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곱게 개켜 놓으시고 난 잎을 깨끗이 닦아 놓으시고 신문을 정리하시고
외출했다 돌아 와 현관문을 열면 아무 일도 안하신 것처럼 태연하게 누워 계시는 어머니 며칠 전엔 내 속옷을 빨아 널으셔서 얼굴 붉히게 만드셨던 어머니
퇴행성관절염으로 밤새 앓으시면서도, 물수건을 얹어 드리고 기도해드리는 것 좋아 하시면서도, 자식들 귀찮게 할까봐 소리를 죽이시는 어머니.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린 것 서운하지 않으셨는지요. 어머니 제 외출이 길어지면 심심하시지요. 그래서 이것저것 꺼냈다 들여 놓았다 하시는 어머니를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밥맛이 없다하신 어머니 앞에서 맛있다, 맛있다며 일부러 맛있게 먹기도 하고 반찬을 얹어 드리기도 하면 그래 밥맛 있을 때 많이 먹어라. 무슨 맛인지 도통 모르고 드신다는 어머니.
바람도 쐴 겸 일주일에 한 번 밭에 모시고 가는 것 좋으셔서 어린아이처럼 앞장서신다. 호미로 풀을 매시며 무슨 생각하실까. 새댁시절 고추당초보다 매웠다 하시던 시집살이 생각하실까. 이태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하실까. 마음은 아직도 다 하실 것 같으신지 뜨거운 햇볕 오래 쏘이면 안 좋으니 농막으로 들어가시라 해도 조그만 더 하시겠다고 앉아 계신다. 그 건강 자식들 위해 다 내어 주시고 약한 몸 의탁함을 미안하게 생각하시는 어머니. 막걸리 한 잔 나누며 “어머니, 저랑 여기서 살까요?” “좋지야.” 쓰러진 고춧대를 세우며 상추를 뜯으며 열무를 뽑으며 수십 번도 더 들은 소시 적 이야기 또 들려주시라고 보챈다. 그 것처럼 신바람 나신 일도 드물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 오늘은 뭘로 먹을까요? 제일 좋아하시는 걸로 드세요.“ 밭에 오는 날은 어머니와 외식하는 날.
그 어머니에게서 다가 올 내 노년을 본다.
머지않은 날, 나 또한 그 모습일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