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까지 와서 약간의 피곤함으로 이렇게 좋은 문화탐사를 안하려고 한다. 무조건 가야된다고 했다. 08시50분, 제시에게 연락이 온다. 도착했다고 한다. 9시에 출발이라고 했는데 이번엔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얼른 준비해서 9시에 출발할 수 있도록 하고 바로 출발을 한다. 기분이 좋다. 운전을 맡아준 분은 첫날 우리를 인도해 줬던 길여행사 대표이다. 수원출신으로 유신고를 나온 88학번 정도되는 친구인데, 열심히 하려는게 보인다. 차안에 음료수도 차갑게 해 놓고 기다린다. 아마도 이것조차 세타에 돈이 지급된 것이겠지만. 첫날 감사하다며 보온병을 하나 선물했더니 그게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어차피 세상은 오고 가는 것인 것을. 론파인코알라상츄어리에 간다. 이미 본 곳이니까 크게 감흥이 일지는 않는데, 오리너구리에는 관심이 간다. 그리고 지난 번에 못보았던 새쑈와 양몰이개를 본다. 전문가의 소개를 받고 보는 것과 대강 알고 가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캉가루에 다가갈 때 서서 가지 말고, 목과 꼬리를 만지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자기보다 큰 동물에겐 위협을 느끼고 공격성향으로 바뀐다고 한다. 뭐 아이에게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부모도 이단옆차기를 할 것이니까. 날이 너무 더워서 새쇼를 마치고 휴게소로 갔더니 모두가 모여있다. 이놈들은 뭐가 중한지를 모른다. 멀리 호주까지 와서 비싼데를 구경시켜주면 좋다고 해야지, 귀찮다고 휴게실 구석에 앉아있다. 그렇다고 뭐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따분한 기색이다. 아이스크림을 사 주려고 했더니 비싸기만 하고.. 그래서 콜라로 캔을 7개 샀다. 다 먹지 못하고 버리려고 한다. 참 대단한 놈들이다. 뭐를 잘해주고 싶은 생각을 사라지게 만든다. 더위에 지친 것 같아 시원한 음료수를 사 주는데, 그것을 먹지 않고 버린다. 참~~~ 미리 얘기한대로 돈돈이라는 써니뱅크에 있는 뼈다귀해장국집을 간다. 제시가 자기 아는 집이라며 돼지족발을 써비스로 받았다고 좋아라 하는데, 내 생각엔 제시때문이 아닌 것 같다.ㅎㅎ 그렇지만 자기가 고맙다고 사장을 찾아가 인사를 하는데 거기에 대고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써니뱅클에 미담이란 곳을 알아 봤었는데 길사장이 추천하는 곳으로 바꾼다. 어차피 이곳에 대한 것은 이곳사람이 더 잘 아는데 내가 아는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얘기해 봤자 얼마나 같잖게 보일까? 그리곤 마운틴쿠타로 간다. 여기서도 기념사진 한장 찍고 그냥 돌아간다. 내가 슬쩍 떠 볼려고 보타닉가든을 가야되지 않겠냐니까 제시의 얼굴이 뭉개진다. 아무리 어리다곤 해도 아직 사회생활을 하기에는 성숙이 덜 된 것 같다. 아까 론파인에서도 아이들을 인솔할 생각을 안하고 혼자서 조용한 곳에 앉아 아이들이 가자고 하기만 기다리고 있더니, 지금도 빨리 끝내고 빨리 가기만을 원한다. 차안에서 모두가 그냥 축 늘어진다. 이런 아이들에게 길사장이 노래도 선곡해 주고 안내도 하다가 그만 둔다. 제시도 자고, 은빈도 자고... 모두가 잔다. 오후 2시에 숙소에 도착해서 모두들 쉬라고 했다. 5시반에 저녁먹으러 간다고 했는데 , 수영장으로 남자아이들이 나온다. 함께 수영을 한다. 오늘 수영장이 세번째다. 새벽에 조깅을 하고 바로 물에 뛰어 들었다가 다가 다이닌룸 오픈하는 것을 도와주고, 좀 이따가 수영장에 다시 놀다가 이번에 들어간다. 수영복 자국 남게 몸을 태우려고 하는데 오일을 바르지 않고 적당히 선탠을 하려니 피부가 따갑다. 그래서 바로 옆에 물에 뛰어들고 밖에 나왔다가를 반복한다. 티파니가 바닥이 뜨겁다고 만류를 하는데 그 마음이 고맙다. 5시반에 가겠다는 문자를 은빈이 아직 안본 것 같기에 5시15분에 개인적으로 전화를 하고 모두가 나온다. 포트사이드와프를 가는데 역시나 은빈과 남자아이들의 기분이 안 좋다. 냉랭하다. 이렇게 사이가 안 좋도록 행동할 수 있을까? 은빈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들에게 내 인생의 vip는 바로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알려줬다. 순간순간 내 주변에 최선을 다하며는 인생전체가 환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족들이야말로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인데, 가장 소홀한 경우가 있다고 얘길하면서 조금 찔려서 카톡통화를 또 한다. 여기에 와서 하루에 너댓번은 하는 것 같다. 그것도 화상통화로! 프레쉬 앤 와일드피쉬! 베틀트립에 나온 소녀시대의 효연과 써니가 자랑하던 그 집에 일주일동안 벼르다가 왔는데, 실망 그 자체이다. 더이상 먹을만한 맛이 아니다. 튜나스테이크... 굉장히 비싸서 맛도 좋으려나 했더니 튜나는 튜나로 먹어야 한다는 진리만 확인했다. 연어도 마찬가지이고. 왠만하면 남길텐데, 너무나 비싼 가격에 그러지도 못하고... 꾸역꾸역 먹었다. 마치 닭가슴살을 먹는 시합앞둔 보디빌딩 선수처럼 퍽퍽한 생선살을 씹고 또 씹어 삼킨다. 이건 도저히 먹는다고 얘기할 수가 없다. 억지로 삼켰다는 표현이 딱 맞다. 돌아오는 길에 홀스에 들러 물과 음료수를 사오는데 힘좋은 민수랑 승빈이 빠졌다. 그래서 나머지 사람들이 낑낑대면서 들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