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일본어 몰라도 일본에서 주문하기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Midjourney
비빔밥/비빔국수/비빔냉면, ‘비빔’이 들어가는 우리나라 음식명은 많습니다만 비빈다는 일본어 마제루(混ぜる)가 들어가는 일본 음식은 마제소바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비벼 먹지 않으니까요. 우린 음식을 균일하게 비벼 놓아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만 한국 이외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예쁜 덮밥이나 빙수를 마구 비비는 것을 음식을 망가뜨리는 행위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비행기 옆자리 외국인들이 비빔밥 먹는 걸 보면 그들은 비비지 않고 곱게 떠먹고 팥빙수도 일본 사람들은 팥과 얼음을 조심스럽게 떠먹지 절대 비벼 먹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제소바는 예외입니다. 이름 자체가 ‘비빔국수’니까요. 마제소바에서도 소바는 메밀면이 아닌 중화면입니다. 정식 명칭은 타이완마제소바(台湾まぜそば), 2008년 나고야 어떤 가게에서 당시 나고야에서 한참 유행하던 타이완라멘(매콤한 돼지고기 민찌를 토핑한 매운 국물 라멘)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민찌를 만들려다 망쳤는데 “그거, 버리기 아까우니까 면 위에 얹어 비벼 먹으면 어때요?”라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국물 없이 라멘 위에 얹어 먹어보았다고 합니다. 어라? 의외로 맛이 괜찮아 여러 재료를 올려 비빔면 형태로 만든 것이 타이완마제소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