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벌써 스위스 다보스포럼의 마지막 날이다. 매년 수요일부터 토요일이 걸쳐지는 1월의 마지막 주간에 실시되는 경제, 경영, 정치를 망라한 행사가 금년이 벌써 43회 째란다.
스위스의 조그마한 산간 마을에 불과한 다보스에 금년에도 어김 없이 세계 주요국가의 정상들이 참석 하고, 대한민국의 주요 공직자와 기업인들도 참석한다. 대표적인 인사로 메르켈 독일 총리, 케머른 영국 수상, 몬티 이태리 총리 등 서유럽 주요 정상과 김중수 한은 총재,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회장이 참석했다. 그 밖에 눈에 띄는 참석자는 새로운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 이인제 의원과 한화그룹 2세 경영인인 김동관 실장도 벌써 4번 째 참석하고 있다.
금년 다보스 포럼의 토픽은 ‘Resilient Dynamism‘이라고 하던데 굳이 한국말로 하자면 ‘탄력적 역동성‘ 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솔직히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난 경제위기를 잘 넘어가보자는 이야기로 추측된다. 이에 더해 ‚‘Global Perfect Storm‘이라는 표제 하에 수 많은 경제, 경영학자, 경영인, 관료들의 토론이 이어진다. Global Perfect Strorm이라는 말은, 만약 현재의 국가재정정책이 난관에 봉착하고,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기후의 재앙과 물 부족 사태까지 합하게 되면 그야말로 완전히 지구가 개판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솔직히 어렵지 않은 내용이다.
오늘 정리하고자 하는 것은 누가 참석을 하고, 어떠한 토론을 하는 행사인지에 대한 것보다 본 행사를 이미 여러 번 의전 차원에서 다녀 온 한 사람으로서 바깥에서 느낀 점을 정리 해보고자 한다.
가령 이 회의를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무나 참석할 수 있지만 참가비가 비싸기 때문에 결국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한 개인의 경우, 연 회비와 참가 경비를 합하면 5000만원 정도? 그 밖에 기업의 경우는 일반회원, 전략적 파트너, 스폰서 등, 등급에 따라 1억원에서 20억원 정도의 회비와 경비를 지불해야 한다.
다보스 포럼의 가장 의미 있는 것은 각 국가들의 행사에 참석하여 global partner와의 유대관계 확대를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참가 전 참석자의 명단을 바탕으로 모임을 주선하여 수 많은 사람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할 수 있는 bilateral meeting session에 있다 하겠다. 이 만남을 통해 양자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보다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곳에서의 만남은 매우 형식적이고, 냉정하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쉽게 돌아서게 되고, 같은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굳건한 동맹으로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권력의 연장선상에서 그 들만의 league를 조성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WEF (World Economy Forum)은 매년 다보스뿐 만 아니라 세계의 각 대륙에서 부속회의를 개최한다. 이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시사점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는 이질감과 부작용도 존재함을 좀 더 구체적으로 나열해 볼 필요가 있다.
다보스에는 2~30개의 호텔이 있다. 다보스포럼 행사기간에는 모두 WEF사무국에서 예약권을 갖는다. 따라서 개인이 별도로 호텔을 예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만 호텔을 배정하기 때문에 수행원들은 마을의 일반 아파트를 렌트하던가 인근 지역의 호텔을 구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비용이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싸다. 가령 방 3개짜리 아파트의 경우, 1주일 렌트가격이 1000만원에서 1500만원은 기본이다. 아파트 세입자들은 1주간 집을 비워주고 1년치의 렌트비를 벌어 들일 정도다.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아파트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만큼 이 지역은 세계에서 제일 상업화 된 곳이고 오염된 곳이다. 식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행사기간 내내 식당은 모두 예약이 되어있는 상태며, 점심의 경우도 많은 식당에서는 몇 가지의 식단만 준비하고 일괄적으로 고가의 식사만 가능하도록 강제한다. 소위 대목인 셈이다. 점심 평균단가가 5만원 수준이니 저녁은 어떨지 상상할 수 있으리라.
그 뿐만이 아니다. 매년 행사 때 마다 상징적으로 환경을 강조하다 보니 운행 차량의 매연 배출통제가 매우 엄격하다. 이 곳 행사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이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차를 수배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 되고, 렌트비용은 엄청나게 비싸다. 예측컨데, 본 행사의 차량 스폰서인 아우디의 신차규격에 맞추어 기준을 정하다 보니 지속적인 무리수가 나오지 않나 싶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형식과 오만에 가득한 만남의 장에 참석하느라 잘 모르겠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생각할 것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위축되고,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주최 측에 항의는 물론 제안도 하지만 본 행사를 통해 벌어 들이는 수입은 대부분 행사진행을 위해 사용되고, 남는다고 하더라도 좋은 일에 쓰여 진다니 딱히 더 할 말도 없다.
매년 지구촌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설정해서 모임을 갖고 토론을 하지만, 금년 주제의 경우처럼 양극화 문제와 국가재정문제에 대해 제일 자유스럽지 못한 집단이 함께 이곳에 모이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또한 서로 상충되는 경제적 의제 (양극화 vs. 국가재정)를 해소하기 위한 모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인 사람들만 모인 곳이 아닌가 싶다.
다보스라는 도시는 이젠 세계적 석학과 리더들이 모여 인류를 선도하는 의미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애초 시작한 좋은 취지와 의미를 살려 진정 인류의 가난을 해소하고, 평화를 유지하고, 지구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회의로 거듭나기 바란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실제 논의 되는 내용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보스포럼의 의미와 문제점에 대해 잘 지적해 주셨습니다. Resilient Dynamism은 복원력이 있는 역동성이라고 번역하면될 것 같습니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면서도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이 왔을때 잘 벼텨낼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살아 숨쉬는 정보 매우 유익했습니다. 다보스포럼에서 IMF의 managing director는 "이제 유로존 붕괴위기는 모면했지만 위기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고 하는데 full recovery를 위한 좋은 안이 나와 일자리가 넘치는 좋은 세상이 곧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