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나온 것은
아마도 2002년이었을 겁니다.
그때 중앙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았는데
와글짝바글짝 마치 시장통 같은 분위기에 그다지 좋은 줄 몰랐지요.
(아이들이 어찌나 떠드는지...지금도 왜 우리 나라 아이들은 영화나 연극, 음악회 때 그렇게 떠드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그건 교육이 안 되어서 분명하지만...)
그 후에도 몇 번 더 보았지만....별반 다르지 않는....
그러다....
요즘 해금으로 센과 치히로 OST(언제나 몇번이라도)를 연주하면서 문득 다시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이 곡의 해석도 쉬울 것이고, 그때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느껴보자...하는 의도.
혼자 보는 영화는 전혀 다른 느낌과 감흥으로 다가오네요.
슬프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고....
열 살 짜리 여자아이 치히로.....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치히로는 연신 투덜대지만 어른들의 결정에 거부할 수도 없지요.
그렇게 하여 치히로는 터널을 지나 새로운 모험길에 접어들게 되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 이상한 구멍 속으로 뛰어들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지요.
치히로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신들의 나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치히로와 부모님....
부모님은 허락 없이 그곳의 음식을 먹은 댓가로 돼지로 변하고, 치히로는 부모님을 구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됩니다.
졸지에 나약한 어린아이에서, 부모님을 구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되는 치히로.
하지만 치히로는 처음의 징징대던 모습과는 달리 이 험난한 여정을 잘 헤쳐나갑니다.
치히로가 일하게 된 멋진 온천장의 주인 유바바는 치히로의 이름을 빼앗고 '센'이라는 이름을 던져줍니다.
졸지에 이름을 잃어버린 치히로....
이름은 그 사람을 존재하게 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일본의 전통적 건물 모습으로 지어진 온천장...
(지난 번 북해도 여행으로 확실히 알게 된 온천장의 모습...)
종업원들의 모습이나 내부장식도 철저하게 일본색을 띠고 있어요.
일본의 전통색이 환타지에 잘 어울리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의 문화적 특징인 '신(神)'들의 모습입니다.
강, 산, 땅 등 모든 것에 신이 깃들여 있고,
마을 뿐 아니라 가정 집 안에까지 신사를 두고 있어
일본인들에게 그것은 이미 종교가 아니라 하나의 일상입니다.
오물의 신, 강의 신, 얼굴없는 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만물들의 모습을 의인화 시켜 보여주며
그들도 인간만큼 고통과 아픔을 겪어왔다는 사실을 슬프지만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
결국 모든 세상은 인간이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자연과 환경이 함께 공존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진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지요.
'강의 신'과 치히로가 예전에 맺었던 인연의 기억을 마침내 치히로가 떠올렸을 때,
강의 신 하쿠도 본래의 이름을 찾게 됩니다.
아름답고 슬프며, 재미있고, 한편 가슴이 아스라한 영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 모험을 만나고 싶게 만드는 영화.
아.....
나는 열 살 때 뭘 했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지만...
아마도 다락방에 숨어 있었거나, 산과 들로 쏘다녔겠지요.
그때의 열 살이 그립습니다.
* Always with me....
OST의 원래 제목입니다.
치히로와 하쿠....두 아이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첫댓글 일본이라는 나라....그전에는 막연한 반감으로 호감 0%였는데....차차 호감도가 올라가고 있네요.
지금은 이 만화영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보고 싶네요...
DVD 빌려줄게요. 돌아오는 목요일에 만나면....
저희집에 DVD로 가지고 있는데 딸애 조카 모두 좋아해서 스무번은 봤을거예요. 볼때마다 재미있는 영화. 요즘 딸애가 학교에서 일어 배우는데 어제는 센과 치히로의 이름을 해석해주더군요...ㅋㅋ
어떻게 해석해주었는지 알고 싶어요. 그게 너무 궁금했거든요.
저도요~~~ 음악도 이야기도, 그리도 어찌나 좋은지.. 얼마 전 마트에 갔더니 하야오 감독의 애니 DVD들을 저렴하게 팔길래 집히는대로 다 샀네요. 그중에서도 전 하울..을 제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