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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교수와 함께 하는 한국경제, 세계경제 알기
2008.06.11.
1. 세계화와 지역별 경제통합
1) 자본이 가치증식을 위해 해외로 팽창하는 과정을 세계화(globalisation)라고 부른다. 자본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상품시장과 외환시장 및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할 필요가 있다. 주로 선진국의 정부들이 자국출신의 자본가들이 세계 각국에서 자유롭게 상품들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자금을 대부하고 차입하며, 유가증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국의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풀고 개발도상국(개도국)에게 문호개방을 요구했다.
2) 1980년 이후 선진국들은 경제적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국가기구(IMF, IBRD, WTO, UN 등)를 통해 자본의 세계화를 추진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는 노동라운드(Blue Round), 환경라운드(Green Round), 경쟁라운드(Competition Round)를 통해 세계 전체적으로 노동조건, 환경규제, 독과점규제를 동일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3) 지역별 경제통합(EU, NAFTA, FTA 등)은 배타적인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으며, 계속 새로운 회원국을 영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은 최근에는 중앙유럽의 옛날의 사회주의나라들(폴란드,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베니아 등)을 회원으로 영입했다. 다시 말해 지역별 경제통합은 자본의 세계화를 반대하거나 저지하지 않는다.
4) 자유무역협정(FTA, Free Trade Agreement)은 세계의 모든 나라들을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두 개 이상의 나라 사이에 맺는 협정이다. 예컨대 한미자유무역협정(2007년 4월 2일에 두 행정부 사이에서는 마무리되었지만 아직 어느 나라 국회에서도 비준되지 않았다)은 경제통합에 가까운 내용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시장만능주의적 제도와 법규가 한미 양국에 의해 자유무역협정에 삽입되었기 때문에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며(한국은 23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이것을 위반하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실시한다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의해 미국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피고로 국제중재기관에 소송을 제기해 엄청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왜 이런 협정을 미국과 맺었는가? 하나는 미국이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조공’을 바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노무현 정부가 자기 손으로 국제경쟁력 없는 분야들(농업, 어업, 축산업, 중소기업 등)을 잘라내기가 어려우니까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핑계 삼아 그 분야들을 없애려고 계획했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 없는 분야들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몇 달 동안 소득을 보조하다가 끊어버리면 그 분야들과 종사자들은 모두 죽어 없어지면서 경제 전체의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다. 무엇을 위한 경쟁력 향상인가? 셋째로 노무현 정부는 부유층과 대기업으로부터 인기를 얻어 보수대연합을 형성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자유무역협정은 국내에서 재벌과 부유층과 친미주의자들의 보수대연합을 형성함으로써 미국의 부시를 중심으로 하는 보수대연합과 결합하려는 ‘매국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5) 제국주의(imperialism)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선진국의 정부들이 자국출신의 자본가들의 이익을 옹호하고 확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대항하는 측면이고, 둘째는 선진국의 정부들이 개도국들을 수탈하는 측면이다.
현재 선진국들은 미국을 우두머리로 삼아 집단적(collective) 제국주의를 형성하여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선진국들 사이에 경쟁과 대항의 관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이라크 침략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그러나 미국의 군사력이 압도적이고, 최신의 무기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대항관계가 제1차, 2차 세계대전과 같은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력이 점차 쇠약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과 중국의 세력이 확장되면서 세계질서의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2.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
1) 중국은 해외로부터 직접투자와 차관을 도입해 자본축적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고정자본스톡 증가율을 보인 나라는 1960년대는 일본, 1970년대와 1980년대는 한국과 대만, 1990년대는 중국이다.
2) 중국의 산업화로 세계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자계급이 거대한 규모로 증가했으며, 이것은 선진국 자본의 중국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킴으로써 선진국 노동자계급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조건(임금수준, 노동시간 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리하여 선진국에서는 임금 상승이 생산성 증가보다 느리게 되고, 소비수요가 증가하지 않는다. 투자가 중국으로 유출하고 소비수요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은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소비자신용을 늘리거나 정부지출을 늘려야 할 것인데, 이것은 경제를 점점 더 쇠퇴시키게 될 것이다.
3) 세계의 제조품 총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의 0.8%에서 2003년에는 7.3%로 거의 10배 증가했다. 장난감과 게임용품, 의류, 사무용 설비, 그리고 나아가서 컴퓨터, 생활가전, 기타 IT상품 등에서 선진국의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선진국이 경쟁의 우위를 유지하려면 선진국의 통화가 평가절하되어야 하며, 이렇게 되면 선진국은 중국 상품을 옛날처럼 값싸게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4) 중국의 수입은 세계의 농산물(식품과 원료)과 광산물(금속과 연료)의 수입에서 약 5%를 차지하며, 철강 수입에서는 12%에 달한다. 또한 농산물과 광산물을 합친 것의 4배 정도에 이르는 제조품을 수입하고 있다. 수출상품에 필요한 하이테크 부품, 국내투자를 위한 자본재(기계류, 반제품, 원자재), 국내소비를 위한 소비재 등.
에너지와 원자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 증대는 가격상승을 촉진해 선진국의 실질소득의 일부를 에너지와 원자재 생산국으로 이전시킬 것이고, 선진국의 생활수준은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
5) 중국의 수출은 OECD회원국의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자리는 대부분 국제무역 경쟁과 차단되어 있는 도소매업, 서비스업, 공익사업, 건설업 등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값싼 중국 제조품의 수입은 물가상승률을 낮추며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6) 중국이 지금 세계의 공장으로 역할하지만, 과잉생산, 대외차관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따른 수출 축소, 신용위기 등의 문제점, 그리고 자본주의적 발전과 공산당의 독재 사이의 부조화 등의 문제점이 있다. 물론 미국과 일본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하는 경제위기가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3. 시장만능주의의 결과
1) 1980년 이후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고용주의 지위를 강화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면 기업의 활동이 합리화되고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치열한 상품시장의 경쟁과 자본시장의 주가 등락은 새로운 제품과 생산방법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2) 그러나 인구1인당 생산의 성장률은 OECD회원국 전체로 볼 때, 1960-73년은 연간 4%이었는데 그 이후에는 2%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1990년 이후 15년 동안 물가상승률이 낮고 거시경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고삐 풀린 시장이 왜 연간 2%의 성장률밖에 달성할 수 없었던가?
i) 금융의 자유화가 붐(boom)과 붕괴(bust)를 번갈아 일으켰다. 특히 미국의 중앙은행이 신용위기가 나타날 때마다 값싼 유동성을 공급함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투기에 몰두하게 되어, 금융시장이 더욱 취약하게 되었다.
ii) 정부가 이전과 달리 총수요 증가를 위해 개입하기를 주저하면서 경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
iii) 상품시장의 경쟁 심화는 기존의 거대한 생산자들에게 초과이윤에 대한 불안감을 증가시켜 투자 확대를 억제했다. 각 산업에서 중심적인 기업이 주도적인 위치에서 밀려나는 빈도가 1970년대에 비해 몇 배나 높아졌으므로,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기업가는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iv) 시장만능주의자들은 탈규제나 자유화가 끝까지 추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판에 박힌 대답을 내어 놓는다. 예컨대 화폐발행권을 중앙은행이 독점하지 말고 왜 모든 은행에게 돌려주지 않는가? 왜 시민이 세금을 내어야 하는가? 왜 빈곤층을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가? 등등. 옛날의 돌팔이 의사와 같다.
3) OECD회원국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분류되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적 나라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사회민주주의적 나라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유럽대륙의 나라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i) 사회민주주의적 나라들이 가장 평등하고, 시장만능주의적 나라들, 특히 미국과 영국은 가장 덜 평등하며, 유럽대륙의 나라들은 그 중간이다.
ii) 상대적으로 더 관대한 복지국가, 더 높은 수준의 복지급여, 더 풍부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사회서비스가 소득불평등과 빈곤의 수준을 더 낮게 만들고, 아이에게 주어지는 일생의 기회가 그 아이의 가정환경에 덜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iii) 1980년 이래 강력하게 나타난 시장만능주의적 세계화와 무한경쟁이 모든 나라의 복지수준을 ‘바닥으로 경주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국의 분배유형 사이의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했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적 나라에서는 국민들이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기에 앞서 자기들은 더욱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고 ‘정치적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복지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4. 현재의 자본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사회경제체제
1) 전쟁경제의 낭비성
i) 무기와 탄약은 생산재나 소비재 아무것에도 쓸 수 없으므로, 군수품의 생산과 연구개발에 묶여있는 인적 물적 자원은 낭비되고 있다. 그러나 군수산업의 자본가는 무기와 탄약을 정부에게 팔거나 다른 나라에 수출해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종사한다.
ii) 정부가 무기와 탄약의 구매를 위해 자금을 지출하는 것이 유효수요(=투자수요와 소비수요)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학교와 병원을 무료로 운영하는 것보다 더욱 큰 역할을 한다는 이론은 옳지 않다. 물론 미국에서는 학교와 병원이 모두 자본가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에, 이것을 정부가 무료로 운영하려면 자본가와 큰 싸움을 벌려야 할 것이다.
iii) 군대와 산업 및 무기과학이 한 통속이 된 군산학복합체(military-industrial-academic complex)가 냉전과 열전을 일으켜 이익을 도모한다. 또한 군수품의 제조공정은 ‘대외비’로 타인에게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구실 아래 군수품의 가격은 ‘제조비용 + 일정한 이윤’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군수산업은 ‘높은 이윤과 낮은 능률’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iv) 이라크의 전쟁비용은 이라크를 침략할 때 부시 정부가 밝힌 500-600억 달러보다는 엄청나게 많은 1-2조 달러가 되리라는 예측이 있다. 이미 2005년 12월 30일까지 이라크의 전투작전과 지원작전을 위한 총지출이 2,510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1-2조 달러에는 부상자에 대한 의료비용과 장애자수당, 전쟁에서 써 버린 군사장비의 보충비용, 군인 신규모집 비용 등이 포함되며, 또한 동원된 인적 자원들의 사회적 비용(예: 동원된 군인들이 민간기업에서 받을 수 있었을 봉급)이 계산되고, 그리고 전쟁으로 말미암아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예: 석유가격의 상승, 더욱 불안전한 사회 환경, 이자율의 상승 등에 따른 손실)이 포함되어 있다.
2) 기본소득제도(basic income scheme)(김수행, 신정완 편,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 2007, 서울대출판부)
i) 1인당 실질소득이 장기간에 걸쳐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밝힌 만족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인의 행복에 기여하는 요소로 첫 번째는 가족관계, 두 번째는 자금사정, 그리고 세 번째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족 중 성인 모두가 일하러 나가고 노동시간도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가족관계가 억압당하지 않을 수 없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일자리가 노동자의 숙련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고 노동의 ‘유연성’을 증대시키려는 자본가의 노력이 개인적인 불안정감을 낳으며 실직의 위험이 항상 곁에 있기 때문에 저하하지 않을 수 없다.
ii) 기본소득제도는 국가가 모든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무조건적으로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미 이런 수준의 생산력은 달성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유급노동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해방시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수많은 자산조사급여(means-tested benefits)를 대체한다.
3) 참여계획경제(김수행, 신정완 편, 앞의 책)
i) 소련식의 ‘관리명령경제’를 비판한다.
ii) 자본주의에서는 기획하고 지시하고 감독하는 직무와 직급은 극소수의 사람에게 독점되어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지시받고 감독을 받으면서 반복적인 업무만을 평생 수행한다. 이 사회적 분업을 폐지해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두 개의 직무를 고르게 수행하게 한다.
iii) 자본주의에서는 ‘재산과 성과’에 따라 소득이 분배되지만, 새로운 사회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노력에 따라서만 분배가 이루어 질 것이다.
iv) 계획위원회는 그 사회의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잠정적인 지시가격을 제시하며, 구-시-도별 소비자 평의회는 품목별 소비계획서를 제출하고, 산업-작업장별 노동자 평의회는 생산 품목과 투입 품목의 생산계획서를 제출한다. 계획위원회가 품목별 초과수요나 초과공급을 확인하여 지시가격을 수정하면, 소비계획서와 생산계획서가 다시 작성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초과수요와 초과공급이 사라지게 되며, 이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진다. 인터넷과 컴퓨터는 필수적인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