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가야(伽倻)나라
예전 변한(弁韓) 나라는 김해에 구도간(九刀干)이 있으니 도간은 벼슬이름이다. 나라의 무슨 일이 있으면 아홉 도간이 모여 의논하더니 하루는 구지봉(龜旨峯) 밑에 이상한 기운이 하늘로 좇아내려 오거늘 도간이 가보니 이상한 사람이 있어 눈동자가 둘이요 얼굴이 준수하고 광명한지라 구도간이 절하여 그를 높여 왕을 삼고 성을 김(金)이라 하고 이름을 수로(首露)라 하고 나라 이름을 가야(伽倻)라 하니 수로왕이 총명과 지혜가 뛰어나 나라를 잘 다스리니 백성들이 다 칭송 하더라 황후 허황옥(許黃玉)은 인도(印度)에서 배를 타고 가야에 왔거늘 왕이 영접하여 왕비를 삼으니 또한 어진 덕이 있어 도움이 많더라. 수로왕이 형제 다섯이 있어 5가야에 나누어 왕이 되니 곧
1. 변진가야(성주 星州)
2. 대가야(고령 高靈)
3. 아라가야(함안 咸安)
4. 함령가야(함녕 咸寧)
5. 소가야(고성 固城)
등이다.
다섯 가야가 한곳에 접하여 있지 않고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도 한 가야에 속하여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지 않고 잘 지내었다. 수로왕은 지혜가 많아 무슨 시비와 재판이 있을 때 한마디 말로 해결하되 원망하는 이가 없고 또 그 나라 사람은 음악 곧 풍유를 좋아하여 거문고 잘 타기로 유명하고 가야사람 우륵(于勒)은 거문고를 가지고 내사군에 돌아다니며 고산 유수간에 높여 제자들을 가르쳤다. 지금도 충주 탄금대라는 고적이 있다. 12곡을 만들어 타면 학(鶴)이 와서 춤추고 오늘까지 조선에 가야금이라고 전하여진 것은 오로지 우륵의 유물이다. 이것이 세계에 들렸고 제자들이 많았다. 신라에서 가야에 대하여 항상 우대하였고 토벌이나 탐병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야가 약하여 차림 할 수 없을 때 후왕 야률이 신라에 귀순하고 박사들은 악기를 가지고 신라에 옴에 신라에서는 음악학교를 세우고 그 음악을 공부하였다. 지금도 고산 유수곡이 있어 듣기 처량하고 그 소리를 듣는 자 누구나 가야 사람의 고상함을 흠모한다. 하여튼 가야는 풍유의 나라요 그 사람들은 풍유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