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애경 제8권
25. 지본혜업품(智本慧業品)
[지혜의 근본과 지혜의 업]
그때에 지적(智積)보살이 그 모임에 있다가 부처님 앞에 나아와 여쭈었다.
“보살이 어떻게 해야만 보요 다라니를 얻어 다시 잊어버리지 않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며, 또 그 다라니의 힘으로 스스로 업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족성자야, 그 어떤 보살이든지 지혜의 근본에 머물러 지혜의 업을 일으켜야만 비로소 보요 다라니를 얻어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고 중생을 이익되게 할 수 있느니라.”
지적보살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거룩합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해설하여 주옵소서.
어떤 것을 지혜의 근본이라 하고 어떤 것을 지혜의 업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해 해설하리라.”
지적보살은 분부를 받아 들었다.
부처님께서 족성자에게 말씀하셨다.
“이치를 자세히 듣고서 마음에 간직하여 잘 생각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법을 들은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원만히 해설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관찰하여 분별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대중을 계몽시켜 그들로 하여금 깨달아 알게 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차례에 따라 잘 관찰하여 그 근원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때에 맞추어 중생을 일깨워 건립(建立)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평등한 행을 닦아 치우침을 없애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고르고 반듯한 행을 받들어 삿되거나 의심스러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마음에 아무것도 나는[生] 것이 없으며 전연 집착하지 않음이 지혜의 근본이고,
마음은 비록 나는 것이 없더라도 경전을 널리 설할 수 있음이 지혜의 업이다.
한가한 곳에서 고요히 생각하여 적막한 마음을 지님이 지혜의 근본이고,
몸과 마음이 함께 조용하여 어지럽지 않음이 지혜의 업이다.
마음이 항상 집중하기를 즐겨해 만 가지 일이 일어나지 않음이 지혜의 근본이고,
1승의 이치를 분별하여 어기거나 버리지 않음이 지혜의 업이다.
오로지 담박한 마음을 닦아 널리 관찰함이 지혜의 근본이고,
밝은 해탈을 얻어 뭇 어두움을 깨끗하게 제거함이 지혜의 업이다.
오롯하게 해탈의 문을 따름이 지혜의 근본이고,
과거ㆍ미래ㆍ현재 3세의 일을 증명함이 지혜의 업이다.
도(道)의 이치를 독실히 믿어 의혹을 없앰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거리낌을 다 벗어남이 지혜의 업이다.
그 마음이 겁약하지 않고 용맹스러운 슬기를 지님이 지혜의 근본이고,
몸과 마음이 여유가 있어 급급하지 않음이 지혜의 업이다.
그 뜻이 조용하여 급작스럽게 움직이지 않음이 지혜의 근본이고,
멀고도 오래된 일을 생각하여 다 기억함이 지혜의 업이다.
헐뜯기는 일이 있더라도 곧 마음을 억제할 줄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마음이 항상 바르고도 안정되어 제자리를 지키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올바른 뜻을 닦아 그 뜻으로 법을 통달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 뜻은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하는 것도 아님이 지혜의 업이다.
네 가지 바른 노력[四正勤]으로 그 나쁜 근원을 버리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이미 근원을 깨끗이 하고서 뭇 결함을 아주 제거하여 모든 법을 깨닫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신족(神足)을 배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며,
이미 행하는 곳이 없으면서도 멀리까지 신족을 구사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다섯 감관[五根]을 조복하여 그 근원을 항상 고요하게 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감관의 그 귀취(歸趣)를 분별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다섯 가지 힘[五力]에 머물러 움직일 수 없는 세력을 지니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악마와 진로(塵勞)를 제거하되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일곱 가지 깨달음[七覺]을 요달하여 유순하는 인[柔順忍]을 얻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법을 분별하되 그 법이 다 자연스러운 것이 지혜의 업이다.
바른 길을 모두 통창하여 막힘 없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떠돌아다니는 뗏목[浮筏]의 비유를 식별하여 법답지 못한 자를 법에 세우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괴로움과 집기[集]를 분명히 알아 도업(道業)을 닦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진리를 다하는 지혜의 근본이란 끝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경전을 외워 그 문장과 구절의 이치를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이미 경전에 통달하여 받들어 행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들은 것을 모두 그대로 기억하여 간직함이 지혜의 근본이고,
뭇 이치를 실행에 옮기되 그 이치를 어기지 않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음향(音響)을 받아들이되 거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경전에 수순하여 그 바른 뜻을 아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모든 만물은 덧없는 것임을 관찰함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법에 지어감[行]이 없음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모든 만물은 죄다 괴로운 것임을 관찰함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법은 본래 다 공하여 허무한 것임을 깨달음이 지혜의 업이다.
모든 법에는 내가 없음을 관찰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중생들은 본래가 다 청정하다고 관찰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진리의 법을 듣고서 공포를 느끼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법의 그 귀취(歸趣)를 분별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열반이란 고요하고도 담박한 것임을 관찰함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법은 본래가 청정하고도 적멸한 것임을 깨달음이 지혜의 업이다.
경전의 이치를 듣고서 주저하거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의리(義理)를 분명히 깨달아 그 올바른 귀취를 아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진리다운 법을 듣고서 그 깊고 넓음을 의심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분별하는 변재로써 그 근본을 판단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어떤 음성을 들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수시로 널리 법을 펼쳐 각각 그 처소를 얻게 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부처님의 변재를 듣고서 겁내거나 약해지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 변재를 알고서 두루 퍼뜨리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중생을 위해 인자한 마음으로 법행(法行)을 받드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자비심을 버리지 않고 그 자비를 중생들에게 더욱 더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스스로 자신을 위해서나 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비를 일으키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러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일에 다 집착을 떠나 다함이 없는 자비를 일으키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도법(道法)을 사랑하여 기쁜 마음을 내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 도법을 함부로 높이거나 낮추지 않는 동시에 어기거나 잃어버리지 않음이 지혜의 업이다.
얽매임과 위태로운 일을 떠나서 관찰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자신의 위치를 알고서 행동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항상 부처님을 기억하며 마음에 다른 생각을 두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법의 몸[法身]을 분명히 알아 치우침 없는 것이 지혜의 업이며,
항상 경전을 염하여 그 의리(義理)를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러면서도 그 의리를 분별하여 욕법(欲法)을 여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항상 성인들을 기억하여 모든 도를 공양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무위법을 얻어 더러움 없음을 관찰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항상 혜시(惠施)를 기억하여 모든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번뇌를 버리고서 도의 뜻에 수순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항상 금계를 기억하여 스스로가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러면서도 자기의 소행에 있어서 행한 바 없으면서 그 금계를 식별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항상 하늘을 염하여 뜻을 깨닫게 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 법이 청정하여 더러운 번뇌를 여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어떤 것을 듣더라도 그 들은 것에 대한 이치를 풀이하여 통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세속과 더불어 덮거나 계교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하는 사업에 있어서 조용하고도 자세하여 실수 없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그 하는 주체도 없고 갚음도 없음을 환히 깨닫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스스로 훌륭한 체하여 교만을 부리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끝없는 총명을 얻어 큰 지혜를 성취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자신을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일을 일으키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8만 4천의 경법 갈무리[藏]를 다 간직한다면 이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8만 4천의 모든 행을 분별한다면 이것이 지혜의 업이다.
그 시기를 알아 때맞추어 경전을 널리 설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응하는 그대로 경전을 강설하되 어기거나 잘못됨이 없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중생을 개화하여 도를 건립(建立)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지혜바라밀과 착한 방편으로 중생을 가르쳐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세우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다섯 갈래[五趣]에 태어남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태어나는 곳마다 많은 중생을 이끌고 보호하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스스로 정근하여 음향의 인[音響忍]을 체득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항상 올바른 수행으로써 생멸에 대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스스로 그 절도를 지켜 유순하는 인[柔順忍]을 얻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부지런히 수행하고자 발심하여 퇴전하지 않는 지위에 서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초연하게 아유안(阿惟顏: 灌頂住)의 자리에 나아가는 것이 지혜의 업이다.
그 행을 이룩하기 위해 보리수 아래에 앉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고,
모든 의심과 거리낌을 끊고서 이 평등을 수행하기 위해 발심할 때마다 이치에 수순하여 더 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성취함으로써 가장 올바른 깨달음을 얻는 것이 지혜의 업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