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말하는 화투(花鬪)는 '송학', '매조', '매화', '흑싸리', '난초' 등의 화초를 월별(月別)로 4장씩에 가치를 부여하여 12개월치를 그린 카드를 가지고 노는 놀이기구이다.
종전의 '민화투', '섰다', '육백', '도리짓고땡', '뽕'등의 제화투의 전 종목을 제압하고 지금은 고스톱이 황제로 등극을 하였지만 예전에는 민속놀이로 주로 '뽕'이라 불리우던 '나이롱 뽕'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었다.
나이롱은 나일론(nylon)의 일본식 발음이고 나이론은 농촌의 열악한 중노동에 쉽게 헤어지는 천연섬유에 맞서 쉽게 잘 닳아떠러지지 않으면서도 빛갈이 화려한 인공 화학섬유로서 우리 나라에서 나이론은 '좋은' 또는 '최신의'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되었었다.
고스톱에서의 인센티브는 조커를 몇 장 더 화투패 속에 집어 넣느냐에 따라 화투패도 48장이 아닌 49장, 50장 등으로 바끠면서 경우에 따라 쉽게 행운이 주어지는 게임이지만 뽕은 주어진 48장 속에서 연속적인 숫자를 모아야만 그 숫자의 합만큼 부채 탕감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가령 3월(매화)', '4월(흑싸리)', 5월(난초)', 6월(목단)', '7월홍싸리)', '8월(공산)'을 모았다면 '3+4+5+6+7+8(=33)'이란 합친 숫자만큼 탕감을 해주어 최소로 가벼운 숫자를 가진 1,2,3,.. 등의 순으로 등위가 결정되어 노력 결과에 따른 정해진 과실을 취득해 간다.
6개의 나란한 숫자는 우리가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웠던 등차수열에 해당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계산을 하는데 '3+8', '4+7', '5+6'의 합이 모두 '11'이므로 '11' 묶음이 3개인지라 '11x3=33'으로 쉽게 계산을 할 수가 있다.
그럼 '7월(홍싸리)'부터 '12월(비)'까지 6장을 모았다면 도합이 얼마나 될까?
간단하게 '7+12', '8+11', '9+10'으로 '19x3=57'을 쉽게 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에 열심히 배웠던 과목들중에서 사회 나와서 제일 도움이 안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 하던데 뽕을 치면 이렇게 수학2 시간에 배웠던 수열도 써먹지를 않던가.
그러나 고스톱은 그러하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쳐서 2등을 하더라도 소용이 없고 서부의 총잡이들처럼 오로지 1등만이 존재하는 살벌한 게임이다.
심지어 퍽이나, 쓰리, 싼 것을 들고 오면 남이 이미 가져간 패까지도 뺏어 오는 비정한 룰(rule)만이 존재할 뿐이다. 특히 서부 총잡이마냥 20걸음 등을 뒤로 물러난 후에 뒤돌아 총을 뽑을 수있다는 식의 제규정을 먼저 정해 놓아야만 하며 그렇지 않고 먼저 게임을 시작했다가 게임중 여러 경우의 수가 생기는 바람에 서로 자기들 식만의 고스톱 규정을 고집했다가는 실제로 졸지에 귀중한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어째던 고스톱은 처절하게 1등만을 가려내는 비정한 게임으로 그가 부모, 자식일지라도 그 자리에 앉으면 오로지 게임의 법칙만이 그 곳을 지배할 뿐 모든 제위의 동등한 지위가 주어진다.
어찌 보면 동지간에 초등학생이나 대학생이나 똑같은 지위의 형제라며 같은 금액의 용돈을 주는 역시 서구주의적 평등 개념에 속한다라고 하면 과언일는지 모르겠지만 개념은 얼추 비슷하다. 하지만 뽕은 독재자를 인정하지 않으며 단지 노력한 결과 만큼의 자기소득을 가져 갈 뿐이다.
우리 집은 여러 형제인데다가 예전에서부터 맏형은 반부모와 같다하여 당시 맏이인 중학생이였던 나에게 부모님이 4살 어린 동생에게 절을 받도록 교육을 시켰었으니 우리 형제들은 횡적 개념이 아닌 종적인 형제 개념으로서 우리 집에서는 명절마다 고스톱이 아닌 '뽕'을 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려서 부터 맏형은 반부모라며 부모로부터 절을 받도록 세뇌(?)를 받은 후 동생들에게 학자금이나 하숙비를 대주고 심지어는 짝 채워 결혼까지도 시켰던 동생들과 동생돈 몇 만원 따먹겠다고 마주하여 화투패를 함께 고누쥐고 살벌한 장면을 연출할 수가 있겠는가.
명절 때에는 부모님에게 세뇌된대로 동생들에게 바리바리 싸쥐어 주고 단지 형제들간에 친목 도모차원에서 약간의 현금 이동이 가능한 '나이롱 뽕'으로 화투 실력을 겨누었을 뿐이다.
하지만 처가에 가면 사정은 확 달라진다. 처가 처남들은 한부모로 부터 똑같은 수혜만을 받고 자라왔기에 형제들간에는 평등개념이 강하여 오직 정글 법칙만이 존재하는 링안에서 조커도 1장이 아닌 2장이나 3장이 더 들어가는 고스톱을 친다.
매 명절마다 나는 냉온탕을 오가며 우리 집 형제들과는 '뽕'을 하지만 처가 형제들과는 '고스톱'을 칠 수밖에 없는데 어쨌던 처가에 가면 긴장을 누출 수가 없다.
그 이유인 즉, 정신을 마냥 놓고 고스톱을 치다보면 내 지갑이 한없이 가벼워져 소중한 생활비를 축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