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한 마음/써니
운전 중 사거리
우회전은 방심하면 교통법에 걸려들기 쉽다.
봉사 시간 마치고 사거리 우회전 위해
대기하다가 큰 버스 두 대 지나고 붉은 신호 보행자 없어
차를 돌리는데 버스 뒤에 청년 배달원 오토바이가 뒤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물론 보면서 천천히 딴엔 안전하게 우회전하여 직진방향 들어섰건만 뒤따르던 오타바이가 근접해오며 빵빵 거린다.
내 딴엔 청년이 알아서 2차선 도로를 1차선으로 변경할 줄 알고 천천히 돌았건만
그예 내 뒤까지 바짝 붙어 백백거리며 지나친다.
청년이 순발력으로 피해 갔어야지 하며 운행하다가 다음 사거리 신호에서 천천히 멈췄다. 앞서 멈춰 있던 청년이 오타바이 백미러를 보곤 내려서 내 차로 다가온다.
운전석 창문을 열고 청년이 다가오길 기다리니, 20대 후반쯤 보이는 그 청년이 대뜸
"교통법규 안 배우셨어요?"하지 않는가!
어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직진이 우선인 거 모르세요? 나 못 보셨어요?"
그는 다소 흥분한 듯 말을 연속해 쏟아낸다.
"알지. 내가 청년을 보며 천천히 돌았지."
"아시면, 운전 그만하세요."
그러곤 자기 오토바이로 돌아간다.
이건 뭔가. 더 어이 없었다. 자세히 자초지종을 따지려면 서로 갓길이든 다른 어디 주차할 곳을 찾아 서로의 잘잘못을 교통법규를 들어 언쟁이라도 해야 한다.
웬지 모르게 속에서 열이 오른다.
운전을 했어도 몇 곱절을 했을 내게 청년이
"직진이 우선인 것도 모르세요?"
이 말 한 마디에 내 입이 댓구도 못하고 버벅거리고 있었다. 청년은 배달원이니 시간을 다툰다. 나와 도로 한가운데에서 한가하게 언쟁을 할 시간이 없다.
해프닝은 이정도에서 멈췄는데 괜시리 맘이 불편하다.
아주 오래 전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 등교시켜주고 나서, 내 출근길에 분당 중앙공원 사거리에서 대형사고를 낸 일이 있었다. 딸이 지각을 해 나도 아침 수업이 바쁜 터라 서두르고 있던 상황에 우회전해 막 직진로에 들어섰는데, 갑자기 뒤에서 직진해 달려오던 차와 내 차의 운전석 보넷 부분과 충돌했다. 난 의도치 않게 차와 함께 한바퀴 돌다 길 옆 전봇대를 부딪고는 멈추었다. 상대차량은 앞 범퍼 쪽이 떨어져나갔지만 다행히 서로는 다친 곳이 없었다. 당시 두 사람이 분당경찰서에 가 사고 경위서를 쓰는데, 경찰의 말은 내가 100프로 과실이라는 것이었다. 분명히 상대 운전자가 달려오며 내 차를 받은 게 정황 상으로는 신호가 바뀌는 과정에 과속이거나 그 무엇일 거란 게 당시의 내 심증이었지만 법규는 직진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별수 없이 상대차 수명도 다 되어 당장 폐차시켜도 아쉬울 것 없는 차의 수리비를 다 내가 보상해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오늘 배달원 청년이 "운전 그만하세요~" 하고 내질은 그 한 마디는 뼈 아프다. 분하기까지 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게 운전을 그만 두라 마라라 해? 그래서 큰 소리로 혼내보고픈 맘도 들었다.
하지만 청년이 내게 던진 말보다 그의 표정이었다. 그는 내 털 빠진 대머리와 양쪽 구렛나루에 피어 있는 백발을 본 것이었다. 제발 이 연세에 운전을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나도 청년의 얼굴에서 동시에 읽었기 때문에 참아야 했다.
첫댓글 세상에 개념없는 치룽구니를 만나셨군요
분한 마음이 드셨다니 회장님은 아직도 청춘이십니다
어처구니없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세상입니다
백발이 면허 반납 기준은 아니지요
강건한 도전을 응원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