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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30.(금) 19:00
1년 전부터 운탄고도에 가보자고 예고했었다.
멀고 힘든 데 갈 수 있을까?
그러고서 기억에서 잊힐 때쯤 다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주저와 욕구가 소용돌이친다.
고민될 때는 일단 부딪혀 보자며 공지를 올려 가부 결정하자고 했다.
만산홍엽님이 꼼꼼하게 계획한 일정표를 보고 강원도 영월로 2박 3일의 라이딩 여행을 떠납니다.
오랜만에 장거리 라이딩 여행한다고 준비하고 모임 장소에 나오느라 어수선했을 것이다.
낮 근무로 피로한 상태인데, 다시 강원도까지 장거리 야간 운행은 피로가 누적되어 안전 운행이 걱정된다.
목적지까지 이밤도 무사히를 기원하며 2박3일동안 우리에게 어떤 모험과 감동이 펼쳐질지 기대감을 품고 출발합니다.
영월,정선,태백,삼척을 아우르는 폐광지역을 걷는 길, 운탄고도 1330.
평균 고도 546m, 총길이 173km의 길로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하여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운탄고도는 석탄을 싣고 달리는 차들이 오가던, 최고높이 1,330m의 정선 만항재를 포함해 남녀노소 누구라도 편안하게 걸을 수 있고, 한때 지역과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끌었던 탄광의 흔적도 마주할 수 있다.
운탄고도(運炭高道)’는 석탄을 나르던 높은 길이라는 뜻이다.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고원의 길(雲坦高道)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운탄고도 글씨(로고타입)는 석탄의 역사를 기억하는 길과 1330은 석탄 트럭이 다녔던 길 중 가장 높은 만항재의 높이인 1330m에서 유래했어요.
'운’의 'ㅇ’은 연탄 또는 산에 떠오르는 태양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운탄고도1330의 1길은 “성찰과 여유, 이해와 치유의 트레킹 코스”로 불리며,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에서 시작해 동강을 따라 각동리까지 15.6km에 이르는 길이다.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동강 천변을 걸으며 여유를 되찾고, 그렇게 찾아진 여유로운 걸음들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에 닿는, 이해를 통해 치유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홈페이지)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에 주차하고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를 지나 운탄고도1330 길로 들어섰다.
도보가 아닌 라이딩의 운탄고도 코스는 멜바, 끌바로 시작해서 끝까지 고행이 따로 없다.
1길-4길까지의 여정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여유는 배부른 소리다.
쉬지 말고 움직여가라.
풋밤을 까먹으며 잠깐 여유를 부려본다.
구급대도 비치되어 있고, 물이 부족하면 장독대 안에 있는 생수를 보급받을 수 있다.
다만, 쓰레기 투기는 절대금지!!
외씨버선길?
초반부터 멜바와 끌바의 연속인 라이딩 사정(상태, 처지)의 숲길 속에서 답답한 마음을 뻥 하고 날려버린 확 트인 밭이 나왔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산 위에 걸친 하얀 구름은 신천지가 다름없다.
여름철이면 카약을 즐길 수 있다는 팔괴리 카누마을로 향하고 있다.
짧지만 강변을 따라 탁 트인 남한강 경치를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강의 수위(수면의 높이)에 따라 강물 흐름이 확연히 차별되는 장면을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88번 지방도(영월동로)를 연결하는 정양교각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잠깐 쉬었다 갑니다.
이제 한국 100대 명산의 하나인 태화산(1027m)에 올라야 한다. 큰 산임에도 능선이 비교적 완만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라이더에겐 험준한 산이었다. 오르막과 평지가 반복되는 산길이 이어지며 637m 정도 오르는데 멜바 끌바의 끝없는 산행은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도 쉽게 지치게 한다.
동지모둑
싱글길. 가장 기억하고 싶은 곳이다. 태초의 우거진 숲처럼 사람 발길 닿지 않은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싱글길은 위로는 가파르고 아래로는 낭떠러지 산비탈이다. 마치 자연의 품속에 안겨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운탄고도 트레킹코스에 웬 외씨버선길 안내판이지?
“외씨버선길은 청송,영양,봉화,영월 4개 군이 모여 만든 4색 매력이 가득 담긴 길입니다. 이어진 길의 모양이 조지훈의 ‘승무’에 등장하는 외씨버선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영월을 지나는 외씨버선길은 11,12,13구간입니다.”
태화산 경관 숲을 설명하는 외씨버선길의 안내판 글귀이다.
운탄고도 1길, 2길과 외씨버선길의 일부 구간이 중복되다 보니 벌어지는 경우이다.
이제 내리막이다.
내리막도 라이더 입장에선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바위로 널브러진 골짜기를 따라 걸리적거리는 나뭇가지를 피해 가며 멜바로 내려가야 한다.
휴! 한숨만 나온다.
운탄고도1330 2길은 “김삿갓 느린 걸음 굽이굽이 길”이라는 주제를 갖는다.
김삿갓의 고향답게 유유자적 여유를 부리며 무사히 종점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각동리 입구를 출발해 가재골교로 남한강을 건너면 본격적인 2길의 시작이다.
아스팔트 길을 만나서 반가운 것도 잠깐, 오르막이다.
옆으로 남한강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눈이 즐겁다.
강 너머 겹겹이 펼쳐지는 산등성이도 장관이다.
대야산성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고 하는데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서 대야산성은 포기하고 서둘러 고개를 넘어야 했다.
“보리밥 사잇길로” 밥 먹으러 가자.
1길의 중간엔 보급처가 없다. 미리 준비해서 출발해야 한다.
다행히 2길의 보급은 김삿갓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점심도 먹고 비상식량을 사러 농협하나로마트에 들렀는데 우리가 원하는 과일은 판매하지 않네요.
대단히 난감하던 차에 진열대의 복숭아 통조림을 3캔만 샀습니다.
이땐 무심코 산 통조림의 진가를 몰랐습니다.
면사무소를 떠나면서 길가의 포도 농장에서 1kg 캠벨포도도 구매했습니다.
배낭이 무거워도 비상식량을 챙길수 있어 마음이 든든하고 남은 여정이 안심됩니다.
김삿갓면사무소를 지나 예밀교차로를 통과하면, 영월의 유명한 포도 산지인 예밀촌마을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는 맛 좋은 포도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여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여러번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예밀와이너리에서는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 족욕과 시음을 즐길 수 있는 예밀와인 힐링족욕체험센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피로를 풀며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갈 길을 재촉합니다.
예밀촌마을을 지나면 경사가 완만하게 높아지며,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강원도의 깊은 산과 맑은 물은 정말 특별하죠.
가파른 길을 오르다 잠시 쉬려고 수로에 발을 담갔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어요.
멀리 겹겹이 펼쳐진 산마루를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죠.
물이 너무 차가워 오래 담글 수는 없었지만, 그 순간의 상쾌함은 정말 최고였어요.
출향인공원에서의 짧은 휴식은 정말 잊을 수 없을것 같습니다.
삭도(索道)는 주로 산악 지역에서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는 장치로, 운탄고도에서도 과거 석탄을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삭도시점 안내판이 나오는 것 보니 이제 진짜 운탄고도의 들머리를 지나고 있나 봅니다.
모운동마을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하루의 피로를 샤워로 씻어내고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둘러보러 산책을 나왔다.
강원도 영월 폐광지역 중 하나인 모운동은 1,088m의 망경대산 7부 능선에 자리한 마을이다.
‘구름이 모이는 동네’라는 의미를 가진 모운동은 석탄산업이 호황기 때에는 1만여 명이 거주할 만큼 번성했던 곳이라 한다.
그러나 1987년 폐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 지금은 3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던 중 2011년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짝’이 바로 이곳 모운동에서 촬영되었고, 2022년에는 tvN STORY 신규 예능 ‘운탄고도 마을호텔’이 여기에서 촬영되었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활성화를 모색하는 모운동은 트레커와 MTB 자전거 애호가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45년생 여사장님은 허약하게 태어나서 젊은 시절 고생하시다가, 20여 년 전 이곳에 들어와 생활하시면서 지금은 20대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그 비결은 생식이라고 하네요.
운탄고도 1~2길의 라이딩은 정말 멋진 경험이지만, 다음 라이딩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모두 엎치락뒤치락합니다. 그러다 밖에 나가 쏟아지는 별을 구경했다지요. 무엇보다 청결치 못한 이불과 곰팡이가 잠을 설치게 했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숙소 주변의 식물을 사진에 담아봤다.
모란 열매, 꽈리, 꽃범의 꼬리, 밤송이.
운탄고도 1330의 3길은 “광부의 삶을 돌아보며 걷는 길”입니다.
구름이 모여드는 최대의 광산도시 모운동에서 출발하면, 광부들의 작업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광부의 길’을 지나 해발 1,088m의 망경대산을 돌아내려 오고, 영월과 작별하는 석항역을 거쳐 머지 않은 예미역에 다다른다.(안내책자 발췌)
생각해보니 모텔여사장님은 우리에게 정말 잘 해주셨다. 어제 저녁 반주로 개복숭아 담근주도 주었고, 청란도 주시고 아뭏튼 잘먹고 쉬었다 갑니다. 건강하세요.
삭도, 동발제작소, 옹달샘, 황금폭포, 갱도입구, 광업소와 목욕탕 등 폐광 흔적과 탄광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운탄고도 이름에 걸맞은 광부의 길을 라이딩합니다.
마을 주민들이 옥동광산 폐광구에서 흘러나온 물을 끌어다 만든 인공폭포다.
철분 성분이 많은 물은 붉은 황금색을 띤다. 그래서 황금폭포다.
보통 정도로 보이던 황금폭포수는 벼리미골로 흘러내리는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깎아지른 골은 매우 깊었다.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와 주변 자연경관을 한눈에 볼 수 없는 전망대가 조금 아쉬웠다.
진안고원길 7구간에 황금폭포는 비가 내린 2-3일 후에 방문해야 폭포다운 광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반면, 이곳 운탄고도 3길의 황금폭포는 연중 내내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같은 점은 둘 다 뭔가를 캔다는 것이다.
작가 이희경님의 작품 "휴식"이라는 광부 조각상은 정말 의미가 깊은 작품이네요. 과거 갱도에서 석탄을 캐내던 광부들의 노고를 기념하는 장소에 설치된 이 작품은, 그들의 힘든 노동과 잠시의 휴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광부들이 깊은 갱도에서 가스와 분진 속에서 일하며 잠시 숨을 고르던 이곳에서, 그들이 느꼈을 뜨거운 열기와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잠시나마 휴식을 취했을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그들의 헌신과 노고를 기리며, 우리에게 그들의 삶을 되새기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네요.
갱도 입구에는 콸콸 솟아나는 물로 넘쳤고 신비하게 물안개까지 피워낸다.
검은 갱도 안을 들여다보며 말문이 막혔다.
"흙만 파면 석탄이 나왔다는 운탄고도의 탄광들은 차례차례 폐광되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멈춘 숲은 점점 우거지고 자연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광부들의 숨 가빴던 삶과 애틋한 사연은 고요히 묻혀 버렸다."
모운동에서 쑥부쟁이 들국화를 감상하며 싸리재삼거리와 낙엽송삼거리로 이어지는 넓은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거대한 2층 한옥건물이 나타난다. 이정표를 보니 근처에 절집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봉사, 망경선사, 만경사.
만봉사, 만봉불화박물관은 2006년 현대불화의 발전에 힘쓰다 열반하신 무형문화재 단청장인 만봉스님의 유업을 잇고자 2013년 전통 불화 전시장으로 문을 열었지만, 현재는 어떤 사정으로 문이 닫혀 있다.
거대한 불화박물관의 위엄에 압도되어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외곽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금어 만봉스님의 삶과 불화이야기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면, 저널리스트 박원자님의 <현세에 꽃 피운 극락>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이곳에서 봐야 할 것은 불화박물관이 아니라, 박물관 앞의 자그마한 절집 망경산사였다.
망경산사는 망경대산의 800미터 중턱 너른 분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규모가 작은 절이다.
과거 탄광 노동자들이 살았던 마을에 세워졌다. 자세히 들여보지 않았지만 사찰 주변은 각종 산나물과 야생화가 눈길을 사로잡고, 스님들의 손길로 잘 정돈된 텃밭처럼 농촌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망경산사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는 자연경관과 맛있는 사찰음식으로 유명하여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 있답니다.
망경산사와 가까운 만경사는 33개의 관음보살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만 가지의 경치를 볼 수 있다는 뜻의 만경사는 그 이름처럼 절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특별하답니다. 만경사는 둘러보지 못했다.
만경대산 정상으로 가는 임도는 정말 도전적이었어요!
김삿갓면에서 구입한 복숭아 통조림은 모운동 숙소에서 냉장고에 하룻밤 냉동시켰다.
오르막 코스를 지나며 땀으로 젖은 불덩어리 몸을 식히기 위해 냉동된 복숭아 통조림은 뼛속까지 시원하게 해주고,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었다. 아! 슬러시(slushie), 꿈엔들 잊힐리야!!!
정상으로 가는 가파른 임도를 오르려다 미끄러지며 발버둥 친 차량 바퀴 자국이 깊게 파였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길이 더욱 가팔라져서, 마치 옷깃을 세운 것처럼 느껴졌다.
한 캔을 세 명이 나누어 먹은 만큼 출발점에서 1/3만큼만 타고 오르다 결국엔 끌바로 정상에 그것도 힘겹게 올랐다.
오렌지색 동자꽃이 우리를 기다리다 반겨주며 응원했는데 숨을 헐떡거리는 우리 얼굴은 누렇게 일그러졌다.
영월하면 단종만큼 강력한 브랜드가 있을까요?
영월은 단종의 비극적인 역사와 깊이 연관된 곳으로, 많은 이들이 단종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방문합니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운반하던 높은 길로, 특히 태화산의 좁은 임도는 운탄고도와 잘 어울리지 않지만, 망경대산에 오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운탄고도의 출발점이 영월 청령포인 이유는 이름값과 접근성 때문입니다. 영월에서 시작하니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접근성이 큰 장점이죠.
망경대산의 이름은 한성부윤을 지낸 추익한이 단종의 유배 소식을 듣고 이곳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운탄고도의 출발점인 영월읍 청령포는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애절한 삶이 깃들어 있는 곳입니다. 반면, 망경대산에는 단종의 충직한 신하 추익한의 간절한 기원이 담겨 있습니다.
추익한은 홍문관부수찬, 호조정랑, 한성부윤 등을 거친 뒤 1433년(세종 15년) 관직에서 물러나 영월로 낙향해 망경대산 아래에서 시를 짓고 책을 읽으며 조용히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육신의 한 사람인 형조참판 박팽년으로부터 단종을 잘 보필해 달라는 서신을 받았고, 단종을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단종이 태백산으로 가는 꿈을 꾸고 급히 청령포로 달려갔을 때, 단종이 사약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를 접하게 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추익한이 산 위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애절한 사연이 망경대산에 깃들어 있습니다.
운보 김기창이 복원한 ‘단종영정’을 보셨는지. 익선관을 쓰고 백마를 탄 단종에게 과일을 바치는 신하의 그림에서 추익한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그림은 1927년 이규진이 불교 탱화기법으로 그린 것으로 수라리재에서 흰말을 타고 태백산 신령이 되어가는 단종에게 추익한이 머루(다래)를 바쳤다는 전설을 형상화한 것이다. 한국전쟁 당시 훼손된 것을 1960년대 김기창 화백이 복원했다.
3길의 널찍한 임도는 너무 가파르지 않고 그렇다고 평지도 아니면서 라이딩하기 적당한 산길이었다.
물론 숨을 헐떡거리는 가파른 길도 있지만 그런 길은 짧다.
이제 예미역까지는 내리막이다.
오르는 길도 짧지만, 내리막도 한순간이다.
라이딩은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거기에 걸맞게 글을 써야 하는데 잘 쓰지도 못하면서 길게 쓰는 이유는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런 인문한적인 이야기가 짧은 라이딩의 수명(추억)을 연장시킨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때이른 점심 해결.
스템프 찾으러 헛갈림.
MTB 코스 출발점.
뜨거운 햇빛.
운탄고도 1330 4길은 “과거에 묻어둔 미래를 찾아가는 길”이다.
예미역에서 <운탄고도 1330 4길>의 첫발을 떼어 걸어가다 보면 커다랗게 세워진 ‘타임캡슐공원’ 입간판을 볼 수 있다. 급한 오르막의 새비재를 오르다 보면 양쪽으로 고랭지 채소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게 보인다. 전지현과 차태현이 아른거리는 타임캡슐공원을 뒤로하고 새비재 정상을 향해 걸음을 떼어놓으면 두위봉을 거쳐 <운탄고도 1330 4길>의 절정 화절령에 이른다.
예미역에서 함백역 방향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접어드는 엽기소나무길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로 유명해진 장소이다.
이 꼬불꼬불한 시멘트 경사로를 올라가다 보면 타임캡슐공원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주인공들이 타임캡슐을 묻었던 소나무가 있다. 오르막 길을 올라가며 뒤돌아본 함백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
포장도로인 엽기소나무길은 한쪽 시야가 탁 트여 있어 고도가 높아질수록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예미역에서 타임캡슐공원까지는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는데 MTB는 왜 이렇게 더딘가요.
이럴 땐 두 번째 복숭아 통조림을 꺼내서 달콤하고 시원한 맛으로 힘을 보충합니다.
엽기소나무길을 따라가다 보면 멋진 소나무들과 고랭지 양배추밭이 펼쳐져 있어 정말 인상적입니다.
또한, MTB를 즐기는 라이더들도 자주 만나게 되죠. 예미역 부근에는 ‘MTB산악자전거 마을 호스텔’이 있어, 이곳에서 머물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선군은 2019년부터 이 일대를 MTB 마을로 변모시키기 시작했어요. 과거 석탄을 운반하던 도로가 이제는 MTB 코스로, 걷기길과 트레킹 코스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4길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운탄고도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과거의 흔적을 따라가며 미래를 상상하는 이 길은 정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고랭지밭의 중간에 타임캡슐공원이 있으며 그 위로 새비재가 있다.
산 허리를 돌아 나오면 펼쳐지는 광활한 고랭지 채소밭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 멋진 풍경을 바쁘다고 빨리 지나친다면 정말 아쉬운 일이 될 것이다.
해발 850m에 새비재에 위치한 타임캡슐공원은 2001년도에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촬영한 곳이다.
이곳에서 견우(차태현)과 엽기녀(전지현)가 엽기소나무 아래에 편지와 목걸이를 담을 타임캡슐을 묻고 3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이처럼 타임캡슐공원은 연인 뿐 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소중한 인연과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해 주는 메모리얼파크입니다. 여러분들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엽기소나무 아래에 꿈과 소원, 추억과 사연들을 담은 사연을 이용료를 내고 간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개봉한 지 20년이 지났어도 공원이 그대로 있을 수 있는 건 굉장한 풍경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의 치명적인 단점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고개를 이룬 산의 형상이 새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 여 붙여진 지명이 새비재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취해있다 겨우 정신차리고 새비재로 넘어오는데 빨강색 홍로 사과가 유혹한다.
아! 더는 못 참는다. 주인만 보이면 달려가 먹고 싶은 만큼 사고 싶은데 우리 사정을 들어 줄 사람이 안 보인다.
해발 1,466m의 두위봉 정상을 가리키고 있다.
새비재 스템프가 있는 정자에서 휴식.
만항재에서 내려오는 라이더와 지나치고.
사동골을 지나 약수터에서 목도 축이고 옆의 계곡물에서 몸도 식히고.
새비재에서 사동골까지는 약 7km, 사동골에서 꽃꺼끼재(화절령)까지 9km나 된다.
끝날 것 같은 자전거 여행의 끝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작지만 시원하고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수도 만났다.
가장 좋았던 4길의 길고 긴 임도 라이딩을 마치고, 드디어 종점 꽃꺼끼재에 도착했다.
1년여의 기다림에 이루어진 2박 3일 동안의 운탄고도 자전거 여행이 끝났다.
여행의 성취감을 잠시 느끼고 나니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급해졌다.
택시, 기차, 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생각해봤지만, 모두가 조금이라도 원점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결정을 하였다. 임도와 차도를 따라 50km를 내려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겠지만, 그만큼 또 다른 멋진 풍경과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고,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기회에 감사했다.
이렇게 긴 여정을 마치고 나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한층 더 풍요로워졌을 것 같다.
다음에도 또 다른 멋진 운탄고도 나머지 구간의 자전거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연장전을 치르는 경기처럼 야간운행의 어려운 산이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첫댓글 즐감했습니다 구경꾼에게는경치가좋아보이지만 만만치않은라이딩코스인거같습니다 저는체력이약해도전도못하겄네요 ㅠ 형님들건강하게돌아온거같아좋아보입니다 멋진풍경과좋은글감사드립니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곳이나 쉽지가 않은곳이기도 합니다. 미련이 많이 남은 태백. 몆년이 지난후에도 선뜻 나서지를 못하네요.
여유롭지 않아 보이는 고행길 수고하셨습니다 ^^
한여름 같은 무더위에 운탄고도 1330. 9길중 1~4길 만만치 않았기에 더 추억이 될 라이딩입니다
컴터 바탕화면이 눈 앞에 턱 펼쳐지기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멜바, 심장이 널뛰는 싱글다운, 온몸을 받아주는 계곡의 시원한 폭포
폐부까지 들어오는 신선함,
쏟아지는 별들의 향연들
감사한 그리움들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