련을 가르쳐 주었지요. 그제서야 목련을 알고 우쭐해 하던 그 모습, 선합니다.
결혼하던 그 해 여름, 친정을 갔을 때, 담장밑에 나란히 심기워져 있는 이 꽃을 보고 깻잎사귀 같다고 했지요. 그때 우리 식구들은 얼마나 웃었는지 기억날거예요. 샐비어, 그것을 모르고 잎사귀만 보고 깻잎 같다던 당신, 더하여 길쭉한 봉을 따서 꿀을 따 먹으라고 가르쳐 주니 더없이 신기해 하던 당신, 그때 부터 당신은 이 샐비어를 잊지 않았지요.
현정, 솔이랑 서면에 볼일이 있어 가는 도중에 화단에 심기워져 있는 이 꽃을 보았어요. 문득 당신 생각이 나고, 아이들한테 그때의 이야기를 건네주고 아픔의 웃음을 한참이나 웃었네요.
같이 길을 가다 여러가지 꽃과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면 어찌 그리 많이 아는지 몰라, 라고 한껏 칭찬해 주던 당신이었는데.........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젊은 시절의 당신처럼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더이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아주 잔 일상의 잔소리에 불과하나봐요.
차츰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당신은 소소한 일상을 아주 귀히 여겼어요. 풀 한포기, 한 그루의 나무, 흘러가는 조각구름, 마누라의 흘리는 웃음 하나에도, 집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도......... 감동하고, 감사했던 당신을 떠 올립니다.
당신이 있으면 엄마 이야기 귀담아 듣고, 잘 알아야지, 엄마는 많이 아시거든, 이라고 해 줄텐데.... 그저 당신의 빈 자리가 이렇게도 크게 휑합니다. 당신 떠난 내 마음의 빈 자리, 다시 메울 수 없는 내 마음의 빈 자리를 지난날의 추억으로 하나, 둘 메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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