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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장,
강인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움직인다.
사람들의 소리다.
옷이라고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체족이다.
그들도 건기 속에서 물을 찾으러 온 모양이다.
그들은 흡사 짐승과 비슷한 강인태를 보고 흠짓 놀라는 모습들이다.
잠시 강인태를 관찰하던 그들은 갑자기 소리를 치며 둥둥 북을 친다.
그러고서는 강인태를 빙 에워싼다.
강인태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으로 인해서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는 살았다는 안도감이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감정들을 쏟아내는 것이다.
소란스럽던 그들은 강인태의 눈물을 보자 서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강인태는 살려달라는 애원을 한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고 자신의 말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 내려고 애를 쓴다.
그들은 강인태를 포박을 해서 데리고 간다.
행여 다른 부족의 첩자라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들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포박을 하여 데려가는 것이다.
강인태는 순순히 포박을 당하며 그들이 끌고 가는 대로 몸을 맡긴다.
그들이 자신들의 마을로 가는 길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다행스럽게도 가는 길목에서 웅덩이를 발견하고 그들이 원하는 물을 얻는다.
그들은 물과 다른 부족의 첩자를 생포해 가지고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들어서니 이미 모든 부족들이 나와서 환영을 한다.
한참을 그 모든 부족들은 강인태를 둘러싸고 북을 두드리며 무슨 의식을 치루는 것 같다.
강인태는 그들이 하는 대로 그대로 순종을 하며 묵묵히 기다린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든 의식을 마치는 것 같다.
족장인 듯한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에게로 다시 끌려간다.
강인태는 손짓발짓으로 밀림 속에서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표현해 내려고 애를 쓴다.
영어로 말을 해 보지만 알아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러나 강인태의 온 몸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통했는지 그곳에서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진다.
강인태는 비로소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다시 솟구치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이제는 이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인지 아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강인태는 지금 그곳도 건기로 인해서 가까이 있는 계곡의 물이 말라서 부족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부족 원을 따라 물을 찾으러 가면서 그곳의 언어의 소통을 위해서 열심히 그들의 언어를 배우려고 한다.
부족의 인원은 통 털어서 삼십 명 정도로 작은 부족원이다.
그들은 외부세계와 철저하게 차단이 되어 자신들만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나체로 살아가면서도 늘 밝고 긍정적인 그들의 모습이다.
주로 사냥을 하고 밀림 속에서 열매를 찾아서 먹고 산다.
강인태 역시 남자들 무리에 끼어서 사냥에 동참을 한다.
이 부족들의 언어를 배우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들의 삶은 모두 공동체다.
먹을 것이 생기면 모두 함께 모여서 나누어 먹는다.
남자와 여자의 일이 구분이 된다.
여자들은 주로 먹을 것을 준비하고 육아를 담당하고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밀림 속으로 들어가 과일과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해온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강인태를 위한 움막이 지어진다.
부족의 일원으로 받아드려졌다는 의미다.
강인태는 점차로 안정이 되어가지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알 수가 없다는 생각에 또 다시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기로 한다.
이렇게 사람들 속에서 지내다 보면 무엇인가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부지런히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배운다.
이정아는 이제 유용재와의 재혼을 놓고 고심을 한다.
이제 그와의 재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완강하게 반대를 하고 나서는 수진이로 인해서 마음의 갈등이 심하다.
이제 수진이도 고등학생이 되어 어느 정도 모든 것을 이해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엄마의 재혼을 극구 반대를 하고 나선다.
“엄마!
아빠를 기다리고 살면 안 돼?
아빠를 기다리면서 나하고 둘이서 살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수진아!
너도 이제는 어린아이가 아니야!
아빠가 돌아오지 않으신다는 것은 이제 너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나이다.
언제까지 그런 희망으로 아빠제사도 지내지 못하게 하고 있을 것이니?“
”절대로 아빠는 죽지 않았어!
난 울 아빠의 시신을 보기 전에는 믿지 않아!
그리고 엄마가 용재아저씨하고 결혼을 하는 것도 정말 싫어!“
“우리가 용재아저씨가 아니면 누굴 믿고 살아왔겠니?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고 모든 것을 다 해준 사람이냐?
특히 너에게는 아빠나 다름없는 사람이 아니니?“
”절대 내 아빠는 아니고 내 아빠도 될 수 없어!“
이정아는 오늘도 수진이와의 대화에서 긴 한숨을 내 쉰다.
이젠 꽃가게도 그만 두었다.
그 건물이 헐리게 되고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용재는 그런 이정아에게 청혼을 한 것이다.
유용재의 청혼이 아니더라도 이미 이정아의 마음은 유용재의 사랑을 받아드리고 그와의 앞날을 기대하고 있다.
유용재 또한 어머니인 심숙희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친다.
심숙희도 강인태를 잘 알고 있다.
강인태와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낳은 여자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어머니!
이미 그 친구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이상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차라리 여자의 남편이 누군 줄 모른다면 나도 반대를 하지 않겠다.
그렇지만 인태와 살던 여자를 네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마음이 찜찜하고 내키지 않는 일이다.“
”어머니!
제 나이가 벌써 사십의 중반입니다.
제가 지금 처녀장가를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못할 것이 뭐가 있어?
네 마음이 이미 그곳에 가 있으니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네 눈에 차기나 하겠니?
대체 얼마나 여우같은 짓을 해서 네 마음을 빼앗았는지 모르지만 난 허락을 할 수가 없다.“
”어머니!
제가 지금 어머니에게 결혼 허락을 받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미가 반대를 해도 굳이 하겠다는 것이냐?“
”네!
이미 제 마음이 확고해졌고 그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없습니다.
오직 그 사람만을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입니다.“
심숙희는 아들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지만 아들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다.
유용재는 자신의 확고한 마음을 가족들에게 전하고 결혼을 서두를 생각을 하며 이정아를 만나러 아파트로 간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정아!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우리 수진이의 마음이 너무 단호해서 설득을 할 수가 없어요.”
“수진이 때문이라면 내게 맡겨요.
수진이가 아직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커서 그럴 것이오.
이제는 조금씩 현실을 받아드리게 될 것이오.“
유용재는 가만히 정아를 끌어안는다.
정아는 용재의 말대로 수진이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용재의 품안이 따뜻하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도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수진이다.
아무리 시댁에서 제사를 모시려고 해도 수진이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더 이상 무엇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진이는 아빠의 생일만 되면 늘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과 미역국 그리고 케이크를 사서 촛불을 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엄마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준비를 한다.
그런 수진이를 보면서 이정아는 자신이 이제 남편을 떠나 유용재의 품안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는 것이 죄인 같은 심정이 되곤 한다.
자신의 마음도 수진이처럼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을 향해서 지고지순하게 마음을 바치며 살아가고 싶은 생각보다는 유용재가 주는 행복에 몸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다.
유용재는 수진이와 마주 앉는다.
고등학생이 된 수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훌쩍 큰 키를 가지고 있다.
뽀얀 피부를 가지고 있기에 멀리서도 돋보이는 인물이다.
참으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수진이의 모습이 유용재는 자랑스럽다.
“수진아!
내가 싫으냐?“
”아저씨!
이 문제는 제가 아저씨가 싫고 좋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아빠가 살아계시는데 다시 또 새 아빠가 생긴다는 것은 제게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진아!
네 마음이 어떤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려서부터 너를 보아온 나다.
내가 왜 수진이의 마음을 모르겠니?
그러나 수진아!
이제는 현실을 받아드리고 엄마의 행복을 위해서 아빠를 편안한 마음으로 보내드리면 어떻겠니?“
”아저씨!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빠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저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우리 아빠는 아직 살아있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력에 시달리고 있을 나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특히 네 아빠의 어머니인 할머니께서 아빠의 혼을 생각하고 아빠의 영혼이 굶주림에 떠돌아다니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아파하시며 힘들어 하시는 줄 알지 않니?“
”.............................“
”수진아!
이제 그만 아빠를 편안하게 놓아주자.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행복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수진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이 참으로 야속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자신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그 무서운 정글 속에서 살아남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늘 꿈에서 보이는 아빠는 반드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주고 있다.
아빠는 늘 돌아온다는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수진이는 그것을 믿고 있다.
반드시 아빠는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아빠를 죽은 사람으로 취급을 하고 제사를 지내자는 할머니의 말에도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엄마의 마음은 완전하게 아빠로부터 멀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오고 아빠가 불쌍해진다.
엄마의 마음이 어떻게 아빠로부터 멀어질 수가 있다는 말인가?설사 아빠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자신과 둘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 엄마가 밉다.
아빠를 배신하는 것 같은 엄마가 밉다는 생각에 더욱 심술을 부린다.
아빠만을 생각하고 아빠만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인가?
아저씨가 아니라고 해도 먹고 살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수진이다.
매달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임대료가 들어오는 것을 안다.
그것만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둘이서 살아갈 수가 있을 것이 아닌가?
수진이는 엄마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심술을 부리고 완강하게 반대를 해도 이미 엄마의 마음은 아저씨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가끔은 아저씨를 위해서 식탁을 차리고 온 정성을 다해서 아저씨를 받들어 모시는 것을 보면 심술이 난다.
이정아는 그런 딸의 눈치를 보면서도 유용재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하고 있다.
이미 부부로서 한 몸을 이루고 있는 그들이다.
유용재가 주는 커다란 행복에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는 이정아다.
가끔은 유용재의 집으로 가서 늦게까지 머물다 온다.
유용재의 살 냄새를 맡으며 그가 주는 육체적인 쾌락에 몸을 맡기며 행복해하며 그의 아내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을 한다.
“결혼식 날을 잡읍시다.”
“..............수진이가 참석을 하지 않겠지요?”
“이제 수진이 신경을 쓰지 마시오.
때가 되면 스스로 모든 것을 깨닫고 우리들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오.
그리고 그 집은 수진이를 위해서 처분하지 말고 임대를 줍시다.“
”네!
그렇게 할게요.“
이정아는 모든 일에 수진이를 생각하고 있는 유용재가 고맙다.
그들은 간소하게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한다.
유용재가 아직 총각이기에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며 결혼날짜를 잡는다.
유용재의 스케줄에 따라 한가하고 휴가를 내기에도 좋은 날을 택한다.
어머니인 심숙희는 영 마땅스럽지 못한 마음으로 아들의 말을 듣는다.
기어이 어머니가 반대를 하는 결혼을 하겠다는 아들이 밉다.
수진이 또한 이젠 엄마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엄마!
결혼을 하시는 것은 더 이상 반대를 하지 않을게요.
대신 난 이 집에서 혼자 살아갈 것입니다.“
“뭐야?
그건 안 돼!
아직은 엄마가 더 돌봐주어야 하는 나이인데 어떻게 너를 두고 엄마만 갈 수가 있겠어?“
이정아는 펄쩍 뛰며 반대를 한다.
“이제는 저도 제가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됩니다.
엄마가 없어도 얼마든지 혼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엄마는 엄마의 행복을 찾아서 가면 되고 저는 저대로의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수진아!
제발, 제발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의 마음을 알아줘!
엄마는 너를 두고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엄마!
내가 언제까지 엄마에게 짐이 될까요?“
“짐이라니?
자식이 짐이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네가 독립을 해도 좋은 그런 나이가 되면 독립을 시켜줄게!
그리고 이 집은 팔지 않고 그대로 둘게!
언제든지 네가 필요하면 와서 살아도 되고 잠시라도 네 마음이 불편하면 와서 있다가 가도 될 수 있게 그냥 둘게!“
이정아는 애원을 한다.
수진이는 이 집을 그대로 둔다는 조건하에 대학을 입학하면 독립을 하겠다는 것을 약속을 받아낸다.
대학을 갈 때까지 아빠의 소식을 듣지 못한다면 그때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아빠를 떠나보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정아는 그렇게 가까스로 수진이의 마음을 얻어내고 결혼식을 준비한다.
이제 일주일후면 그들의 결혼식이다.
이미 유용재의 집으로 모녀가 옮겨져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수진이는 여전히 아저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마음으로부터 새 아빠로 받아드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유용재는 그런 수진이를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드린다.
이정아는 속이 메스꺼운 것을 느끼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부인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다.
임신인 것이다.
유용재는 정아의 임신을 알고 기분이 붕 뜬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짝을 만난 것이라고 그리고 이제야 자신이 아빠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어머니도 임신한 것을 아시게 되면 분명히 며느리로서 사랑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입이 저절로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정아는 그렇게 혼전 임신을 하고 유용재와 결혼식을 올린다.
수진은 엄마의 결혼식에 역시 참석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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