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지온 김인희
Parasite~! Parasite~!
칸에서 그의 이름이 불렸다. 시드니에서. 할리우드에서. 영국에서, 미국아카데미에서. . . 수없이 기생충의 이름을 불렀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 최초라는 화려하고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기생충이 거머쥐었다. <기생충> 만세! 봉준호 감독 만세! 그 유명세를 확인하고 싶어서 뒤늦게 영화를 관람했다. 관람 후 직장에서 일하면서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몇날 며칠을 <기생충>에 사로잡혀서 지냈다. 내 불치의 병, 글을 쓰고 싶은 유혹에 다시 관람을 자처했다.
달동네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기택의 가족은 모두 백수다. 아들 기우의 친구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가면서 과외자리를 기우에게 위임한다. 기우가 과외를 맡은 고등학생 다혜네 집은 기우의 집과 대조를 이루는 높은 곳에 위치한 저택이다. 기우의 아버지 기택은 사업 실패한 백수, 다혜의 아버지 동익은 글로벌IT기업 CEO이다. 기우의 친구 민혁이 선물로 수석을 전해주면서 부와 행운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우는 다혜의 과외교사를 하면서 동생 기정을 다혜의 동생 다송이의 미술교사로 소개한다. 기우 가족의 의기투합으로 박사장의 운전기사를 몰아내고 기택이 기사가 되고, 엄마 충숙은 가정부가 된다. 다송이가 기택과 충숙의 냄새를 번갈아 맡으면서 같은 냄새라고 말할 때 기택의 가족은 움츠러든다. 박사장 가족이 다송이 생일파티 캠프를 떠난 날 밤에 저택의 거실에서 기택의 가족이 파티처럼 술과 음식을 먹는다.
비오는 밤에 쫓겨 갔던 가정부가 찾아와서 저택의 비밀장소 지하실이 드러난다. 지하실에는 사업실패로 채무에 쫓기는 신용불량자 가정부의 남편 근세가 숨어살고 있었다. 기택의 가족과 가정부 가족과의 갈등이 고조에 닿았을 때, 비 때문에 캠프가 취소되어 귀가하게 되었다는 다혜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충숙은 다혜 엄마가 요구한 한우가 들어간 짜빠구리 요리를 하고 기택은 지하실에 가정부 부부를 묶어 둔다. 박사장 가족이 귀가하고 기택, 기우, 기정은 미처 집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급하게 거실 탁자 밑에 숨는다. 밤새 비가 내리고 새벽에 잠든 박사장 내외를 피해 장대비를 맞으며 높은 저택에서 육교 아래를 지나 반지하 집으로 왔을 때 집은 이미 물에 잠겨있었다. 수재민이 된 기택의 가족은 체육관에서 수재민들과 잠을 자고 구호물품 속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다혜 엄마가 다송이의 번개 생일파티를 준비하고 지인들을 초대한다. 명품이 가득한 드레스 룸에서 옷을 고르는 다혜 엄마, 구호물품 더미에서 옷을 고르는 기정의 모습은 서글픈 대조를 이룬다. 박사장의 대화중에 기택을 “일 잘하고 행동이 선을 넘지는 않지만 냄새가 선을 넘지. 무말랭이 같은 냄새. . .”라고 말하는 소리를 탁자아래서 숨어듣고 기택은 미간을 찡그렸다. 어린 다송이가 냄새난다고 했을 때부터 버릇처럼 자신의 냄새를 맡는다. 냄새는 박사장과 기택을 구분 짓고 있었다. 냄새는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에 선명하게 굵은 선을 긋고 있었다.
다송이의 깜짝 생일파티 장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지하실에 숨어 있던 근세는 뇌진탕으로 숨진 부인의 죽음에 이성을 잃었다. 근세는 기우가 들고 있던 수석으로 기우 머리를 내리치고 파티가 열린 정원으로 나와서 기정을 칼로 찌른다. 충숙이 근세를 칼로 찌르고 기절한 기송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박사장은 냄새 때문에 찡그린 얼굴로 코를 잡고 차키를 줍는다. 순간 기택은 분노하여 칼을 박사장 가슴에 꽂는다.
기우가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전혀 의사 같지 않은 사람과 전혀 경찰 같지 않은 사람’을 보고 실없이 웃는다. 퇴원하여 사건의 기록을 찾아보고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다. 다혜네 집이 내려다보이는 산에서 지하실에 숨어 살고 있는 기택이 전등으로 보내는 모스부호를 해독한다. 기택이 사건 후 사람들을 피해 지하실에 숨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우는 돈을 벌어서 그 집을 사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수석을 냇물에 둔다. 그 집으로 이사하면 엄마와 햇살이 좋은 정원에 있겠다고 한다.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면 된다고 독백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처음 화면은 반지하 창가에 원형모양의 빨래건조대 집게에 양말이 물려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기우의 독백과 함께 시작할 때와 같이 빨래건조대에 양말이 걸려있는 모습이 오버랩 된다. 햇살을 기다리는 것처럼 양말의 모습이 애절하다. 곰팡이 냄새나는 반지하 기택의 집과 대조를 이루는 박사장의 저택은 거실에 커다란 창이 있다. 넓은 잔디 정원이 훤히 내다보이고 햇살을 욕심껏 들여 놓을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창이 있다. 박사장 가족이 캠프를 떠났던 밤에 기우는 정원에서 하늘을 보고 있었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기우는 정원에 햇살이 좋으니까 그곳에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나는 기생충을 관람하고 바로 ‘햇살’에 주목하고 싶었다. 영화 전체에 비유적인 요소로 등장한 수석으로 감독은 관객에게 은유를 박아버렸다고 했다. 기우가 돈을 벌어서 저택을 살 계획을 세웠다고 했을 때 관객들은 가당찮은 꿈이라고 조소를 했다. 망상이라고 비하해버렸다. 어쩌면 흙수저는 결코 금수저가 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는지 모르겠다. 죄를 짓고 지하에 숨어 사는 기택, 숙주에 기생해서 삶을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영화에서 다루는 크고 무거운 주연 뒤에 스치듯 등장한 조연 ‘햇살’을 끌어안고 싶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햇살은 가난한 자와 부자를 구분하지 않는다. 기우네 가족이 살고 있는 반지하에 곰팡이가 살고 무말랭이 같은 냄새, 행주 삶는 냄새가 나는 것도 햇살이 부재중이기 때문이다. 햇살이 머무는 곳에 거짓과 위선은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다. 햇살 한줌이 하는 말에 귀 기울여 본다. 사회에 대한 편견과 소득으로 생긴 계급, 최악으로 떨어지더라도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 그것을 절대로, 결코 놓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햇살이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가 거대한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흩어질까 두렵다.
첫댓글 햇볕과 바람은 어느누구편 이지 않아 ! 100세시인 시바타도요 의 약해지지마 의 싯귀
햇살은 결코 부서지는것이 아니랍니다
나약한 인간의 심성이 부서지거나 흩어지는것이겠지요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감상 평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