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갈 길을 결정하는 것은 감정이냐? 실제 살림이냐?
민중은 나중에는 실살림의 요구에 복종하고 마는 것이다.
이해관계가 일을 결정하고야 만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민중은 이해에 따라 움직이지만 또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당장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정말 민중의 길을 결정하는 것은 뜻이다.
(...) 민중으로 하여금 전진을 하게 하는 것은 뜻의 제시다"
188쪽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언제나 인간은 자신에게 이로울 것을 먼저 찾게 되고,
실살림을 위하여 살아가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듯합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뜻'이 무엇인지 스스로 자주 물었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잡히지 않고,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다 삼국시대를 지나 고려가 끝나는 즈음까지의 역사를 읽으며,
아 이 뜻은 난대로, 생명대로, 자주하여 사는 것이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사실 좀 의문이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뺏는 것보다 빼앗기는 게 많은 민족인데,
하나님은 왜 이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왜 도와주지 않을까,
계속 자주, 독립에 실패하고 계속 권력자들이 백성들을 팔아먹는 나라가 되게끔 내버려두실까 하고 말이에요.
책을 읽는 내내 백성은 가뜩이나 불쌍하고 억울한데 계속 혼만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함석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뜻'은 자신을 깊이 찾고, 스스로 살아가도록 만드는구나.
우리의 역사도 결국 나찾음의 역사이구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너를 침략하거나 약탈하지 않고, 나를 빼앗기지도 않고
나대로 난대로, 어찌보면 한갓 생명대로 더함도 덜함도 없이
다른 생명을 살리고 다른 생명 덕에 자라다가 자연스레 늙고 죽는 것에 있구나 싶습니다.
누구도 떠받들지 않고, 누구에게도 떠받들려 살지도 않고
그 모든 경이와 감사를 뜻과 생명으로 보내면서 말입니다.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문득
아 내가 한갓 생명인 걸 잊고 있었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저기 선 나무와 다를 바없이 똑같이 태어나고 자라다 죽는 생명인데,
왜 여태 생명이 아닌 것처럼 살았지 싶었습니다.
생명은 있는 대로 살아도 잘 자라는데 말입니다.
우주가 그 생명에 무관심하거나 방치하지 않기 때문에,
그 생명대로 살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내리쬐는 햇빛을 잘 받고, 비를 잘 맞으면 되는 일,
있는 그대로만 생생히 살면 되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생각하였습니다.
'생명인 것을 잊지 말아야지.
세상 많은 것들에 나를 빼앗기지 말아야지.
생기 있게, 체념하지 않고, 깊이 나를 찾아
나를 잘 지켜야지.' 라고 말입니다.
첫댓글 나를 낳은 자연과 전혀 다르지 않은 생명임을 새겨보아요. 내안에 깃든 고유한 뜻 찾되, 아집과 욕망에 사로 잡히지 않기를.. 이 모험에 함께 해서 참 든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