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목요일 맑다. 한미 여자 배구 중계를 보다.
오늘 아침에는 개를 몰고서 가까이 있는 공림 소학교와 고등학교 문 앞까지 갔다가 왔다. 좀 잘 산다는 백인들은 아이들을 모두 사립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주로 흑인 아이들만 다니는 학교이다. 좀 높은 언덕 위의 넓은 공원 안에 위치하여 환경도 좋고 시설 또한 매우 좋아 보인다.
낮전에 누어서 《구운몽》(언문본)을 다 읽었다. 매우 허황한 이야기를 또 자못 장황하게 조작하여 놓았다는 느낌이다.
11시 넘어 사위가 물리치료를 받는다고 재활원에 가는 길에 점심도 사서 먹자고 해서 함께 나갔다. 대학병원 곁에 있는 큰 시설인 것을 보니, 대학병원과도 무슨 관계가 있는 곳인 것 같다. 흑인 환자가 많고, 영어와 함께 스페인어로도 주의 사항을 적은 데가 있는 것을 보니, 험한 일을 많이 하는 그런 사람들이 역시 사고를 당하여 이런 곳에 많이 다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디가나 격차의 골이 보인다.
병원 근처의 이름이 있다는 멬시칸 음식점에 가서 줄을 서서 반시간쯤 기다린 뒤에, 먼저 갖다준 콘프랙corn fleck(옥수수 가루로 만든 작은 티김 조각)과 물로 미리 배를 채우고 나니, 4인분을 시켰으나 다 먹을 도리가 없어, 포식을 하고도 1일분은 싸가지고 왔다. 넓은 전 같은 것에 밥과 반찬을 싸서 먹는 게 특색이 있고, 콩을 갈아서 점시 위에 둥글고 펀펀한 전 같이 담아주는 것도 특색이다.
오후에는 차용주 교수의 《한국한문학사》를 대충 대충 넘겨보았다. 대체로 무난한 책 같은데 시화나 만록 같은 데 나오는 말 인용이 많고, 또 명작이라고 인용하는 작품은 원문만 실어 놓았다. 내가 만약 큰 용기를 내어 이러한 책을 쓴다면( 도저히 그런 용기 낼 수도 없지만), 도리어 작품들을 상세하게 풀어 설명하여 놓는 것을 위주로 문학사의 변천을 설명하여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여 본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매우 힘들기는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엮어내는 책도 더러는 보고 있으니 말이다.(오웬Owen의 《초당시》(장세후 역), 《성당시》, 《만당시》 같은 게 그러하다)
저녁을 먹고는 아침에 가보았던 학교 길을 다시 개를 끌고서 세 식구가 산책하고서, 한미여자 배구 준결승전을 보다가 잤다. 3대 0으로 지기는 하였으나, 외국에 나와서 국제적인 큰 제전(Festival)에 나가서 세계 최강 국가 선수들과 당당하게 겨루어 가며 싸우는 것을 보니 매우 감격스럽고, 자랑스럽고, 또 안쓰럽다. 얼마나 힘이 들 것인가?
‘48년 런던 올림픽 때에는 한국 선수가 겨우 동 매달 하나 밖에 따지 못하였고, 중국(중화민국) 팀은 아무 것도 목에 건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한국, 중국, 일본, 나아가서 북한 팀까지도 모두 잘 하고 있으니 정말 격세지감이 든다. 힘내자 코리안! 힘내자 아세안!
첫댓글 역시.. 선생님. 저는 아시아를 챙길 생각은 전혀 나지 않고 우리나라만... ㅎㅎ 그저 양인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이 너무 장하고 이뻤습니다.
참 우리선수들 대단하고 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