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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 50년이 다 됐지만, 한국교회에는 공의회 문헌을 공부하며, 공의회 정신에 부합한 삶을 살려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평협 공의회 학교에 참여한 신자들. 평화신문 자료사진 |
공의회 문헌은 그 중요성과 등급에 따라서
'헌장'과 '교령'과 '선언'으로 분류된다. 교회ㆍ사목ㆍ계시ㆍ전례 등 네 개의 헌장과 주교 직무ㆍ사제 직무와 생활ㆍ사제양성ㆍ수도자 생활ㆍ평신도
사도직ㆍ동방교회ㆍ일치ㆍ선교ㆍ매스미디어 등에 관한 9개 교령, 그리고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ㆍ종교의 자유ㆍ가톨릭교육에 관한 3개의 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이 16개의 문헌 중 중요한 영향을 끼친 문헌에 대해 짧게 살펴보자.
교회 담을 허물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제1차,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중심 주제는 교회다. 그 중 큰 특징은 교회에 대한 이해 변화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의 교회는 자신을 세속과 마귀와 육신이라는 원수와 투쟁하던 존재로 이해했다. 세속과 투쟁하며 '구원의 방주' 안에 머물면서 하늘나라를 향해 가야 한다고 이해했던 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이 세상 안에 하느님의 빛을 전달해야 하는 하느님의 신비의 도구'로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교회는 하느님과 인간을 일치시키는, 세상 안에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성사적 역할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회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을 복음 선포의 장소로 이해하게 됐고, 가톨릭교회 밖에 있는 갈라진 그리스도교 형제들이나 불교ㆍ힌두교ㆍ이슬람교와 같은 이웃 교회의 신봉자들, 그리고 하느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무신론자까지도 잠정적 대화의 상대자로 이해하고 포용하게 됐다.
그동안 가톨릭교회의 배타적 모습은 모든 인류와 화해를 이뤄야 하는 교회의 보편적 소명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통해 세상에 대한 개방적 자세로 바뀌었다. 교회 역할은 결코 교회 내에 한정되지 않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교회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회와 세상 사이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자각이 탁월하게 표현되는 것은 바로 「사목헌장」이다. 제목에서부터 「사목헌장」은 이것을 잘 반영하고 있다. 「현대의 세계 안에 있는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이라는 이름이 말하듯 교회는 세상에 무관하게 자신만을 위해 기도할 때가 아니라, 시대 안에서 성령께서 주시는 징표를 알아봐야 한다. 세상의 구체적 현장 안에서 복음을 선포할 때 하느님 나라의 건설이라는 자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사목헌장」은 정치ㆍ경제ㆍ문화ㆍ혼인ㆍ국제 사회라는 현대의 시급한 다섯 가지 주제를 상세히 다뤘다.
교회생활 안에서의 변화도 교회의 새로운 이해가 가져온 큰 변화이다. 공의회 이전까지 교회 안에서는 교계제도가 강조되며 성직자의 역할이 매우 중시됐다. 성체성사를 중시하면서 생겨났던 성직자들의 특별한 역할에 대한 이해는 시간이 지나며 과장돼 신자들을 수동적인 교회 일꾼으로 전락시켰다. 물론 「교회헌장」은 교회의 구성원을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로 구분하지만,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개념으로 그리스도교 신자 전체의 동등함을 앞세운다. 세례를 통해 성령을 받고 하느님 자녀가 되는 품위에서는 교황이나 평범한 시골 어르신이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공의회는 이를 통해 무엇보다도 세상 안에서 '평신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평신도는 교회 안에서 성직자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할 사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해야 할 고유한 소명이 있다. 평신도는 정치나 경제나 사회 문화와 예술 등 각 분야에서, 특히 가정과 직장에서 복음 정신에 따라 살면서 자신이 처한 자리와 주변을 복음으로 성화할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공의회는 가르친다.
공의회 정신, 충실히 따라야
그동안 개신교는 성경을 강조하는 반면 천주교는 성사를 중시하는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성경을 모르는 천주교 신자는 많지 않다. 아니 천주교 신자가 성경을 모른다는 말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현재는 수많은 성경 공부가 이뤄지는 까닭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계시헌장」의 반포이다. 「계시헌장」은 하느님 말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교회 내에서 성경공부에 불을 붙인 원동력이 됐다.
이웃종교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천주교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문헌은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관한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일어난 600만 유대인 학살에 "교회는 과연 책임이 없는가"에서 출발한 이 질문은 유다인들에게 충실하신 하느님의 약속을 근거로 그들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나아가 불교나 힌두교, 이슬람과 각 민족 전통 종교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 요소를 정당하게 평가하며, 그 종교에 속하는 사람들과 평화로운 관계를 맺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셨고 모든 것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이웃 종교 안에 있는 선한 것을 존중하고 그것으로부터 마땅히 배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구원의 원천인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몸과 마음을 다해 증언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그리스도 복음의 내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현대 세계에 더욱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그 표현을 바꾸었을 따름이다.
「매스미디어에 관한 교령」은 이러한 맥락에서 교회가 매스미디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르쳐주며 오늘날 신자들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 매체나 사회 매체를 활용해 복음을 전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 살면서 공의회의 교부들을 이끄셨던 성령의 움직임을 마주하고 그를 충실히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