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의 들꽃에세이 23>
‘푸르른 내일의 꿈’ 같은 달콤한 덩굴나무 - 청미래덩굴(菝葜)
학명: Smilax china L.
속씨식물 외떡잎식물강 백합목 청미래덩굴과의 낙엽관목
『청미래덩굴』은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억센 줄기(2m)를 뻗어 산 가장자리를 지키는 덩굴성떨기나무이다. 잎은 크고 둥글며 턱잎(托葉)은 자라면서 덩굴손이 된다. 줄기가 곧지 않고 지그재그로 둔하게 꺾이는데 그 꺾는 자리마다 새 가지를 내고 그 새 가지의 첫 마디마다 꽃을 피운다. 꽃은 5월에 황록색으로 피며, 초록 장과(漿果: 겉껍질은 얇고 살에는 즙액이 많으며 속에는 씨가 들어 있는 열매)는 9월경부터 앵두처럼 빨갛게 익는다. 백합과에 속하는 청미래덩굴속 식물이 세계적으로 약 300종이 있으며, 영명은 'cat briers(고양이가시나무)' 등으로 다양하게 알려져 있다.
가시가 어찌나 매서운지 황해도에서는 ‘매발톱가시’라 부르고, 아름다운 열매를 따라 강원도에서는 ‘참열매덩굴’이라 한다. 또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라 하고, 전라도에서는 ‘명감나무’라 부른다. 같은 속의 식물로 ‘청가시덩굴(S. sieboldii)’이 있는데 이는 녹색의 줄기에 곧은 가시가 돋아나고 열매는 흑색으로 익는다. 그리고 키가 작은 ‘선밀나물(S. nip-ponica)’이나 ‘밀나물(S. riparia var. ussuriensis)’은 초본성이다.
필자가 청미래덩굴을 가장 아끼는 시기는 봄이다. 말라비틀어진 묵은 줄기 속에서 해맑게 내미는 잎순과 하늘을 찌르는 회청빛 새 줄기, 이웃을 향해 귀엽게 감기는 덩굴손 어딘가에 생명과 번영의 강렬한 미감이 꿈틀거린다. 새 잎가지를 분질러보면 툭 꺾이는 동그라미에서 샘솟듯 맑은 물이 흘러나온다. 생태로 보나 이름으로 보나 마치 ‘푸르른 내일의 꿈’ 같은 메시지를 던져주지 않은가.
쓰임새도 많다. 새순으로는 나물을 먹고, 효소를 담그고, 덖어서 차로 마셨으며, 뿌리는 가난한 시절 식량대용이었고, 오랫동안 민간에서 한약재로 이용해온 식물이다.
이 청미래덩굴을 흔히 토복령(약명)이라 하는데 이는 조금 잘못되었다. 실은 백합과 발계속(Smilax family)의 동속근연식물인 ‘민청미래덩굴(Smilax glabra Roxb.)’의 덩이뿌리를 토복령(土茯苓)이라 하고, 이 청미래덩굴(Smilax chaina L.)의 덩이뿌리는 약명으로 ‘발계(菝葜: 청미래 ‘발’, 청미래 ‘계’ 자(字)로, ‘줄기가 오래 자라 강건하다’는 뜻이 담겨있다.)‘라 해야 한다. 민청미래덩굴은 한국에는 없고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자생하는데 외형이 많이 다르다.
강병수 교수 등이 낸 <원색 한약도감>에서는 발계와 토복령을 따로 적어 「토복령」은 간, 신, 비, 위경으로 들어가 매독과 수은중독, 국부종창, 여러 임증, 습진이나 습창 등에 쓰고,「발계」는 폐, 방광, 대장경으로 들어가 주로 풍습, 소변불리, 위암, 식도암, 직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제종종류(諸種腫瘤)의 치료에 쓰인다고 했다.
무릇 모든 덩굴식물은 이뇨작용이 있어 임증에 효능이 있음을 필자가 다른 글에서도 몇 번 밝힌바 있다. 발계든 토복령이든 이 점에서 동일하고 또 효능이 유사하므로 대용으로 쓰는데 무리는 없다.
다만 토복령의 원명은 ‘우여량(禹餘粮)’으로 그 유래 또한 하(夏)나라의 초대 왕인 대우(大禹)가 치수(治水)하는 임무를 띠고 산으로 다니다가 식량이 부족하여 이 뿌리를 양식으로 넉넉히 먹었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며, 특히 선가(仙家)들이 식용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선유량(仙遺粮)’이라 했다거나, 또 그 뿌리의 형태가 복령과 비슷하여 ‘토복령’이라 한다는 것 정도는 청미래덩굴(발계)과 구별하여 기억해두면 좋겠다.
가을철에 빨갛게 익어 ‘꽃보다 아름다운’ 청미래덩굴의 열매는 흰 눈이 소복 쌓인 산길에서 유난히 곱다. 그 때까지 붉게 남아 있는 열매가 거의 없다보니 탐화가들은 물론 등산객들의 눈요기를 많이 산다. 겨울철 방안을 싱그럽게 달구는 꽃꽂이로 이만큼 수줍고(꽃말) 아름다운 소재도 없으니 새해 들어 ‘푸르른 내일의 꿈’으로 알고 한번쯤 가볍게 뒷산에 올라보면 어떨까.[終]
첫댓글 저 열매가 이 겨울 새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될까요~~~ 1차적으로 사랑의 열매와 떠난 산타가 생각나게 하는 인상적인 사진입니다~~~순천에서는 저 열매를 밍감이라고 불렀는데요~~~ㅎ 껍질은 깔깔하고 속살은 스폰지처럼 부드러우면서 약간의 단맛이 돌았지요~~~그립다 저 붉은 열매~^^
밍감, 맹감, 명감... 맛도 밍밍한 편이죠? 사랑의 열매(호랑가시나무 열매)와 아주 비슷하군요. 겨울을 살아가는 새들과 짐승들이 참 가여워요. 한파가 심한 요새 아침에 개밥 주러 나갈 때 우리 '마루(그레이트피레네즈 종)'가 불쌍하여 빈 손으로는 못 나가겠어요. 따뜻한 국이나 남은 음식을 데워서 나갑니다. 물론 이 녀석이 좋아하는 과일부스러기도 따로 챙기죠. 그러다가 간 밤의 고라니나 산고양이나 오소리들은 또 어찌 지냈을까 공연히 마음도 쓰여요. 포수들이 탕탕거리며 유해조수를 잡으러 다니면 총소리 만큼이나 생각이 혼란스러워진답니다. 속살은 스폰진데 현실은 깔깔해요...^^
서울서 방학이 되면 나주에 내려가서, 봉황 신석의 김근호가 외숙이신데래기도 했던 기억이 아스라 합니다. 그 맛이란..참 수정님의 느끼신 그 맛이 입안에 맴돕니다 하십시요*^^*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외숙앞에서 천자문, 축문, 지방..배우고
본가 다도에서 사촌들과 겨울산에 나무하러 올라가
목마를때 눈도 먹고, 맹감열매 따서 씹으며 갈증, 허기를
산에서 나무지고 내려와서 먹던 고구마와 김치
맹감나무라고 불렀던
늘
행복
^^ 무엇보다 블랙님 고향과 머잖은 곳에 제가 터를 닦았다는 점 아닙니까? 고향의 기억이 실은 사랑방의 물고구마 뜨거운 목젖과 그 빨간 김치범벅 주둥이에 다 스며있질 않습니까? 지나가다 심심풀이로 똑 깨불어보는 산열매나 삐비꽃, 말밥들... 그 알싸한 추억이 내 이 순간 살아 있음의 존재성을 일깨워주는 '힘' 아니겠어요? 저도 이곳에서 늙어감의 고향을 다 실현하고 갈랍니다. ㅎ 아무튼 블랙님의 고향이 반가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