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토치기현에는 ‘자치의대’가 있다. 공공의과대학의 모델로,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한 지역에 근무할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대학이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적인 의료만 배우는 게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와 돌봄의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건강 문제도 진찰하고 주기적으로 돌보는 방법도 배우고 있다. 전에 농촌 지역에 왕진봉사를 다니는 의사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그는 의료취약지역에서 진행되는 1차 진료의 목적은 “단순히 치료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환자의 전체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농어촌 지역은 고령환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이 원하는 진료는 정밀한 검사보다도 식습관 관리, 의사의 가정 방문 등 생활 건강과 관련돼 있다. 따라서 지역 의사들은 환자들과 친밀하게 맞닿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돌봄과 건강을 모두 행할 수 있는 전문 의사 ‘지역의사’가 필요하다.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가 실행돼야 하는 이유다.
지역에서 전문적인 의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의사 물량 공세가 답이 아니다. 의사 재분배가 필요하다. ‘공공의료, 왕진 진료 등’에 관심을 가지는 전문인력 위주로 공공의대 학생을 모집하고 관련 내용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자체 소속 공공의료기관 절반 정도가 필요한 의사 수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의사 퇴직자 중 70%가 넘는 비율이 공중보건의사(공보의)다. 국내 의과대학 교육은 ‘이론’과 ‘질병’ 중심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학, 일차의료기관 외래진료 현장 실습 등’ 실제 지역사회 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과목들을 의대생들이 필수로 듣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각 지역에 맞는 과목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대체로 의대 과목들은 전국적으로 통일돼 있는 편이다. 따라서 표준 교육프로그램을 지자체가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
지역의사 양성 과정에서 가장 염려되는 건 10년 간의 의무복무 기간을 거친 전공의들이 대도시로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도시 집중 현상만 더 가중시킨다. 따라서 대학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지역 내 종합병원의 위상도 높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세분화해 각 지역 내에 종합병원급 이상 공공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한다. 그러나 광주, 대전, 울산, 세종 등은 이런 공공병원이 1곳도 없다. 서울만 100%를 달성했다. 따라서 지역 내 종합병원을 길러내야 한다. 정부는 AI를 활용해 문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효율적인 업무 과정으로 의료를 전환하고, 이를 통해서 절감되는 비용으로 병원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 또, 그 안에서 근무하는 수련의들의 과도한 수련시간과 연속 근무 규정 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현행 제도에서 차츰 낮춰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재 지방 의료가 미흡하다 보니 대안을 펼치고 있다. 앱 기반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거나 창고형약국을 설립해서 주민들이 약을 알아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농촌취약지역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 고령층은 전자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기존에 이용하던 병원과 약국만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믿기에 창고형 약국 등에도 불신을 가지는 편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취해야할 자세는 지역 내 확실한 책임의료기관들을 1군데 이상씩 만들고, 이 의료기관과 공공의대가 협력해서 지역의료전문과목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나면 ‘왕진 의사, 감염전문의사 등’ 본인이 원하는 전문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순히 과목을 넘어 근로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전문적인 지역 의사가 양성될 때, ‘진료와 돌봄’을 모두 원하는 지역민들의 소망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도입부에서 왕진의사 분을 취재했던 경험을 녹여 취지의 본질을 잘 짚어주신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목적에 공감하며 감탄하셨다는 대목을 읽으며,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다면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는 부러움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소감이에요.)
표현과 관련해서는 한 가지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따라서 지역 의사들은 환자와 친밀하게 맞닿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문장에서, ‘친밀하게’라는 표현은 감정적 거리의 가까움을 강조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의사 한 명이 여러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감정적 교류보다는 환자의 삶 전반을 이해하고 정확히 파악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2문단은 기존 초안의 3문단과 합쳐서 하나의 흐름으로 구성해도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기존 3문단에도 유의미한 주장과 표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언급할 때는 단순히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로 넘어가기보다는, 필요 인원 대비 실제 충원 비율 등을 간단히 수치로 제시해 주면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들은 브리핑을 참고로 하니, 더 이해가 잘되네요. 도입부와 결론이 이어지는 느낌이 글의 가독성을 높여
과목을 넘어 '근로 형태'를 다양화하자는 방법론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는 참신함으로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