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복숭아 문학상에
김옥희 선생님이 전국 2등으로
우수상에 당선되셨습니다.
먼 길 마다 않고
열정을 보이시더니
드디어 이제 수확의 계절이 왔나봅니다.
이번 상이 줄기의 첫번째 열매를 건져내신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 줄줄이 상을 건져내실 옥희선생님께
축하의 메세지를 남겨주셔요~~
"축하합니다."
당선작은
[우 수 상] 김옥희 <7월. 보석을 따다>입니다.
심사위원 : 윤재천(한국수필학회 회장)
[우수상]으로 선정된 김옥희의「7월, 보석을 따다」는 단내 나는 복숭아가 과수원을 가득 메우고 있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입안에서 과즙이 진하게 우러나는 순간이다. 무엇보다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따던 중, 김옥희가 상한 과일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아깝다 말고 과감하게 버리소. 안 그러면 다른 놈도 못 씁니더”라는 지인의 말로 인해 깨달음에 도달하는 모습이 장점이다.
인간도 내려놓아야 할 것에 연연하게 되면 감당해야할 부분이 적지 않다. 김옥희는 복숭아를 따면서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기는 부분이 남다르게 나타난다.
7월, 보석을 따다 /김옥희
경운기 소리가 고요를 헤집고 복숭아밭의 입구를 두드린다. 아래로는 땅속에 단단한 힘줄을 내리고 위로는 하늘의 기운을 수유 받고 있는 나무가 건강해 보인다. 초록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태양의 조각들이 박혀 있다. 그 빛이 7월의 탄생석 루비를 닮았다.
선천은 천도복숭아의 일종이다. 해가 막 넘어가기 전 복숭아밭의 선천은 ‘피존블러드’를 연상시킨다. 루비의 빨강 중에서도 최고의 것은 비둘기의 피처럼 진한 색이라 하여 ‘피존블러드’로 불리며 귀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 빛깔을 지금 나는 이곳에서 보게 된 것이다. 빛깔로 보면 선천은 땅 위의 열정으로 피워낸 보석임이 틀림없다.
지인이 복숭아 하나를 따서 내게 보여준다. 따야 할 복숭아의 크기를 알려주려는 것이다. 처음엔 감이 없어 요리조리 재어보고 망설이다가 겨우 하나를 땄다. 시간이 지나자 손안에 쥐어지는 알의 느낌이 왔다. 주먹을 살짝 쥐었을 때 꽉 차는 느낌이 적당한 크기였다. 복숭아가 똑똑 소리를 내며 나뭇가지에서 내 손안으로 들어온다. 경쾌한 소리가 7월의 햇살 속에 점처럼 박혀든다.
그저 빨갛게 익은 놈을 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탐스러운 루비 빛깔에 연실 감탄사를 내뿜으며 신 나게 복숭아를 땄다. 바구니에 그득한 복숭아가 댕글댕글하다. 그것을 플라스틱 상자에 옮겨 담던 지인이 주의하나를 덧붙인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났거나 엉덩이가 무른 놈은 버리라는 것이다.
이번엔 꼼꼼히 모양새를 살피며 조심스레 복숭아를 딴다. 때깔 좋게 잘 익은 놈이 엉덩이가 살짝 물러 있다. 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려 본다. 며칠 전 태풍도 이겨내고 살아남았는데 이대로 버려야 한다니 손길이 주춤거린다.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장갑 낀 손으로 쓱 문질러 입속으로 가져갔다. 새콤달콤한 맛에 몸이 움찔한다. 과즙이 입 주위로 흘러내리는 것을 닦으며 버리기 아까운 것들을 배 속에 담았다.
그것도 잠시, 서너 개를 먹으니 더 이상은 배가 불러 먹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버릴 수 없는 존재를 손에 쥐고 절절거렸다.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어리석은 욕심으로 바구니에 슬쩍 담아 버렸다.
“아깝다 말고 과감하게 버리소. 안 그라면 다른 놈도 못 쓰니더”
행동보다 마음이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다. 흐느적거리는 마음 밭에 지인의 말 한마디가 단단히 못질을 한다.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내일이면 그 피해는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이다. 배속에 담을 수도 바구니에 넣을 수도 없어 눈을 질끈 감고 저 멀리 던져본다. ‘퍽’ 하는 소리에 가슴이 둔탁하게 울린다. 던지는 것은 복숭아였지만 떨어져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미련이었다. 풀숲에 떨어지던 그 울림이 내 삶을 공명시킨다.
산을 막 넘고 있는 태양의 몸부림을 땀방울로 받아내며 복숭아를 딴다. 나뭇가지에 썩은 채로 달린 반쪽자리는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 남은 생을 마감해 준다. 흠집 없는 붉은 열매들만이 바구니 가득 담긴다. 다시 큰 플라스틱 상자에 옮겨 담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행여나 저들끼리 부딪혀 상처라도 날까 봐 살살 쏟아 붓는다. 버려지는 것과 담기는 것들의 경계가 선명해진다.
문득 삶의 나무에서도 열매의 경계는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통해 주어진 시간을 채우며 삶의 광합성으로 맺어지는 열매들이 있다. 그리고 한 해 한 해 수확의 과정을 통해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들이 공존한다. 단단하고 잘 익은 열매를 수확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상처가 있거나 짓무른 열매를 미련하게 끌어안고 있을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경운기 가득 복숭아 상자를 싣고 지인의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선별에서 낙오된 것들이 마당 한 귀퉁이에 버려져 있다. 가까이 가보니 엉덩이가 짓무른 채 보기 흉하게 일그러져 있다. 주변에는 날파리가 윙윙거리며 상처의 단내를 핥아 대고 있었다. 복숭아밭에서 지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곧 후회스러운 내 마음의 망치질로 더욱 깊이 박혀 들었다.
얼마 전 나도 정리해야 할 인연을 붙잡고 있다가 결국 가슴이 짓물러 버렸다. 애초에 성격을 알면서도 가까이 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그만 상처를 못 본 체 외면하는 시간 속에 가슴이 멍울져갔다. 한때 푼푼한 마음을 나누었던 자리는 알게 모르게 긁히고 긁은 상처들이 선명하다. 그 흔적이 짓무른 복숭아처럼 멍털멍털하게 가슴에 고여 있다.
복숭아의 작은 상처 하나가 다른 복숭아에 전이되어 피해가 심해지듯 과감히 정리하지 못한 것들은 대게는 손실을 동반한다. 과거를 더듬어 보니 미련을 움켜쥔 대가가 크게도 남아 있다. 상대가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것은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는 온전한 나의 욕심이었다. 아닌 줄 알면서 놓지 못하고 고집스럽게 잡고 있던 나를 이곳에서 복숭아를 따며 만나게 될 줄이야.
때론 단순한 이치를 체험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복숭아를 따는 평범한 노동으로 일상을 깨우는 가르침을 받았다. 버려야 할 것에 욕심을 부리면 감당해야 할 면적이 넓어진다는 것을. 아직도 머릿속에서 뭉그적거리고 있던 것들을 찾아 미련의 꼬리표를 과감히 떼어본다. 어둡게 내려앉은 산 그림자가 조용히 그것들을 삼킨다.
옷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다. 막혀 있던 것들이 땀샘을 통해 한꺼번에 나온 느낌이다. 몸속에서도 미처 버리지 못한 것들이 쌓여 있었나 보다. 한 달 내내 찌뿌둥했던 몸이 개운하다. 안이든 밖이든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고 나니 가벼워졌다. 선천 하나를 옷에 쓱쓱 문질러 한 입 베어 물었다. 7월의 보석이 사각사각 씹힌다. 노란 속살을 밀어 올린 복숭아나무의 삶이 흥건하게 입안으로 스며든다. 도와준 덕분에 출하시기를 놓치지 않고 복숭아를 딸 수 있었다며 지인은 복숭아 두 상자를 차에 실어 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달콤한 복숭아향이 동행해준다.
7월, 내 인생이란 나무에서도 붉은 열매를 따고 싶어졌다.
첫댓글 축하해요~~
고울3집에 올릴 글이 생겨서 ^^*진짜로 좋아요.
감사합니다~!!!
다 선생님 덕분이예요~^^
더 노력할께용~~~^*^
김옥희선생님,
축하축하드려요.
이렇게 좋은 일이요.
고울문학회의 경사입니다.
전회원의 이름으로 축하드립니다.
주인석 지도선생님께도 축하드리고,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글이 참 아름다와요.
글의 배경은 채약훈장님댁 복숭아 밭이랍니다~^^
복숭아 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채약훈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훈장님~감사하니더!!!
약목샘도요~^*^
정말 이쁜 천도복숭아 사진은
내일 카페앨범에서 보여드릴께요~~~^^
정말 대단한 열정보이시더니 일을 내셨군요
앞으로 계속 쭉 이어지시길...
윤자샘~고마워요^^
샘의 미소가 여기까지 보여요~
함께여서 정말정말 행복합니다♥
우와~ 옥희 선생님 정말 축하드립니다.
지난 번 대전 특강 때 저를 불러주심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하여
자유게시판에 편지글과 사진 첨부했습니다.^*^
아~~~순수열정 샘!
아직도 또르릉 굴러가는 목소리가 들리는듯해요^^
넘 감사합니다~!!!
대전에서 또 뵐날을 기약할께요♥♥♥
축하드립니다!! 김옥희선생님~~^^
보석 같은 복숭아, 탐스러운 복숭아가 연상되어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감동적입니다!
좋은 글이 샘솟아 경사에 경사가 쭉~~~ 예감합니다.^^
선옥선생님~
샘의 좋은글에 저도 자극 받아서 다시 힘냈습니다.
너무 감사드리고 샘의 좋은소식도 기다릴께요♥
축하드려요~~~~~~
아름답습니다. 저도 다시 몸을 추스려야겠어요,,,,,,,,,
고맙습니다~찬임샘!
얼른 바쁜일 끝나고 함께 할 날 손꼽아 기다릴께요~*
샘도 화이팅!!!
^♥^
쌤,
글 완전 좋습니당~~~
한껏 축하드려도 되지요?*^^*
아공~~~수진샘 축하에 자꾸 쑥스러워집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 그득합니다^^♥♥♥
너무 잘 쓰셨네요
너무 기뻐네요
남다른 열정과 눈빛이 예사롭지 않더니 훌륭하십니다
축하드려요
영애샘~고마워요^^
웃는 모습만 봐도 사랑스런 샘♥
삭제된 댓글 입니다.
부회장님~ 이렇게 만땅구로 축하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항상 따뜻하게 사랑으로 품어주시는 샘은
진정 어머니이십니다!
어무이~ 고맙습니데이^^
큰 불을 내려면 잔 불을 여러 번 내야 한다는 주인석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이번 불은 중 불 정도인가요? 축하해요.
불씨를 잘 간직해야 큰 불 내겠지요.
수업때마다 샘의 따뜻한 밥상의 힘입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해요~^^
불씨 같이 피워요~^^
축하합니다.김옥희 선생님!
문득 삶의 나무에서도 열매의 경계는 적용되지 않을까.
과일에도 선별이 중요하듯, 인생의 선별도 중요하군요.
그런데 식성좋은 나는 적어도 다섯개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깝군요.
샘~넘 반가워요^^
함께 수업 받던 그때 기억이 납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옥희샘 정말 축하합니다^^글이 너무 좋습니다
어릴적 복숭아 밭 생각도 나고요^^
병문샘~~~감사합니당^^
항상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신 덕분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