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6.3. (일) 흐림
어제 아침 7시경 두 수용자가 서로 다투었다. 둘 중 좀 어린 사람이 모닝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기 컵을 가져온 것에 대해 고참 수용자가 못마땅한 눈초리로 째려 본 것이 발단이 되었다. 기분이 상한 젊은 수용자가 식기세척을 깨끗이 못한다고 엉뚱한 사람에게 화를 내어 또 다른 사람과 다툼이 벌어졌고 그 다툼은 결국 그 원인이 고참 수용자에 대한 불만이었음이 밝혀졌다. 언성이 높아지고 욕설을 하며 서로 다투다 결국 두 사람은 관구실로 호출되어 징벌을 받게 되었다. 관구실에서도 서로 화해가 안 되어 봉사자였던 고참 수용자는 독방으로 전방을 가게 되었고 젊은 수용자는 징벌딱지를 받았다.
봉사자는 전방을 가면서 자신이 구매한 것과 접견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갖고 가서 우린 주말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게 되었다. 방의 여러 수용자들은 함께 먹으려고 구매한 것까지 다 가져간 것에 대해 몹시 분해했다. 방의 분위기는 몹시 심란해졌고 우리는 모여서 봉사자가 공석이 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논의를 했다. 감방생활을 여러 차례 했던 소위 빵잽이 들이 내가 봉사자를 해야 한다고 치켜 세웠다. 이들은 오늘 소란을 일으킨 젊은 수용자가 봉사자가 되고 싶어하는 눈치라고 보고 그가 그 위치를 차지하면 계속 분란이 생길 것이라며 걱정했다. 그리고 누군가 안에서 봉사자를 하지 않으면 밖에서 소위 ‘각’이라고 불리는 조폭이 봉사자로 지명되어 들어오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감옥생활이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회의 끝에 내가 조건부로 봉사자를 맡기로 했다. 조건부란 고참의 특권을 없애고 모든 수용자가 돌아가며 귀찮은 설거지며, 청소며 잡일들을 예외 없이 하는 것과 일주일에 한 번 전체회의를 해서 그 시간에 불만이나 제안들을 나누도록 하는 것이었다. 안에서 다시 서로 싸우면 내가 방에서 쫓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역할 분담 표까지 만들어 벽에 붙여 놓으니 ‘모범방’이라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을 했다. 낯선 것에 대해서는 항상 불신과 기대가 뒤섞이는 법이다. 그 젊은 수용자는 주일 저녁에도 또 이부자리를 가지고 불만을 쏟아냈다.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또 서늘해졌다.
이번 주말은 TV가 안 나오는 시간에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감옥생활에 대해서도, 군대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고 저녁에는 자신들의 여성편력에 대해서도 질펀한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나는 꿀 먹은 벙어리 모양 앉아 듣기도 하고 책을 보기도 했다. 주말이 어수선하고 글을 쓸 분위기가 못되었다. 하승우의 ‘민주주의에 반(反)하다’의 마지막 단락을 주말 내내 생각했고 또 실행하려고 했다.
“누가 조직하고 마이크로 고함을 치지 않아도 사람들은 항상 둥글게 모여 앉아 회의한다. 마치 회의라는 본능을 타고난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규칙도 자율적으로 짠다. 모여서 생각을 나누고 같이 규칙을 짜는 행동은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보고 강한 힘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둥글게 모여 앉는 것이다.”
나는 어제부터 <감옥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 작은 감방 ”2상 9방”을 지나쳐 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어설프게 들었으나 앞으로는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이 작은 방 하나 안에서도 평화가 필요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에큐메니칼 운동의 작은 실천이라고 본다. 오이쿠메네의 어원인 oikos가 곧 집이요 살림이라면 바로 이 작은 감방도 사람이 살만한 공간’이요 자존심과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곳이어야만 할거다. 감옥일지 서문에 이렇게 썼다.
“세상 사람들은 감옥을 시회의 맨 밑바닥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에도 사람이 있고
기록으로 남겨야 할 역사(歷史)가 있다.”
내가 고집스럽게 깎지 않았던 수염도 깎아야 할 것 같다. 어린 사람들을 위한 봉사자라는 책임 때문에. 조금 서운하지만 내가 원래 종이 아니었던가? 타인의 강요에 의해 종이 된 사람은 노예다. 그러나 타인을 위하여 스스로 선택한 종은 자유인이다. 50대 중반에 사회의 맨 밑바닥 전과자들이 모인 4평짜리 감방을 섬기는 사람이 되다. 만감이 교차한다
첫댓글 통제 된 갇힌 곳에서도 서로의 질서를 자유분방 하면서도 책임감 있게 진행 되는데...
햇볕이 쬐고 비가 오고 구름도 볼수 있는 곳에서는 둥그렇게 앉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조차 단절되어 있음을
통탄 하다. 같이 앉아서 이야기 할 사람이 구태여 외면함을 통탄하다.
섬기는 사람이 되다.. 4평짜리 감방에서..
어떤 대통령이 취임식때 했던 말 말 말... 중에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 하지 않았던가?!...
고소영만 섬기는..
뉴라이트만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이였나보다...
송박사님 옥중일기 잘 보겠습니다. 송박사님이 계속 생각나요. 저도 종이된 자유인.이 되고 싶어요. 송박사님 보고 싶어요.
송박사님을 생각하고 찾으면서 이렇게 나와 가까운 사람이었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