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야단법석(野壇法席)’의 유래
흔히 야단법석이라 하면 ‘들판에 단을 쌓고 불법을 설파한 야외법회’에서 유래한 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두드리고 노는 가운데 자아성찰을 이룰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이루고자 한 공영의도와 어울리는 명칭을 일컫습니다.
원효스님께서 경남 양산군 불광산 산내 암자인 척판암에 주석할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도력(道力)으로 관해 보니 중국의 종남산 운제사(終南山 雲題寺)에 거주하는 천명 대중이 법회를 보고 있었는데, 곧 산이 무너져서 순식간에 법당을 덮쳐 큰 변을 당하게 되었음을 직관하였습니다. 사태가 다급하여 마침 다과상을 받고 있다가 그 소반을 들어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擲板救衆)이라 적어 서쪽을 향해 공중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그 때 종남산 운제사 대중 가운데서 한 사람이, “웬 널판자가 동쪽하늘에 떠 있다.”하고 소리치니 대중은 기이하게 여겨 절 밖으로 나왔습니다. 순간 절이 무너져서 치어 죽을 천명이 구제되었습니다. 당나라 1천 대중은 머리 숙여 해동 원효를 향해 우러러 예배하였습니다.
“거룩한 원효대성을 찾아 가르침을 구하자.”고 발원한 천명 대중은 수륙 수만리 해동의 나라 신라를 향해 널판자를 따라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그들이 ‘해동원효 척판구중(海東元曉 擲板救衆)’이란 글씨가 쓰인 널판자를 따라 온 곳이 지금의 경남 양산군 내원암으로 천성산(千聖山)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천명 대중은 모두 원효스님 앞에서 제자가 되기를 선서하니, 이곳에 절을 세워 내원암[지금의 內院寺]이라 부르고 이들을 위해 내원암 뒷산에서 <화엄경>을 강설하였습니다. 이곳 너른 들을 ‘화엄벌’이라 이름한 것은, 주춧돌 같은 돌덩이 천여 개가 마치 좌석인 양 널려 있어 ‘야단법석[野壇法席, 들판에 단을 쌓고 법회 자리를 마련함]을 차려 화엄경을 설하였다는 데서 연유합니다.
법회가 있는 날은 큰북을 달아놓고 산내의 모든 암자에서 다 듣고 모이게 했으므로 집붕봉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1천명이 모두 성인이 되었다 하여 산 이름을 천성산(千聖山)이라 했다고 합니다. 당시 도를 이룬 천명의 스님 중 여덟 명의 성인이 팔공산에서 수도했고, 네 명의 성인이 문경에 와 살았다는 데서 사불산(四佛山)이 유래한다고 전해집니다.
즉 야단법석은 순수하게 우리 불교에 어원을 두고 있는 불교용어이지만 천명대중이 ‘들판에 단을 쌓고 법회자리를 여는 자리’였으니 시끌벅적도 하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들 뿐이었겠습니까! 천 명의 중국 스님들 외에도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이 함께 하였을 것이니 소란스러웠으리라 생각됩니다. 따라서 세월이 흐르면서 어의(語意)가 전의(轉意)가 되어 소란스럽고 분주한 일에 ‘야단법석 떤다.’고 하게 된 것이리라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