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체를 두 가지 색으로 칠한 투 톤two tone 자동차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자동차 제조회사의 도장공들은 도색과정에서 두 색깔의 경계선을 깔끔하고 정확하게 나누는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도색하기 전에 한쪽 색의 경계선을 따라 종이를 붙여 마스킹을 하여 날카로운 경계선을 만들었다. 효과는 좋았지만, 작업 후에 접착된 종이를 떼어 내는게 쉽지 않았다.
미국 미네소타 소재 3M사는 자동차 제조업체에 사포를 납품하고 있었는데, 제조업체가 도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듣고, 쉽게 붙였다 쉽게 떼어낼 수 있는 접착 테이프가 있다면 시장성이 매우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화학자 R.G. 드루가 이 문제 해결에 도전했다. 그는 고무 시멘트가 이에 적합한 성질, 즉 끈적하지만 표면에서 비교적 쉽게 떼어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종이 띠의 한쪽 면에 이 고무 시멘트를 발라 약간의 압력을 가하니 표면에 잘 붙고, 힘을 덜 주면 쉽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고, 종이 띠의 끝 가장자리에 접착제를 바르면 비용 절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테이프를 받은 자동차 도장공들이 막상 사용해 보니, 접착제가 너무 적어서 테이프가 잘 고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3M 영업사원에게 ‘좀 더 후하게’ 접착제를 바르라고 말했고, 3M은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하여 개량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접착제를 '인색하게' 조금 바른 초기 제품의 실패 이미지를 갖고 있던 도장공들이 ‘인색한’ Scotch이라는 말을 붙여 그 제품을 스카치 테이프라고 부르자, 3M은 어쩔 수 없이 그 이름을 받아들였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브랜드로 활용하자는 전략을 세워 ‘스카치’ 시리즈의 테이프를 여러 가지 개발했다. 현재 400종이 넘는 압착식 테이프가 팔리고 있다. 사용되는 접착제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아크릴계 고분자에 속한다. 이들은 마스킹 테이프처럼 쉽게 떨어지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붙이고 누르면 수많은 미세한 흡착 컵suction cup이 생겨 강하게 달라붙도록 설계되어 있다.
일부 접착제는 너무 강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반창고의 접착제다. 반창고를 떼어낼 때 아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빛으로 접착력을 없앨 수 있는 반창고가 개발됐다. 빛이 닿으면 아크릴 고분자 사슬의 일부 곁가지들이 서로 결합하며 접착력이 사라지는 반응이 일어나서, 반창고가 쉽게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