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天人有籟靜中聞
자연의 소리는 고요 속에 들리고 1)
萬有自然發語文
우주의 만물은 말과 글을 발하네.
道德五千闡秘境
도덕경 오천 단어 신비를 열었고 2)
葩詩三百戒昏君
시경 삼백 수 흐린 임금 경계하네. 3)
劒磨壯士白頭不
칼 갈던 장사 제 명대로 못살았고 4)
淚灑孤臣鐵嶺雲
눈물 뿌린 신하 철령 구름 읊었네. 5)
寸土何能分與敵
손바닥만 한 땅 어찌 적과 나누나,
長驅進入北征軍
멀리 달리어 북정군이 들어갔는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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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인유뢰(天人有籟): 천뢰(天籟)와 인뢰(人籟)로 장자(莊子)의 개념으로 하늘의 소리와 인간이 내는 소리를 말한다.
2) 도덕오천(道德五千): 도덕경(道德經) 글자[語]라는 말로 춘추시대(春秋時代)의 노자가 지은 책 도덕경(道德經)의 5,000 글자[言]. 그 책을 ‘노자(老子),’ ‘오천언[五千言]’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그 당시에 모든 학자들인 제자(諸子)가 한가지로 받들었으며, 도가(道家)의 경전이 되어서 ‘모든 경전의 ’왕[經典之王]‘이라는 존칭까지 받아왔다.
3) 파시삼백(葩詩三百): 파시(葩詩)는 시경(詩經)을 말하는 다른 이름으로 당나라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시경은 ‘바르게 하면서도 아름답게 한다[正而葩]’는 말에서 나왔다. ‘삼백’은 공자가 가려 뽑은 옛 시가(詩歌)로 이루어진 시경(詩經)의 시(詩) 300수를 말한다.
4) 검마장사(劒磨壯士): 칼을 갈던 장사라는 말. “사나이 20대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 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부르랴. 백두산의 돌은 칼 가는 데 다 쓰고 두만강 물 말 먹여 없게 하리(男兒二十未平國 後世誰稱大丈夫. 白頭山石磨刀盡 豆滿江水飮馬無).” 이 시문(詩文)에서 이십(二十)을 20대의 청년 장사(壯士) 남이장군(南怡將軍/ 1441-1468)임을 말하고, 백두산을 흰머리[老年]로 하여 불(不)자를 붙여 백수(白首)가 되도록 살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5) 누쇄고신(淚灑孤臣): 눈물 뿌린 외론 신하라는 말로 백사 이항복(李恒福/ 1557-1618)이 광해군에 의해 함경도로 유배 가던 길에 강원도 회양군에서 함경도 안변군으로 넘어가는 험한 고개 철령에서 읊었다는 시조를 말한다. “철령 높은 재에 자고 가는 저 구름아/ 고신원루를 비삼아 실어다가/ 임 계신 구중궁궐에 뿌려본들 어떠리.”
6) 북정군(北征軍): 북쪽을 정벌(征伐)하러 간 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