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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앞에서 복사집을 운영하는 김효진씨. |
“아저씨 얼마에요?” “시험 떨어지면 만원, 붙으면 공짜!” 입사원서를 출력해가는 학생의 얼굴에 이내 웃음꽃이 핀다. 지난해 8월 한남동 단국대 이전과 함께 죽전으로 온 복사집 ‘카피프린스 1호점’. 이곳을 나서는 이들의 입가엔 항상 여유가 묻어난다. “그냥 웃음 한 번 줄 수 있으면 좋지. 한 장 두 장 복사하는 것은 귀찮아서 돈 안받아.” 단국대와 더불어 올해로 20년째 복사집을 운영하는 김효진(55)씨의 ‘복사인심’은 한남동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어 죽전 터 잡아 복사집 아저씨 김효진씨가 처음 단국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30대 중반이었다. 젊은 나이에 두 평 남짓한 복사집에서 일하는 것이 좀이 쑤시기도 했다는 김씨. 하지만 젊은 학생들과 함께 하는 일에 정이 붙어 어느덧 20여년을 함께 했다.
단국대가 한남동 캠퍼스 시대를 마감하고 이사를 오던 작년 여름, 아쉽게도 교내 복사실에 공간을 갖진 못했지만 김씨는 단국대와의 인연을 놓고 싶지 않아 죽전에 터를 잡았다. 아직은 임대료를 내기도 버겁다는 그 이지만, 학생들을 보는 그의 얼굴은 언제나 스마일이다. 부인이 서울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까닭에 생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던 그였지만, 부인의 만류에도 단국대와의 질긴 인연을 끊지는 못했다.
학생들과 친하다 보니 ‘프락치’ 의심 사실 김효진씨가 단국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과 맺어온 인연이 크다. 졸업생들이 음료수 하나 사들고 찾아오는 것이 제일 즐겁다는 그는 오늘도 김아무개의 안부를 묻는다.
“학생들이랑 너무 친해서 탈이지. 친구들 만나면 제발 철 좀 들라고 그런다니까. 아마 힘들지 싶어.”
워낙 학생들에게 격이 없다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예전에 총학생회장 하던 친구를 만났었는데, 대뜸 미안하다 그러는 거야. 왜그러냐 그랬더니, 내가 워낙에 친하게 대하니까 경찰 프락치로 알고 한 2년 동안 의심 했었다는거지.”
얼마 전에는 친한 학생과 비슷한 외모를 한 교수님에게 반말과 농담을 해 미안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내가 복사기랑 너무 오래 살아서 치매가 왔나 싶더라니까? 그런게 다 사는 재미지.”
욕심 없이 복사집 아저씨로만 남고 싶어 ‘평생 복사기랑 사는 게 지겹지는 않으세요?’ 농담 삼아 던지는 말에 김씨의 입가에 여유가 묻어난다.
“솔직히 젊었을 때는 다른 일도 많이 해보고 싶었지. 그런데 나이 드니까 그냥 이렇게 정착 하는게 좋더라고. 움직일 때 까지는 이일을 해야지 싶어. 젊은 학생들이랑 얼마나 좋아.”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복사기 앞으로 가는 복사집 아저씨 김효진씨. 복사기와 단국대와 함께한 20년, 그 세월에서 묻어난 여유만큼이나 이곳을 드나드는 이들의 하루도 여유 가득할 것 같아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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