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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영락경 제10권
30. 삼도삼승품[2]
[벽지불의 3승]
그때에 사리불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여래께서 보살마하살의 보살 대승ㆍ보살 벽지불승ㆍ보살 성문승을 말씀하심을 듣고서 온갖 중생이 모조리 다 받들어 행하고 믿어 즐기면서 받아들이고 있사옵니다.
이제 청하옵건대, 여래께서는 벽지불 보살대승과 벽지불 벽지불승과 벽지불 성문승을 말씀해 주소서. 원컨대 즐겨 듣고자 하오니, 마음의 의심을 풀어 주소서.”
[벽지불 보살대승]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생각하고 생각하여라. 나는 마땅히 너에게 낱낱이 분별해 주겠노라.”
사리불이 답하여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44강하 모래 수효를 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는데 그 이름을 뇌후(雷吼)라 부르고, 부처님의 이름은 여의(如意)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시었다.
그 나라는 특수해서 7보(寶)로 이루어졌으며, 중생은 어질고 온유하며, 변재가 통달하고 지혜가 바다 같으며, 말을 망령되게 발하지 않고 청백한 일만 말함을 금계(禁戒)로 삼고, 법과 법이 성취됨에 서로 거역하지 않느니라.
그곳에도 욕지가 있는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으니, 그 욕지 가운데는 7보로 장엄된 금강(金剛) 사자좌(獅子座)가 있는데, 높고 넓어서 위로는 중생의 밖에까지 사무쳤느니라.
온갖 벽지불 보살대승은 모두 그 나라에 태어나서 함께 서로 공경하고 순종하면서 잘난 체하는 생각을 품지 않나니, 본래 지은 인연으로서 서원을 어기지 않음이니라. 머물러 사는 수명은 항하의 모래 수효이고 신족이 자재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게송을 설해 주었다.
허공에는 변제(邊際)가 없듯
청백한 행은 각기 뛰어나며
마음은 본래 없음[本無]의 지혜와 같음은
연각으로 말미암아 이로운 바일세.
연각보살승은
옛적에 발한 뜻을 말미암아 얻어서
광명의 모습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우열(優劣)의 행을 계교하지 않네.
온갖 고뇌를 영원히 여의어서
모든 법상(法相)을 빠트리지 않으니
이에 무수한 세대로부터
행이 지극하여 부처를 이루었네.
바른 법은 허공과 같고
4대(大)는 인(因)한 바가 없네.
모였다 흩어짐은 잠깐 사이이니
무생(無生)이라 일어나고 멸하지 않네.
사람 몸에 근심걱정 많음은
연대(緣對)에 얽히고 집착한 탓이나
그 나라는 적정(寂定)해서
이 온갖 근심을 벗어났네.
만일 뭇 중생으로 하여금
정진하여 공덕을 늘리게 하고
죽지 않는 법 얻고자 하거든
반드시 원하라,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가령 그 부처님을 생각해서
내 땅에 오게 하고자 해도
인연 없고 일어나는 상념 없으면
끝내 이 나라에 오지 않으시네.
모든 부처님 나라
저마다 뛰어나고 특별한 까닭은
숙세의 발원으로 말미암아
제도하는 바가 각각 같지 않기 때문이네.
법의 변재[法辯]는 뜻을 신묘하게 하고
뜻[義]의 변재는 뭇 의심을 끊으며
감응의 변재는 소리의 과보와 같아
이 네 가지를 모조리 갖추었네.
만일 저 부처님을 원하고 즐겨함을
세워서 성취하고자 하는
큰 서원이 광대한 이라면
뜻을 세우라, 헛되이 속이지 않으리라.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당시 좌상의 7만 비구가 본래 소승(小乘)을 구하여서 번뇌를 끊고 증득을 취했었는데, 모두 다 뜻을 돌이켜 그 나라에 태어나서 벽지불 보살대승이 되기를 원하였다.
[벽지불 벽지불승]
그리고 다시 무수한 여러 하늘과 인간의 백성들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었다.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보살마하살의 세 가지 도와 3승(乘)을 설하시고 또다시 벽지불의 보살대승을 연설하심을 듣고서, 온갖 모인 대중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공덕이 갖춰지면서 선한 마음(善心)이 생겼나이다.
이제 원컨대 벽지불 벽지불승을 듣고자 하오니, 그 뜻은 어떠한지 중생의 마음으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84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고 나서 다시 그 수효만큼을 지나면 부처님 나라가 있는데, 그 이름을 청유리(靑琉璃)라 하고, 부처님의 이름은 신상(身相)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시었다.
그 나라는 넓고 넓되 온갖 더럽고 악함이 없고, 땅은 평평하고 탄탄하여 걸림이 없다.
그곳에 있는 욕지는 청량하고 미묘하며, 욕지 한복판에 있는 7보로 장엄된 높은 좌석은 높고 넓어서 중생계의 끝에 달하였다.
온갖 벽지불 벽지불승을 얻은 이는 모두 그 나라에 나타나서 두루 유행(遊行)하며 교화하면서 묘한 법의 훌륭한 행을 강론하였다. 온갖 염원을 발하여 그곳에 태어나고자 한 이는 모두 본래 마음을 성취하여서 중간에 걸림이 없었다.”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게송을 설해 주시었다.
한결같은 심(心)ㆍ의(意)ㆍ식(識)으로
뜻을 잡아서 흔들림 없고
본원(本願)이 이끄는 바를 이어서
비로소 그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네.
덕을 쌓음은 항하 모래와 같고
나고 죽는 근본을 뽑기를 구하여
본무(本無)의 성품은 항상 정(定)하니
열반은 청정한 즐거움이라네.
벽지불 연각승은
마음을 잡아서 변제가 없고
유리(琉璃)의 찰토는 묘하며
신상(身相)은 여래의 거처일세.
얼굴은 흰 연꽃과 같고
향기는 온갖 세계에 풍겨
나머지 도의 과[道果]를 받지 않고
해탈하여 헤아릴 수 없는 묘함에 이르네.
부처님 경계는 비어서 끝이 없고
제도하는 바도 헤아릴 수 없네.
벽지가 모인 곳에서
법의 뜻의 무궁함을 설하네.
공(空)을 알아서 공이 있지 않고
불퇴전에 나아갈 것을 뜻하며
행은 신선의 경지를 초월하니
그래서 벽지승이라 호칭하네.
대저 깊고 묘한 여래의
집착 없는 행을 높이고자 해서
저마다 각기 일제히 원을 발하면
부처 이루기 어려울 것 없네.
중생은 위ㆍ중간ㆍ아래가 있고
마음씨도 각각 같지 않으니
오직 반드시 한뜻을 거둔다면
도과(道果)가 자연히 이르리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70천의 비구가 모두 큰 서원을 발하여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였다.
그리고 다시 보살행을 하는 무앙수의 사람들이 신상(身相) 여래ㆍ지진ㆍ등정각 및 저 찰토의 여러 벽지불을 원하고 기꺼이 보고자 하였다.
그때에 세존께서 저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는 문득 정수리의 광명[頂相光明]을 놓으시어 저 부처님 나라를 비추시니, 손바닥에 있는 구슬을 보는 것처럼 환하고 크게 밝아서 그 나라의 청정하고 티 없는 위대한 성현들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때에 세존께서 광명을 도로 거두어서 정수리로 집어넣으시니,
여러 보살대중이 곧 크게 깨닫고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는 앞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대성인(大聖人)께서 도(道)로써 교화를 베푸시매 이미 광명을 입어서 저 국토를 보았사오니, 저희들 몸으로 하여금 이 형상과 목숨을 버리고 유리(琉璃) 부처님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옵고 즐기고자 하옵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뭇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족성자여, 뜻을 발함이 광대하고 큰 서원이 깊고 굳건하면, 그대들은 각각 모두 저 나라에 태어나서 동시에 부처를 이루어 공덕을 성취하리라.”
그때 여러 보살들이 수기를 받고 나서 일어나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는 도로 제자리로 돌아갔다.
[벽지불 보살성문승]
그때에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여래께서 보살 대승, 보살 벽지불승, 보살 성문승, 벽지불 보살승, 벽지불 벽지불승을 설하심을 듣고서 여기 모인 온갖 중생들이 신심(信心)이 성취되어 각각 도증(道證)은 얻었사오나, 여래께서 벽지불 보살성문승을 설하심을 듣지 못했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열어 보이시어 해설하시고 때에 따라 권하고 이끌어서 모인 이들로 하여금 모두 듣고 알게 하여 주소서.”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1억7백만 강하의 모래 수효를 가면, 그곳에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이름이 흥현(興顯)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광요(廣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지금 현재 법을 설하셔서 제도한 사람이 한량없고, 세계는 깨끗하고 묘하여 온갖 덕을 갖추었느니라. 뜻의 취향[志趣]은 모두 같아서 서로 어기거나 등지지 않고, 네 가지 평등으로 일체를 불쌍히 여겨서 두루 돌아 교화하되 근본 행을 여의지 않고, 바른 법과 신족 변화를 일으켜 나타내느니라.
그곳에도 욕지가 있으니, 7보로 장엄하여 광명과 광명이 서로 비추는데 보아도 싫증나는 일이 없느니라.
욕지 속에서는 여러 가지 꽃과 과실이 자라나서 향내를 풍기는데, 향기의 퍼짐을 이루 헤아릴 수 없느니라.
욕지 한복판에 있는 7보로 된 높은 좌석은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위로 범천(梵天)에까지 이르렀다.
온갖 큰 성현들이 모두 그 나라에 모여들어서 여래의 6바라밀을 베풀어 창달하고, 지혜로 듣고 베풀어서 본원(本願)을 여의지 않으며, 열여섯 가지 훌륭한 여래의 깊은 곳간을 낱낱이 통달하여 앞에 나타내느니라.
그 나라의 중생은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과 삿된 소견이 없느니라.
저 욕지의 첫째 이름은 진구(塵垢)요, 둘째 이름은 수증(受證)이니,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본래의 서원이 굳건하고 마음의 소원이 청정하면 그 나라에 태어나게 되어서 갖가지 근(根)이 청정하고 6정(情)을 완전히 갖추리라.
모두 욕지에 나아가서 스스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즉시 욕지 위에서 온갖 티끌의 더러움을 없애고 벽지불 보살성문승을 이루어서 등정각의 도를 얻느니라.
그리하여 갖가지 모습으로 몸을 장엄하여 보아도 싫증남이 없나니, 이것은 숙세의 염원을 말미암아 도를 이룬 과증(果證)이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마음은 온갖 행의 근본으로
인도하고 끌어서 식(識)의 언덕을 건너고
큰 서원으로 스스로 거느려서
두려움 없이 정각을 이루네.
공도 잊고 형상도 헤아리지 않고
심상(心想)의 법도 없애 버리며
3유(有)에서 형상과 얽매임[形累] 없애면
자연히 각(覺)의 도를 이루네.
부처님은 본래 공혜(空慧)를 닦아서
저기 여기서 구하지 않으니
앞뒤의 마음 모조리 멸하면
이로부터 도과(道果)를 이루리.
금생은 후생이 아니니
가짜 호칭으로 그 이름 이루고
사람을 환법(幻法)으로 미혹해
깊은 못에 빠지게 하네.
흥현 국토는 묘하여서
온갖 성현이 구름처럼 모이고
광요(廣曜) 여래 존자께서
그곳에 계시면서 교화하시네.
부처님 마음은 정(定) 아님이 없어
뜻이 굳건하여 움직일 수 없네.
행이 다하면 과실을 얻어서
곧 저 나라에 태어나게 되네.
욕지는 여덟 가지 해탈의 맛 같아
마시는 이는 온갖 근심을 없애며
맺히고 얽힘도 자연히 풀려서
문득 위없는 도를 얻네.
벽지불 성문승의
공덕은 가히 다할 수 없으니
뜻을 잡아서 분산시키지 않으면
이윽고 여래의 행에 응하리라.
광명으로 사람을 제접해 교화하여
공덕업(功德業)을 연설하고
마음은 맑은 구슬처럼 청정해서
티끌 욕심에 물들지 않네.
그 나라는 실로 기특해서
온갖 행이 부사의하니
원하고 즐기고자 하는 이
나의 앞에서 의심 두지 못하리.
나는 마땅히 너를 붙잡아 주어
위신으로 몸을 옹호하리니
게으른 뜻 내지 말지니
후회할 뿐 이익은 없네.
옛적 수없는 겁으로부터
성현을 만나지 못하였으니
한번 인도(人道)의 근본 잃으면
구하고자 해도 매우 어렵네.
그때에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좌상에 있던 7천 명의 거사(居士)가 교만심을 버리고 잘난 체하는 마음도 없애서 화려한 장식에 집착하지 않고, 속으로 스스로 책망하였다.
‘저희들은 어리석고 미혹해서 속세에 물들어 온 지 오래인데, 이제 여래의 깊고 중요한 바른 법을 들었나이다.’
그리고는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서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는 즉시 부처님 앞에서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였다.
“저희들은 저 나라에 태어나길 원하고 즐기고자 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신력으로 제접하여서 모두의 한결같은 서원으로 하여금 중간에 걸리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거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도의 마음을 발함은 실로 있기 어려운 일이
나, 나는 마땅히 너희가 등정각을 이룰 것을 증명하리라.”
그때에 여러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수기 주심을 듣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에워싸서 세 번 돌고는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아래 절한 뒤에 각기 제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