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전례력으로 연중 마지막 주일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종말론적 완성과 특성을 더욱 잘 드러내기 위해서 연중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달력은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아 있지만, 교회의 달력으로는 다음 주부터 새해가 시작됩니다.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가 예수님을 신문합니다. 빌라도는 로마 황제를 대신한 자신의 통치권이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을 고발할 아무런 근거도 찾아내지 못한 … 유다인들은 (빌라도까지 끌어들입니다. 빌라도가 왜 이 사람을 데려왔냐고 계속 몰아붙이자) 유다인들은 예수님이 황제께 죄를 지었다고, … 주장합니다. … 유다인들은 그리스도가 이스라엘을 다스렸다는 죄목을 끌어다 댄 것입니다. … 그러자 빌라도는 자신이 들은 유다인들의 불평을 그대로 옮기며, 예수님께 그대가 진실로 유다인들의 임금이냐고 묻고 나서 대답을 강요합니다.(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 『요한 복음 주해』 12.)
참고로,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루스는 412년에 알렉산드리아의 총대주교였습니다. 키릴루스는 444년에 죽었습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세상이 추구하는 지위와 권능을 단호하게 거부하십니다. 여기에 대해 테르툴리아누스가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는 이들에게조차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신 … 것은 모든 교만과 지위와 권능의 겉치장을 단호하게 거부하시는 최고의 본보기를 보여 주신 것입니다.(테르툴리아누스 『우상 숭배』 18.)
참고로, 테르툴리아누스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총독 관저의 백부장이었습니다. 법률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된 테르툴리아누스는 195년 순교자들이 신앙을 지키고자 순교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어 아주 엄격한 금욕생활을 했습니다. 테르툴리아누스는 교회 역사상 최초로 라틴어를 사용했는데 삼위일체(Trinity)를 비롯한 라틴어 신학 용어 982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약 240년 경에 죽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는 그리스도왕 대축일부터 한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정하고 성서 읽기를 권고합니다. 히에로니무스 성인은 “성경을 모르는 것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히에로니무스『이사야서 주해』서론)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알아야 면장이라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르고서는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러므로 새롭게 시작되는 전례 주년인 다해에는 적어도 성경을 하루에 한 장씩이라도 읽는 습관을 기르도록 합시다. 매일매일 성경을 읽는 습관을 기르고 성경 말씀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그리스도를 더욱더 잘 알게 되고, 우리 삶의 중심에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