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경 제12권
51. 이앵무문사제품
단본에는 순번이 58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수달(須達) 장자는 불법을 공경하여 믿고 스님들의 시주가 되어 일체 필요한 것을 모두 이바지하였다. 그래서 여러 비구들은 그 필요를 따라 날마다 왕래하면서 설법하여 가르쳤다.
수달 집에는 앵무새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 이름은 율제(律提)요, 또 한 마리 이름은 사율제(賖律提)였다. 그들은 성품이 영리하고 지혜로와 사람 말을 잘 알아들었다. 여러 비구들이 그 집에 내왕하면 그때마다 그들이 먼저 그 집 사람들에게 알려 주었다. 그래서 그 집 사람들은 자리를 털어 정돈하고 손님을 기쁘게 맞이하였다.
그때 아난은 그 집에 가서 새들이 영리한 것을 보고, 마음으로 사랑하여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에게 법을 가르쳐 주리라.”
새들은 기뻐하였다.
아난은 4제법(諦法)을 가르쳐 주고 게송으로 외우게 하였다.
두가(豆佉)ㆍ삼모제야(三牟提耶)ㆍ니루타(尼樓陁)ㆍ말가(末加)
[진[(晉)나라말로 고(苦)ㆍ습(習)ㆍ멸(滅)ㆍ도(道)라는 뜻이다]
그 집 문 앞에 나무가 있었다. 새들은 법을 듣고 기쁘게 외우면서 차례로 날아 나무를 오르내렸다.
이렇게 그들이 배운 4제의 묘법을 외우면서 일곱 번을 되풀이하다가 날이 저물어 나무에서 잘 때에 들살쾡이가 와서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 법을 외운 공덕으로 4왕천(王天)에 태어났다.
이튿날 때가 되어 존자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새들이 살쾡이한테 잡아먹혔다는 말을 듣고 가엾이 여겨 부처님께 돌아가 아뢰었다.
“수달 집에 앵무새 두 마리가 있기에 제가 어제 4제를 가르쳐 주었는데, 어젯밤에 죽었다고 합니다. 알 수 없습니다. 새들은 지금 어디 가서 태어났습니까? 원컨대 부처님께서 저를 가엾이 여겨 가르쳐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명심하라. 그것을 설명하여 너를 기쁘게 하리라. 그들은 너한테서 법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받들어 가졌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는 4왕천에 났느니라. 이 염부제의 50년은 저 4왕천의 하룻밤인데, 거기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4왕천의 수명은 5백 세이니라.”
아난은 여쭈었다.
“그들은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욕계(欲界) 6천(天)의 둘째인 도리천(忉利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백 년은 이 도리천의 하루 낮 하룻밤인데,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저 도리천의 수명은 천 세이니라.”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셋째인 염마천(炎摩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2백 년은 저 염마천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저 염마천의 수명은 2천 세이니라.”
아난은 다시 여쭈었다.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넷째인 도솔천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4백 년은 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하루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도솔천의 수명은 4천 세이니라.”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다섯째인 불교락천(不憍樂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8백 년은 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하늘의 수명은 8천 세이니라.”
“거기서도 목숨을 마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욕계 6천의 여섯째인 화응성천(化應聲天)에 날 것이다. 이 염부제의 1천6백 년은 그 하늘의 하루 낮 하룻밤이다. 거기서도 30일을 한 달로 삼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다. 그런데 그 여섯째 하늘의 수명은 1만 6천 세이니라.”
“거기서 또 목숨을 마치면 다시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도로 다섯째 하늘에 날 것이다. 이렇게 차례로 4왕천에 내려올 것인데, 일곱 번을 오르내릴 것이다. 욕계 6천에 나서는 마음대로 복을 받으면서 하늘 수명을 다할 때까지는 중간에서 일찍 죽는 일이 없으리라.”
“그 6천의 수명이 다하면 어디 가서 나겠습니까?”
“도로 이 염부제로 내려와 인간에 태어나서는, 집을 떠나 도를 배울 것이다. 전생에 새로 있을 때에 4제를 외워 가졌기 때문에 마음이 스스로 열려 벽지불이 될 것이니, 하나는 이름을 담마(曇摩)라 하고, 또 하나는 수담마(修曇摩)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이나 성현이나 천상ㆍ인간의 사람들이 많거나 적거나 복을 받는 것은 다 좋은 법에 선(善)의 인(因)을 심었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뒷날에 제각기 묘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그때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