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의 해양동물 이야기 35] '생명의 보고' 바다가 '대형 수조'로 변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수산물은 자연산인가 양식인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전체 어업생산량 가운데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46%에서 2015년 49%로 오르더니, 2016년에는 절반을 넘어 56%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양식산의 비중이 61%까지 증가했다. 우리가 먹는 수산동식물 가운데 연근해어업, 원양어업 그리고 내수면어업을 통해 잡은 자연산보다 양식산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는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나타난다. 전 세계 통계에서도 역시 2016년 이후 양식산 수산식품이 자연산을 추월해 생산량 50%를 넘겼다. 바야흐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 일컫는 ‘잡는 어업’이 사라지고 있다. 잡아먹는 시대에서 이제 길러먹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된 배경은 무엇보다 자연산 수산물이 남획과 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감소,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류 소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자연산으로는 인류의 수산물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으니 양식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한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연간 60kg에 이르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9년 50kg에 비해 몇 년 사이에 10kg이나 증가했다.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수산물을 좋아하다보니 이런 식생활은 자연히 공장식 어류 양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량으로 물고기 등의 해산물을 길러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는 조피볼락(우럭), 넙치, 참돔 등을 공장식 어류 양식으로 생산한다. 밀집사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제주도 같은 섬 하나에만 양식장이 460개가 넘는다. 그리고 이로 인한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식장 배출수로 인한 연안 생태계 오염이다. 폐사된 양식어류와 사료 찌꺼기, 배설물 및 어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항생제가 그대로 바다로 방류되어 해안가 수질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는 연안어장을 오염시켜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심지어 수조 소독과 기생충 퇴치를 위해 공업용 포르말린을 사용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발암물질인 포르말린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이 된다. 결국 양식장 주변 바다에서는 해조류, 패류 등 연안생물이 고갈되는 것이다. 또한 넙치 양식 사료인 까나리, 전갱이, 고등어 등이 마구잡이로 포획되어 먹이로 공급되면서 자연산 어류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육류와 마찬가지로 수산물에서도 밀집사육은 대량폐사로 이어진다. 2018년 1월 전남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양식어류 137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여수에서만 126만 마리가 죽었는데, 가두리 양식장의 밀집 사육이 어류의 면역력을 떨어뜨려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매년 더워지는 여름도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계속되는 고수온이 집단 폐사를 유발하는 것이다. 2017년 8월 제주 양식장에서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때문에 넙치 20만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적조 피해로 참돔 수십만 마리가 폐사하는 일도 발생한다. 어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바다에 황토를 뿌리고 죽은 물고기들을 건져내는 것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2015년 펴낸 보고서를 통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0년간 포유류와 어류, 해조, 파충류 등 바닷속 동물 1234종 5829개 개체군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40년 만에 해양생물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현재 추세라면 산호초는 2050년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호초는 어류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보금자리이기 때문에 이는 곧 어류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물고기가 사라진 세상>이란 책에서 저자 마크 쿨란스키는 “상업적 어종, 곧 우리가 먹기 위해 잡는 물고기들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그 수가 줄어든다면, 생물 다양성이 부족해져서 2048년에는 상업적 어종의 수가 거의 모두 다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의 환경 전문 기자 찰스 클로버는 더욱 급진적이고 불길한 주장을 펼친다. 그는 <텅 빈 바다>라는 책에서 수산물 남획의 실태와 바다의 황폐화를 고발하고 있는데, 2048년이면 인류의 식탁에서 물고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류자원이 ‘제로’가 되어 바다에서 물고기 씨가 마른다는 소리다.
생선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건데, 이미 지금도 잡히는 물고기의 35%는 식탁에 오르지 못하고 버려질 만큼 남획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참치를 잡으려고 쳐둔 그물에 돌고래, 바다거북, 상어 등 다른 종들까지 잡혀서 그대로 죽는 것이다. 물고기가 죽으면 바다에 살 수 있는 동물은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양식어류만 남고 바닷물고기는 점차 사라지게 될까? 정말로 ‘생명의 보고’ 바다가 아니라 양식 수조만 남게될까?
지금 지구촌은 기록적인 한파와 무더위가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기후 현상은 지구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남획으로 자연산 물고기가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양식이 늘어나면서 공장식 사육으로 연안 해양생태계가 악화되며, 이에 따라 물고기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바다가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기후 변화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고 앞으로 지구 전역에서 더욱 심각한 재앙을 몰고 오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인류는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제어하지 못하고 이는 그대로 바다에 흘러들어 생물체의 몸에 축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있을까? 아마도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줄 만병통치약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들은 보다 지속가능한 소비를 위해 모든 이들이 조금씩 더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고도 말한다. 한 종의 씨를 말리는 남획을 지양하면서 동시에 돌고래, 저어새, 산호초 등 멸종위기에 처한 해양생물을 지키는 것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문 보기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7799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