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역 3번 출구여기는 '중동(中東)'입니다
어차피 이태원은 이국적인 것들의 집결지다. 제대로 된 모히토를 마실 수 있는 작은 쿠바가 있고, 당구와 다트 게임을 즐기며 세계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텍사스가 있고, 눈과 입이 모두 즐거워지는 프랑스 레스토랑이 있고, 미식의 천국 일본이 있다. 유동인구 70%가 외국인이다 보니, 웬만큼 이국적인 것들은 사실 이곳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이태원에선 한국문화가 비주류다.
세계 문화가 정신없이 혼합된 이곳에서 문화의 구획을 가르는 일은 애초에 진부하고 쓸데없는 짓이다. 이태원은 칵테일처럼 이리저리 뒤섞여 또 다른 제3의 맛을 만들어내는 '무국적 문화 공간'이다.
그 이태원에서 드물게 독자적인 순수성을 고수하는 특별한 거리가 있다. '이슬람 거리'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보광초등학교 골목으로 올라가면, 과연 이곳이 서울 한복판이 맞나 의심스러울 만큼 낯선 풍경이 단번에 두 눈을 사로잡는다. 푸른색 타일이 촘촘히 장식된 큰 아치형 대문을 통과하면 터키, 이집트, 요르단 등에서 눈이 닳도록 보았던 모스크가 당당히 위용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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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문화가 정신없이 혼합된 이태원에서도 독자적인 순수성을 고수하는 곳, 이태원 이슬람 거리.
'진리의 시작'을 의미하는 초승달 조각이 달린 첨탑이 건물 양옆에 삐죽이 솟아 있고, 가운데 돔 앞에 초록색 아랍문자가 그림처럼 새겨진 모스크다. 가운데 있는 문자는 '알라만이 가장 위대하다'는 뜻을 담은 글귀. 성당이나 교회가 흔히 그렇듯, 모스크 역시 비종교인에게도 자유롭게 문을 열어놓은 개방적인 공간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여성은 중앙 계단을 통과해 모스크에 입장하면 절대 안 된다는 것. 모스크 근처를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맘씨 좋아 보이는 남자가 먼저 다가와 이슬람 문화와 교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 뒤 남자는 2층 예배실로, 여자는 3층 예배실로 각기 다른 길을 안내해준다. 여자들의 입구는 짐작대로 비좁은 뒷길. 입장할 때부터 '남녀유별'을 강조하는 이슬람 문화의 특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바로 옆 이슬람문화연구소에선 각종 이슬람 관련 서적과 동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며, 아랍어 연수원에선 아랍어 강좌와 각종 문화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서울 안에 이처럼 이슬람 문화를 속속들이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이태원에 이슬람 거리가 생겨난 것은 벌써 30여년 전의 일. 중동에 한국 건설 인력들이 대거 유입되던 1970년대, 정부는 중동 국가와 우애를 다지고 국내 무슬림들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이슬람 전통 모스크를 건설하는 데 합의했다. 모스크가 이태원에 들어선 것은 1976년. 처음엔 소수의 무슬림만이 조용히 찾았지만, 요즘에는 이슬람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까지 이슬람 거리를 활기차게 메우고 있다.
이태원에서 이슬람 거리가 독자적인 구역을 형성한 이유는, 이슬람 문화의 폐쇄성이 아니라 특수성 때문이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은 다른 고기를 먹을 때도 까다로운 율법을 적용한다. 가축을 도축할 때 꼭 비스밀라(신의 이름으로 도축하는) 의식을 치르고, 최대한 급소를 내리쳐 고통 없이 죽인 후 피를 말끔히 제거한 고기만 비로소 입에 댄다. 이처럼 '신이 허락한 음식'을 가리켜 '할랄(halal)'이라 칭하는데, 이태원 모스크 근처에는 할랄 전문 마트가 서너 개 모여 있다. 무슬림들은 예배뿐 아니라 장을 보기 위해서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덕분에 사원 근처에는 자연스럽게 활기찬 이슬람 거리가 만들어졌다.
모스크 주변을 배회하다 보면 상점의 개수뿐 아니라 종류에도 혀가 내둘러진다. 할랄 인증 정육점, 이슬람 식재료 전문 마트, 이슬람 전문 전자상가, 시리아식 베이커리, 이슬람 여행사 등 웬만한 건 모두 갖춘 '이슬람 백화점'이다.
특히 재미있는 가게는 이슬람 전자상가 '살람닷컴'. 코란이 통째로 내장된 휴대전화는 살람닷컴의 인기 상품으로, 하루 다섯 번 이슬람 예배시간을 알려주는 편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슬람 전문 서점인 '이슬라믹 북센터'에선 코란을 비롯해 아랍문화 전반에 관한 서적을 판매하고, 히잡 전문 상점에선 싸고 질 좋은 히잡을 1만원 남짓에 판매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이 동네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터키전통음식점 살람 레스토랑(02-793-4323). 해밀턴 호텔 근처 고급 레스토랑의 절반 비용이면, 터키 샐러드를 비롯해 터키 수프, 양고기 케밥, 아이란, 애플 티 등 다채로운 식사를 풀코스로 즐길 수 있다. 살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고 난 후엔 시리아 전통 디저트 '바클라바'로 입맛을 달콤하게 정리할 차례. 시리아 출신 파티셰가 직접 구워내는 바클라바 전문점 살람 베이커리(02-749-4323)는 달짝지근하고 맛이 풍부한 디저트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이슬람 사람들뿐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꽤 인기가 좋다. 대표 메뉴는 피스타치오 파이 '셰비아'와 아랍식 쿠키 '고요타'다.
이슬람 거리에서 한나절을 오롯이 즐기고 나면 이슬람 문화가 더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 떠나는 중동여행. 이슬람 성지로 가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알고 보면 지하철 6호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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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에서 하차 후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이태원 메인 거리가 펼쳐진다. 이태원은 이태원1동에서 한남2동까지 약 1.4㎞의 거리를 일컫는다. 이곳 랜드마크는 해밀턴 호텔이며, 호텔 뒤쪽으로 고급 음식점과 바들이 즐비하다. 이슬람 거리는 해밀턴 호텔 맞은편, 소방서 골목으로 들어가 보광초등학교 옆길을 따라 약 15분 거리에 있다. |
첫댓글 좋은정보 고마워요 이태원가보구싶은데 같이동행할사람 있는교............
노랫소리 흥돋우니 더좋은데요....
같이 갈려니 거리가 쪼까 거시기 허네요잉.
고운 저녁 시간되세요
건강하시고요
둥지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신나는 음악이 관광버스를 연사하게 하는군요.
신납니다 감사합니다.
조자룡님의 신나는 댓글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건강하시고요
행복한 저녁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