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제주도산...세복수초
꽃이 피는 원리
식물은 씨앗이 떨어져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자손을 퍼뜨릴 종자를 생산하고 이 세상을 하지 한다. 식물이나 동물은 궁극적 목적은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인간도 성장하면 결혼하고 자손을 퍼뜨리는 행위가 삶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할수록 다양한 욕구와 욕망이 생기게 되어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손을 퍼뜨리는 일이 다른 동물과 달리 필요불가결의 요소가 아닌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식물이 꽃이 피는 원리는 다양하다. 콩은 낮이 15시간 밤이 9시간 그리고 이러한 조건이 3~4만 지속되면 꽃눈이 형성된다. 이러한 꽃눈은 봄이 되면 꽃을 피운다. 일반적으로 봄에 피는 꽃은 저온처리(춘화처리)를 거쳐야만 꽃을 피운다. 그리고 적당한 온도, 그리고 적당한 수분이 있어야 한다. 올해에 복수초는 예년에 비해 약간 더딘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온도 관계도 있지만 겨우내 비가 오지 않는 탓도 있는 것 같다.
거제도산 ...개복수초 개화시기>>>2월1일부터 2월25일까지 꽃의 끝에 흰색이 나는 것은 개화 후 6~7일 지난 것임
복수초 (얼음새꽃) 꽃이피는 원리
‘얼음새꽃’은 복수초(福壽草)의 다른 이름이다. 주로 경기 이북지방에서 부르던 향명이다. 얼음 사이를 뚫고나와 꽃을 피우므로 그리 불렀던 것이다. 또 눈 속에 핀다 하여 설련화(雪蓮花)라고도 했다. 복수초란 이름에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이는 이름이 일본에서 왔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은 원단(元旦)에 복을 비는 의미로 이 꽃을 화분에 심어 선물하는 관습이 있다. 왜 일본 이름이 우리 이름인 ‘얼음꽃’이나 ‘얼음새꽃’을 제치고 도감에 오른 것일까? 식물분류학이 일본에 의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고유의 이름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꿀 수 없다면 병기(倂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얼음새꽃은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다. 왜 이렇게 일찍 꽃 피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까? 봄에 피는 야생화가 대부분 그렇지만, 나무보다 키가 작은 풀들은 5월 이전에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나뭇잎이 하늘을 가리기 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해야 하므로 서두르는 것이다. 가능한 한 빨리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기회를 놓치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으니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많은 문제가 있다. 우선 추운 날씨를 극복해야 하고, 서둘러 일어난 매개곤충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얼음새꽃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지상의 날씨가 따뜻해지는 기운을 느끼면 얼음새꽃은 땅을 비집고 지상으로 싹을 내민다. 그러나 밖의 날씨는 영하 20℃ 이상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대체 어떤 장치를 갖추고 있어 이 혹독한 추위를 견디는 것일까?
첫째는 세포 속에 수분을 저장하지 않는 점이다. 수분이 많으면 얼면서 부피가 팽창하여 세포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얼음새꽃은 땅속의 수분을 끌어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해 저장해 놓은 양분으로 꽃을 만들고 잎을 성장시킨다. 그 속에는 수분은 거의 없고 당(糖)만이 존재한다. 끈적거리는 이 액체가 냉혹한 추위를 견디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열을 내기도 한다. 세포를 만드는 일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일이다. 에너지를 사용할 때는 식물도 산소호흡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 세포에도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하는 것이다. 산소는 산화하면서 열을 만든다. 미세하지만 스스로 열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더하여, 아직 확실한 매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겨울을 이기는 방법으로 부동단백질을 만들어 세포를 보호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AFPs(Anti-Frozen Proteins)라 명명하였다. 복수형인 것으로 보아 부동단백질은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동단백질은 일부 동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둘째로 일찍 꽃 피운 얼음새꽃에게 필요한 것은 곤충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곤충들이 모이는 것은 꽃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기 먹을 것이 있기 때문인데, 꽃의 입장에서 보면 곤충을 이용하는 것이 된다. 얼음새꽃이 곤충들을 유혹하는 먹이로 만든 것은 꿀보다는 꽃가루다. 꽃가루에는 식물체의 유전자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곤충들이 좋아하는 고열량의 단백질 먹이도 된다. 또한 곤충들이 편안히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 놓았다. 얼음새꽃의 모양을 보면 노란색의 오목거울과 같은 모양으로 핀다. 빛을 반사하는 물질로 코팅하여 빛을 효율적으로 반사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향일성인 이 꽃은 태양을 향해 움직이면서 빛을 받아 꽃의 중앙으로 반사시킨다. 이런 이유로 꽃술이 있는 부분은 다른 곳보다 더 따뜻하다. 곤충들은 따뜻한 이곳에서 배를 채우고 오래 머물면서 수정을 돕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지혜의 결과로 꽃 피운지 두 달 만에 씨앗을 만들어 매단 모습을 볼 수 있다. 얼음을 녹이면서 나와, 남보다 먼저 햇빛을 선점하고 씨앗을 남기는 얼음새꽃의 부지런함과 자연에 순응 병진하는 지혜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