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대상>
소중한 핸드폰
예산군 예산읍 아리랑로
정원희
“엄마, 핸드폰 그만 보세요!~”
초등학교 4학년 막내딸이 나에게 뾰루통하며 이야기한다. 그렇다. 나는 핸드폰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핸드폰을 그만 보고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하는 엄마이지만 다 나름의 속사정, 핑계? 가 있다
나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있다. 사진을 편집해서 영상으로 만들기도 하고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도 하면서 사진 찍는 소소한 취미를 가지게 되었다. 평범한 육아와 직장생활 속 심심한 삶을 살던 내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핸드폰 사진전에는 다른 인생의 순간이 당기고 있었다.
마음에 잘 맞는 엄마들이 함께 사진동호회 만들었다. 외로운 내게 핸드폰의 사진이 내 유일한 쉼터였는데 사진을 매개로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누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기 마련! 사진 찍는 법을 배우러 다녔고 치매 노인의 영정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것을 영정사진이 아닌 인생사진이라고 불렀다. 이 순간이 나의 가장 젊은 인생사진이라 불렀다. 곱게 화장을 해드리고 머리를 만져드리며 의자에 앉아 포즈를 취해 드린다. 아들과 딸과 함께 오시는 분들은 가족사진을 담아드린다. 혼자 쓸쓸히 초라한 옷을 입고 오시는 분은 우리가 준비는 한복과 모자 등으로 예쁘게 꾸며드린다. 곱게 웃으시며 깊게 패인 주름이 어르신의 지나간 인생이, 인생의 고단함이 느껴서 울컥하기도 하고 이렇게 인생사진을 담아드릴 수 있어서 감사함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이들이 춤과 노래를 하며 재롱잔치를 하고 편집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아이들과 함께 어르신 집으로 가져다드린다. 벅차오르는 뜨거운 뭔가 때문에 심심했던 내 삶이 선한 열정으로 점점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진동호회가 벌써 6년째이다. 그동안 인생사진을 찍어드린 어르신이 그 사진을 사용하시는 일도 많이 생겼다. 엊그제는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을 핸드폰에서 꺼내 보았다. 분홍색 옷을 입고 하얀 머리에 곱게 웃어 주시던 나의 첫 인생사진 주인공 할머니가 내 앞에 계신다. 사진을 하나씩 넘기면서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이 할머니 사진을 보면 왜그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쓸쓸히 혼자 오셔서 곱게 웃어 주시던 선한 모습이 마음이 아팠는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도 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자주 흘러 눈물을 닦느라 혼났다.
요즘 우리 동우회 엄마들은 플로깅을 하고 있다. 1달에 한 번 만나서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한다. 지난달에는 너무 더워서 아침 7시에 예산터미널에서 만나 쓰레기를 주웠다.
집게를 들고 쓰레기 봉지를 들고 다니는 우리 딸들과 엄마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우리는 언제나 만나면 행복하다. 서로를 좋은 곳으로 좋은 방향으로 함께 가니 말이다. 그동안의 우리의 모습이 훈장처럼 내 휴대폰 속 사진첩에 차곡차곡 저장되고 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 딸들은 아기에서 청소년이 되었고 나는 점점 늙어간다. 그래도 뭐 어 어때? 눈가에 주름이 늘어도 나는 멋지게 늙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나는 휴대폰의 사진첩을 보고 있다. 다시 추억여행 중이다. 순간이 기억나지 않다가도 사진을 꺼내 보는 순간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 이 사진의 순간이 어떤 감정이었고, 그날의 소중한 순간의 찰나의 느낌으로 돌아간다.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서 내 소중한 핸드폰의 사진첩에는 완장이 늘어가고 있다.
엊그제에는 장애아동 치어리딩을 가르쳐 이 글을 쓰고 있는 추사홀의 무대에서 공연한 영상이 담겨있다. 한동안 이 사진첩을 보며 빠져 있겠지.
“애들아, 엄마 휴대폰 좀 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