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
海國天高送晩晴
바다 땅 하늘 높아 저녁이 맑고
蕭蕭庭樹有何聲
쓸쓸한 뜰 나무 무슨 소리 내나?
松江鱸躍興秋味
송강농어 뛰니 가을 맛 돋우었고 1)
彭澤鷴飛見月情
팽택에 솔개 날아 달을 보았다네. 2)
欲借空船賃至重
짐배 빌리려도 뱃삯 극히 비싸고 3)
又乘汽鐵塵難成
또 기차 타기도 세상에서 어렵네.
尋常動止由天定
보통의 가고 쉼도 하늘이 정하고 4)
一路南行又北行
같은 길로 남쪽 갔다 또 북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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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송강로약(松江鱸躍): 서진(西晉/ 265-316) 사람 장한(張翰)의 순갱노회(蓴羹鱸膾)의 고사를 말하니, 지금의 중국 강소성(江蘇省)에 있는 송강 곧 그의 고향 소주(蘇州)의 순채국과 가을 농어[鱸魚] 맛이 생각난다며 낙양(洛陽)의 벼슬을 버리고 돌아가 뒤에 일어난 난리에서 살아남았다 해서 이 고사가 당(唐)나라 때부터 문학에 자주 나타났고 조선에서도 익숙한 얘기다.
2) 팽택한비(彭澤鷴飛): 팽택은 도연명(陶淵明)이 현령을 지냈던 곳이고 한비는 솔개 나름인데, 벼슬을 버리고 돌아갔으니 부패한 사회를 포기하고 자연의 순전한 삶을 회복했다는 설명인 것 같다.
3) 공선(空船): 사람이 타지 않고 짐을 싣는 짐배. 피란민이 귀경하는 번잡함의 심한 모습이다.
4) 심상동지(尋常動止): 심상은 흔히 있는, 보통이란 말이고 동지는 움직이고 멈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