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보신탕과 삼계탕
한낮의 기온은 섭씨 30도 이상의 무더위고, 밤의 최저 기온은 섭씨 25도 이상이 지속이 되는 폭염과 열대야가 밤낮을 바꿔가며 기승을 부리는 즈음이다.바깥 활동을 하려니 밑 간 물항아리에서 물이 새는 것처럼 땀의 배출이 엄청 불어나니 연신 찬 물만 찾게 되고, 뱃속은 거지반 빈 채로 있는데, 입맛은 동하지 않는 거였다.이렇게 한낮의 무더위에 시달린다고 해도 밤에 잠이라도 곤히 자고 일어나면 몸은 다시 원기를 회복하여 개운한 법인데, 열대야 속에서의 꿀잠은 언감생심이 아닌가.그렇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밤새 끼고 자면 몸은 매타작을 하고 난 것처럼 묵직하고 뻣뻣하여 잠을 잔 것인지 밤새 귀신과 씨름을 한 것인지 가늠이 안 되는 몸 상태인 거다.
무더위 속에 달아오른 우리 몸은 열을 방출하여 정상 체온을 유지하려고 땀을 배출하는 등 갖은 애를 다 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온에 장시간 노출이 되면 신체 내부의 열을 제대로 방출하지 못해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그리고 열대야 상황에서는 수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데,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은 으레 습도까지 높아 불쾌지수도 함께 높아지는 법이다.이런 경우에는 건강한 사람도 신경이 예민해지기 일쑤라서 사이좋던 부부 사이에서도 사소한 다툼이 왕왕 발생할 수 있는 거다. 쾌적한 수면 온도는 섭씨 18도~20도 정도로 밤 기온이 섭씨 25도가 넘으면 내장의 열을 외부로 발산하기 어렵고 체내의 온도 조절 중추가 각성된 상태를 유지하므로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고 한다.
수면 장애는 노약자나 심혈관 질환,호흡기 질환자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고.그리고 수면이 부족하면 낮 동안에 졸음이 몰려와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이러한 무더위 철에는 모기를 비롯한 물것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가뜩이나 예민해진 신경을 긁어대곤 한다.이러한 나날이 계속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몸은 끈적거리고 짜증은 연신 굼실거리는 거였다.이럴 땐 입맛까지 동하지 않으니 연신 마실 것만 찾게 되는데,내둥내 따뜻하게 마시던 커피도 차거운 아이스 커피를 찾게 되고, 텁텁한 막걸리의 취향은 시원하고 톡쏘는 맛의 생맥주로 손이 먼저 가는 거였다.
초복무렵이다. 고사리 대파를 비롯하여 갖은 양념을 버무려 보신탕 한 솥을 보약 달이듯이 진하게 끓인 뒤, 한 말쯤 되뵈는 김치통에 담아 냉장보관을 하여 한 댓새 남편의 집 나간 입맛을 되돌려드릴까 하고 아내가 팔을 걷어 부쳤던 거였다.고기는 어지간하게 삶아서 건져내어 삶은 양지머리 찢듯이 찢어 따로 쟁여놓고,때마다 냉장고에 갈무리 된 묵처럼 변한 보신탕을 먹을 양 만큼 떠서 전자렌지에 데운 뒤, 찢어놓은 적당한 분량의 고기를 토핑하여 마구 퍼먹으면 개가 식사를 마친 그릇처럼 국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은 거였다.게다가 술 한잔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운 게 어디 있겠는가.기실 이러한 보신탕을 취급하는 식당들은 이제 희귀한 존재가 되어 먼 길을 애써 찾아가거나 거지반 다른 종류의 음식으로 대체를 한 상태이니 그저 아쉬울 뿐이다.
초복은 폭염의 시작에 불과하다.열흘이 지나면 중복이 오고 거기서 스무날이 되면 말복이 닥쳐오기 때문이다.한 댓새 보신탕의 도움을 받아 집 나간 입맛을 되찾았으니,이 기세를 길래 유지하려면 모사를 또 꾸며야 한다.이런 와증에 등장한 것이 삼계탕이다.황기와 마늘을 넣을 때도 있고 인삼을 쓰기도 하는데, 나는 인삼보다는 황기가 더 입맛에 맞아 인삼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황기를 넣고 끓여낸다.그리고 곁들여 넣는 전복은 아내 기분에 따라 많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넣지 않을 때도 있으니 아내 마음대로의 레시피 내용물이라고 하는 게 적당한 표현이다.어쨌든 무더위 보양식 중에 나는 보신탕과 삼계탕을 으뜸으로 치고 있다.혹자는 장어탕을 들기도 하지만 우리 게는 개장국이라는 말에서 점잖게 순화가 된 표현의 보신탕만한 보양식이 없는 것 같은데,개를 비롯한 동물애호가들의 선처가 있으면 더 할 나위 없겠다. (2022,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