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소영 금융위부위원장, 오 시장, 박상우 국토부 장관, 김범석 기재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필드뉴스 = 이승철 기자] 정부가 19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를 번복하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아파트로까지 지정 대상 지역을 전격적으로 확대키로 한 것은 토허제 해제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방치 불가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강남 3구에서 이른바 갭투자를 막았던 토허제 봉인이 풀리자마자 해제 대상인 아파트는 물론 해제에서 제외된 강남 3구 내 단지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서 토허제를 너무 일찍 푼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토허제 확대 시행으로 당장은 거래량과 거래 가격이 주춤할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나온다.
다만 기본적으로 강남 3구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어서 토허제 자체가 시장의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토허제 해제 이후 최고가 경신 속출…"상승·확산 속도, 폭 이례적"
서울시가 지난달 13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291곳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푼 이후 해당 아파트 단지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까지 가격이 빠르게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의 전용면적 84㎡의 평균 거래가가 서초(31억 4043만원), 강남(27억 634만원), 송파(20억 2813만원) 모두 20억원이 넘었다.
강남 3구 집값이 동시에 20억원을 상회한 것은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11월 이후 3년 3개월만으로, 토허제 해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나아가 개별 단지의 최고가 경신이 계속됐다.
토허제 해제 대표 수혜 단지 중 하나로 손꼽힌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3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잠실도 '평당 1억'을 눈앞에 둔 것이다.
이와 함께 집값 상승세가 토허제 해제 지역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확산됐다.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토허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음에도 전용 76㎡가 지난달 27일 역대 최고가인 31억 77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마용성 등 주변 지역으로도 수요가 옮겨가며 3월 둘째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 속에서 강남 3구 등과 달리 하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최근 하락을 멈추고 보합(0.00%) 또는 상승 전환하기도 했다.
국토부도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주택시장 동향을 발표하며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되다가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가 서울 대부분 자치구로 확산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과거 시장 상황과 비교할 때 최근 집값의 상승 속도나 상승폭, 확산 속도가 이례적이며 단기간에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경향"이라고 평가했다.
토허제 해제발 부동산 관심이 증가하면서 거래량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506건으로 전월(3370건)보다 63% 증가했다. 특히 갭투자 비율이 반등하며 상급지 위주로의 수요 유입이 나타났다.
서울 강남 3구의 외지인 주택 매수 비율은 지난해 7월 64.5%에서 지난 1월 55.3%로 꾸준히 하락하다가 지난 2월 62.4%로 급반등했다.
또한 강남 3구의 자금조달계획서상 기존 임대차 승계 비율을 보면 지난 1월 35.2%에서 지난달 43.6%로 뛰었다.
◇ 상승세 차단 위해 한달만에 강수…장기적 가격안정 효과는 미지수
정부가 단순히 토허제 해제 번복 수준을 넘어 용산까지 확대 지정하고 필요 시 추가 지정 등 다른 조치도 취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초반에 집값 상승세를 확실히 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진정도리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공급 감소와 입주물량 감소, 수요자들의 '똘똘한 한채' 선호 등 제반 여건을 볼 때 상승폭 둔화를 넘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똘똘한 한채 선호로 규제 주변 지역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거나 규제 우회로를 찾는 꼼수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택 구매 수요가 토허제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가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무시하고 무리해서 해제하는 바람에 괜히 시장에 사야 할 곳만 알려주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제는 강남 3구와 용산만이 아니라 마포, 성동, 강동, 광진까지 다 묶어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