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사랑 이었나
오봉 고대륜
학창시절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사랑 이었나
코너 집 구멍가게에 머리 딴 시골처녀
오빠네 집에 온 여동생이라 했다
과자내기 삼봉을 치고 과자를 사러 가면
“학생 어서 와요 무엇을 드릴까 ”
말소리도 상냥하고 과자를 싸준 손도 예뻤다
과자를 사지 않는 날에도
참새가 방앗간 들리듯 가게 앞을 갔다 왔다
그제야 공부할 생각도 나고 잠도 잘 수 있었다
어느 비오는 날 과자를 사러갔는데
처녀는 안 보이고 아저씨가 가슴이 철렁
통금 사이렌 울리기 전 다시 가게로
문을 닫으려는 순간 “아가씨, 잠간만 요”
나는 과자도 사고 아가씨도 보고
“학생, 여기 우산 쓰고 가요”
친구야 훨~훨~ 오봉 고대륜
(고교동창 이 찬열 마지막 가는 날에)
고등학교 동창 육문회 회원으로
가장 건강했던 친구 찬열
항상 단합을 앞세우고
건강하게 살자 했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언젠가는 이별이
오리라 예견은 했지만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나“고 노래 부르던 친구가
오늘이 슬픈날이 되고 말았구나
오호 통재라! 눈물이 앞을 가려
너의 영정이 안 보이구나!
이제는 훨~훨~
사랑도 미움도 우정도
다 털어 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게나
님의 목소리
오봉 고대륜
아버님이 잔치에 가셨다
셀팍에 들어서면서, 살뜰하고 보드랍게
“어~ 참 고것이”
“아버지 오신다 마중인사 드려야지“
논밭 둘러보고 오시면서
동네사람들과 이야기 한 말씀, 정답기 그지없는
“그런께 말일세”
“느그 아버지 오신가부다 나가봐야지“
새벽에 기침하여 경을 읊으시던 그 목소리
“(오족烏族도 유수有壽하니 항 인생人生이야 ~) ”
이젠 꿈속에서라도 한 번 더 듣고 싶은데
문득, 우물 속처럼 말갛게 가라앉는 상념에 젖어
‘꿈에 본 내 고향‘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 싶어서
헛기침으로 가녀린 내 목청을 가다듬는데
아슴한 꿈결처럼 생시처럼,
먼데서 다가오는 님의 목소리는 정녕,
이! 환청...
소금 꽃
고대륜 오봉
사랑의 꽃밭에 바닷물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의 꽃밭애 햇살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의 꽃밭에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의 꽃밭에 달빛은 무엇이었을까
바닷물은 정열의 햇살을 받으며
사랑의 씨앗으로 영글어 가고
바닷물은 살랑 바람을 마시며
달콤한 사랑의 향기에 취하고
바닷물은 달빛을 품은 동안
제2의 꿈을 키워갔지요
이 모두가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겠는가
온 인류가 필요로 하는
사랑의 소금꽃이 아니었을까
2021 08 17
승리의 뒤에는
오봉 고대륜
2020 도쿄올림픽에서
아시아 수영왕자 괴물 황 선우
1952년 스즈키 이후 최고 성적
경영 남자 100m 자유형 47초82로
아시아인의 불가능 영역으로
안 된다는 인식을 깨트린 황 선우
기초체력도 달리고
폐활량도 보통인 그가
무엇으로 좋은 성적을 냈을까
아름다운 승리의 뒤에는
순간순간의 폭발적 순발력과
로핑 영법 (loping stroke) 그것이 무기
그 순발력을 구사하기 위한
4년간의 피나는 노력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물개가 되고 고래가 될 때 까지
아픔 없는 삶 어디 있으랴
오봉 고대륜
아내가 왼팔을 다친 지 얼마 안 되어
또 오른팔을 다친 것이다
혼자서는 눕지도 일어나지도 못하게
문득 어렸을 때 팽둥이를 잡아
발목을 분지르고 목을 비틀어
매끈한 땅바닥에 되짚어 놓고
“마당 쓸어라 마당 쓸어라” 하면
날개를 펴고 빙빙 돌던 팽둥이
지금 생각하면 마당 쓸려고 도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려고 안간힘을 썼던 팽둥이
다리가 분질러지고 목이 비틀림을 당한
아픔의 몸짓이었던 것을
접었던 날개를 영영 펴 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멈추어 버렸던 팽둥이
정말 몰랐었구나! 정말 몰랐었구나!
몽매한 인간이 너의 아픔의 몸부림이었던 겻을
2021 05 14
팽둥이:여름이면 상수리나무에 붙어 진을 파먹고 사는 곤충
풍댕이 사투리
역사를 바로 보자
고대륜 오봉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한다면
46년 전 월남대통령 구엔 반 티우처럼
미군헬기로 도망 갈 건가
카불함락 뒤로하고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처럼
돈 가방 챙기며 미군헬기 탈건가
조국을 버리는 난민들의 행렬까지 보지 않았는가
아프간은 1975년 베트남의 판박이 역사
타산지석을 바로 보지 못하면 비극 밖에 없다는 것을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베트남이나 아프간처럼
비극의 상황이 절대 없을 것이라 장담 할 수 있을까
경축일 태극기를 달지 않는 국민의 마음속에서
코로나 방역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국민의 행동속에서
과연 불타는 애국심을 읽을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한국에서 미군이 철수 하고 핵이 빗발쳐도
조국을 지키겠다는 불타는 대동단결의 애국심만이
우리가 살 수 있음을 명심불망 할 일이다
자연 그대로가 좋아
오봉 고대륜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으로 가는
송화마을 언덕백이 소나무 한 그루
자연 그대로 서 있는 자태 너무나 좋아
갈 때마다 올 때마다
차창 밖으로 반겨주는
소나무 한 그루
항상 푸르름을 간직한
당신이 좋아
옹색한 언덕백이지만
불평 한마디 없이
튼실한 뿌리를 유지하며
오방으로 죽~죽 뻗은 가지
전정가위로 다듬을 필요도 없이
자연미 그대로가 좋아
멋 부리지 않는 자연 그대로
늠름히 자리한 당신이 너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