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3-11
늦 가 을(晩秋)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어제는 두 가지의 말을 배웠다. 방송에서 어느 사람이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었는데, 이십대는 화장을 하고, 삼십대는 분장을 하고, 사십대에는 변장을 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천자만홍(千紫萬紅)이라는 말인데, 꽃이나 나무들이 여러 가지 색색으로 울긋불긋한 빛깔을 띠는 것을 말하였다.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진 곳곳의 엽록소나 화청소(花靑素)가 변하여 붉고, 누렇게 된 알록달록한 단풍들이 형형색색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때 이른 것들은 추풍낙엽(秋風落葉)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만 땅에 바로 안착하여 그 바람결에 흐트러져 날리기도 한다. 맑은 하늘아래 골짜기의 흐르는 물위로 바람 따라 날리며 떨어지는 낙엽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잎을 담그고 그 모습을 내 비치며 흐르는 물은 더더욱 맑게 보인다. 맑은 물 속의 갈색은 바로 가을 색이다. 깊어 가는 가을의 이때쯤이면 사람들은 만추(晩秋)라는 말을 입가에 올리기도 한다. 지나간 여름에는 비가 잦았지만, 가을날은 내내 화창하기만 하다. 가을걷이를 다 마친 넓은 들녘은 한가로움이 가득 배어있다. 가득 들어차 있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있던 것들이 그 자리에서 걷혀지고 비어있으면 그것들이 없음으로 해서 넓게 그리고 멀리 바라 볼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들의 시야(視野)를 넓혀간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는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일새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마를새 내에 이러 바다에 가느니” 가을이 깊어져 갈수록 감 맛이 더해간다. 푸르고 노랗던 것이 이제는 붉은 색을 띠어간다. 산언덕 위의 밭 모퉁이에 두 그루의 커다란 감나무가 심겨져있는데, 이제는 잎이 다지고 붉은빛을 띠는 홍시(紅柿)가 나무 가득히 달려있다. 사람들은 함께 하여 주지 않았고 보고 지나치기만 하였으나, 고진감래(苦盡甘來)에 의하여 맺고, 동글동글하게 자라 이제는 붉은빛을 지녀가게 된 것이다. 스스로 자라 만든 그의 분신(分身)을 우리 사람들은 거저 취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그리고 그 나무를 사랑하는 귀여운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너무나 나무를 사랑했고, 나무도 마냥 행복하였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되었을 때 나무는 때때로 외로웠지만, 어른이 되어 밑동만 남겨놓고 나무를 베어갔을 때에도 나무는 행복하였다. 노인이 된 소년이 다시 나무를 찾아왔을 때에도 나무는 자기의 밑동에 앉아 소년이 편히 쉬는 것을 기뻐하였다.
가을을 쓸쓸하거나 외로운 계절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하면 계절에 맞추어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욱 성숙(成熟)해 지려는 이가 있다. 따뜻한 모과 차 한잔을 앞에 놓고 지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한다.
공동체 이야기
미 리 미 리
비 내리는 아침에, 집에서 가까운 마을의 아저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학교 앞에 간판이 떨어져서 비바람에 펄럭이고 있으니 와서 보라는 말씀이었다. 한두 달여 전부터 “새터공동체”라고 쓴 청색의 바탕이 조금씩 떨어져 가는 것을 보아왔으나 그저 지나쳐 버리곤 하였다. 그것은 나의 느긋함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것을 붙이는 접착제가 있었으나 잘 사용해보지 않아서였다. 매월 우리에게 와서 부서진 부분의 보수나 새로 꾸며야될 것이 있으면 도맡아 섬겨주는 모임이 있는데, 그 이름도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지나간 여름동안 잦은 비 때문에 집에 들어서는 마당이 포장된 길 가장자리를 따라 흙이 쓸려 내려가 물길이 나게되었다. 그래서 마당과 길 사이에는 턱이 지어졌다. 오고가는 차가 불편하지 않게 오늘은 그분들께서 그곳을 시멘트로 채워주는 일을 해주기로 하셨다. 그분들이 오셨을 때에 나는 딸아이가 병원을 가게되는 일로, 처에게 그 일을 마치게되면 간판을 새로 붙여줄 것을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실리콘 접착제를 꺼내어놓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그 분들이 늦도록 일을 하여서 간판을 떼어 다시 붙이는 일을 못하고 가게 된 것 같다. 그 후에 그 일에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그 비바람 부는 오늘에 그 작은 일을 당하게된 것이다. 나는 매사에 해보지 않은 일은 작은 것에도 망설여하는 성미이다. 그렇지만 일을 만나게되면 다 하게 되는가보다. 접착제를 쏘아주는 총을 이리저리 만져가며 어떻게 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산을 받혀 들고 수건과 접착제를 가지고 그곳에 가서 보니, 떨어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한쪽모서리가 찢겨져 있었다. 수건으로 빗물을 닦아내고, 접착제를 바르고 글씨가 쓰여져 있는 겉 판을 붙였다. 사소하면서 작은 일이었지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큰 말도 있듯이 매사에 느긋함 속에서 서두름도 있어야 하겠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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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최영애
지명수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금산제원적십자사(회장:유상현)는 제원주유소에서 금산밀알의집. 새터공동체 그리고 이웃 장애인 분들과 함께 갖는 목요일 모임을 10월 16일, 23일 11월 6일, 13일에 각각 모임을 가졌습니다. 군북교회(한성국 목사)에서 같이하여주셨습니다. 그리고 10월 23일은 금산군장애인연합회 모임으로 서천 해양박물관을 관람하였습니다.
* 03년 11월 3일에 제원교회 조종국 목사님과 논산의 대둔산 수락랜드의 도움으로 공동체 식구들이 함께 목욕을 하고, 점심식사를 같이하였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6인).되살미사랑나눔봉사대(곽길동외1인).그리스도의집.만나교회(전남홍외11인).유재석동산베이커리.김기홍.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최길애).금산군새마을부녀회(장호성외6인).수당교회(노경섭).오정교회여전도회협의회.어귀녀.정무래.주식회사EG(이광형).지명수.성남교회안수집사회.이봉우(백경순).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1인).일불사(2인).남일중앙교회(5인).채윤기(박현실).진명구.박종만세광교회.대전지역사회선교협의회.옥천동부교회.대전노회.대덕교회.되살미사랑나눔봉사대(곽길동.유영수).이원교회추부나눔의집.추부보건진료소(이현순)그리스도의집.세상을아름답게만드는사람들(5인).대덕교회(이중삼외1인).영광교회여전도회(김영모외11인).되살미사랑나눔봉사대(곽길동.유영수.강동철).향림원(2인).신건태.성남교회.대전일보(김세원외2인).향림원(2인)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