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을 가로지르며 김제시와 익산시를 잇는 산업도로변에 작은 공업사 하나가 있다. 민가가 없어서 인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곡창지대로 이어지는 호남평야언저리로 경지 정리된 논바닥만 끝없이 펼쳐져 있는 벌판은 경제논리로 공업사가 될 것 같은 적지가 아니다. 그러나 그 논리를 깨고 만경들녘을 송두리째 사들이겠다는 야심으로 이곳에서 부를 일구며 황금알을 캐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올해 회갑을 맞은 농업법인 ‘동진’ 대표 장석천(60)씨다. 이곳에서 하는 일은 농기구 땜질부터 시작해서 대기업에서나 생산할 수 있는 대형 프레스와 초대형 철판 샤링기(절단기)까지 제작해서 소규모 업체에 팔고 있는 다기능 영업이다. 그가 나열하는 일들을 보면 축사 자동 목걸이제작, 농약살포기 수레제작, 파이프밴딩, 샤링, 절곡, 용접에 이어 최근에는 농산물건조기 특허까지 가지고 있다. 장 대표는 익산 원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금형공장에 취직하여 20여년을 금형일을 하며 살아왔다. 자격증이 없는데도 기술이 무르익자 서울, 부산, 인천 등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해지며 몸값이 치솟자 그를 부르는 사람이 줄어들어 그 일을 접고 만경들판에 파이프를 휘는 ‘밴딩’기계 하나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 “외상거래도 안합니다. 서류도 필요없어요. 현금을 가지고 오면 물건을 내주죠. 하고 싶을 때 일하고 일하기 싫으면 그냥 쉬기 때문에 납기도 내가 정합니다 .”며 ‘기인’같은 배짱사업을 하는데도 외지에서 물어물어 이곳을 찾는 고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개를 꺼리는 장대표의 연 매출은 3~5억정도이며, 재료비를 제외한 전액이 순이익이다.
직원 한명과 장석천씨 단 둘이서 운영하는 영세업체이지만 이 회사의 내면을 보면 중견 기업이 부러워할 경영마인드가 살아 있으며 실속으로 따지면 잘나가는 ‘서민갑부’라고 볼 수 있다. 일손이 필요하면 그때그때 인력시장의 알바인력을 활용한다. 주변 농지를 매입하여 창고와 태양광을 설치하여 올리는 임대수익만도 대기업 연봉에 이른다. 그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계획으로 한국폴리텍대학 김제캠퍼스 야간과정에 입학하여 기능장에 도전하고 있다. 기업의 대표로 대학과 산학협력도 맺었다. 현장에서만 무르익은 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운 덕분에 직접설계하며 파이프 라운딩 기계를 제작하여 브랜드는 없지만 기계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가 넓히는 영역은 사업뿐이 아니라 농지매입에도 눈을 돌려 황금을 캐고 있다. 김주성학장은 “좋은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에게 기술과 노력을 가지면 꿈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모범답안”이라고 말한다.
20160510_120345.jpg
20160510_120432.jpg
20160510_120958.jpg
20160510_12101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