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五言散句 加德黃花 오언산구 1)가덕도의 국화꽃
加德秋將暮 가덕도 가을은 기우는데
黃花有萬叢 국화 떨기는 많기도 하네.
涼露宜寫史 찬이슬 같은 역사를 쓰고
淸香可餐公 맑은 향 의로운 음식 되었네.
島人不憂憂 섬사람들 걱정도 아니 하고
棄在籬之東 동쪽 울타리 밑에 내버려두네. 2)
或在采筐裡 혹 광주리 속에 따다 넣고
或在樵車中 혹 섶 수레에 꽂기도 하네.
菊君雖介潔 국화 군자가 고결하지마는 3)
不恥與相從 친하기는 부끄러워 않는다네.
靈均何處去? 굴원은 어디로 갔었는가? 4)
淵明時不同 도연명 시류에 야합 않았네. 5)
日帝三六載 일제의 압박 삼십육 년에도
不能免鞠躬 몸 굽힘을 면할 수가 없었네. 6)
誓詞堪痛哭 맹서하던 말 통곡을 견뎠고
參拜羞無窮 참배의 수치는 끝이 없었네.
黃花羞不對 부끄러워 국화를 못 대하니
高節實欽崇 고상한 절개 정말 우러르네.
霜雪不能奪 눈서리도 절개 못 빼앗도록
日月與爭功 해와 달이 공로를 다투었네.
在島殊浩寂 섬에서 가장 활달케 함에는
咄咄只書室 놀랍게도 내 서재뿐이라네. 7)
如吾失節者 나같이 절의 잃은 자에게도
菊君許与通 국화 군자는 속을 열어주네.
盤桓手欲撫 함께 머물며 쓰다듬고 싶고 8)
延佇躬欲言 정말 바라며 하고픈 말일세. 9)
所情如山積 서정은 산과 같이 쌓이지만
惟君解我衰 그대만이 내 늙음을 알리라.
有淚君爲露 눈물 흘리면 그대 울어주고
有書君爲工 책 있으매 그대와 공부하리.
在世吾誰與? 난 세상에 누구와 같이할까?
與君㝡後終 그대와 최후까지 함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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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언산구(五言散句): 한시(漢詩)에서 다섯 글자로 된 시의 한 형식으로 자유롭고 활발하게 감동을 주는 서정(抒情)의 시문이다.
2) 이지동(籬之東): 동쪽 울타리라는 말로 국화 심은 곳을 은유한다. 동진(東晋)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시구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며 물끄러미 남산[廬山]을 바라본다(彩菊東籬下 悠然見南山)’는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3) 개결(介潔): 고결(高潔)과 비슷한 말로 성질이 깨끗하고 굳셈.
4) 영균(靈均): 전국시대 말 초국(楚國)의 정치가이며 시인인 굴원(屈原/ 약340-278 BC)의 자(字)로 후에는 문사(文士)를 지칭하게 되었다. 영(靈)은 신적(神的)이거나 선(善)함이고 균(均)은 고르고 조절됨이라 말이 능하고 법칙에 바르다고 해석된다.
5) 연명(淵明): 도연명(陶淵明/ 365-427)으로 그가 41세에 팽택령(彭澤令)이 되었을 때 하찮은 윗사람에게 굴종하기 싫어 80일 만에 관직을 버리고 전원으로 돌아간 시인이었다.
6) 국궁(鞠躬): 윗사람이나 영위(靈位)에 몸을 굽혀 존경을 올리는 행위.
7) 돌돌(咄咄): 괴이하게 여겨서 놀라는 모양.
8) 반환(盤桓): 머물며 배회하거나 함께 있는 모양.
9) 연저(延佇): 오래 서있거나 머무르며 고대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