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겨울, 전남 화순 백아산(白鵝山·810m)에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잇는 ‘하늘다리’가 놓였다. ‘하늘다리’라는 이름처럼 높게 솟은 두 바위 사이 허공을 가르는 동시에 잇는다. 하늘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끝내주는 암릉산행으로 등산객들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했던 백아산. 백아산은 흰 ‘백(白)’에 거위 ‘아(鵝)’를 쓴다. 직역하면 ‘흰 거위 산’이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하얀 바위 봉우리들을 보고 있자면 이만큼 이름과 닮은 산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지도에서 백아산의 위치를 살펴보면 광주 무등산(1,187m)과 순천 조계산(884m) 사이에 살며시 자리한다. 화순의 동북쪽에 솟아 전남 곡성과 경계를 이루는 백아산은 6·25전쟁 당시 인민군의 천연요새로 선택됐을 만큼 깊은 골짜기를 품고 있다. 마당바위와 절터바위를 잇는 다리의 이름이 ‘하늘다리’로 정해진 것도 당시 쓰러져간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서란다.
트레킹은 상대적으로 오르막이 수월한 백아산관광목장에서 출발해 마당바위~하늘다리를 건너보기로 했다. 더불어 백아산 정상에 올라 백아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코스 대신 하늘다리를 건너 다시 백아산관광목장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를 선택했다. 자가차량으로 움직이는 만큼 원점회귀가 간절했고, 이번 백아산 트레킹의 주인공은 ‘하늘다리’였기 때문에 그를 보고 돌아오는 코스 중 가장 수월한 길을 골라도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올라갔던 같은 길로 하산하는 것은 질색이거나 차량 픽업을 도와줄 일행이 있다면 백아산관광목장~마당바위~하늘다리~정상~백아산자연휴양림 코스도 괜찮다. 트레킹을 좋아하거나 산에 가면 정상에 올라야 아쉽지 않은 이들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정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그저 가뿐하게 걷고 싶다면 기자가 선택한 길을 걸으면 충분하다.
관광목장에서 하늘다리까지 2.7km, 정상까지 3.5km. 든든하게 옆을 지키는 소나무 덕분에 지루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모습을 드러내는 하늘다리 덕분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하늘다리는 떨어진 거리만큼 아득하다. 어떻게 저렇게 삐죽 솟은 바위 사이에 다리를 놓을 생각을 했을까.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산세는 만만치가 않다. 백아산하늘다리까지 1.5km가 남았음을 알리는 표지판과 닿는다. 능선삼거리다. 아산목장에서 뻗은 길과 한길로 만나는 지점이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등산객들에게 고로쇠 수액 한 모금 얻어 마신다. 한숨 돌리기 좋은 평상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쯤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야가 탁 트이며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0.2km만 가면 하늘다리와 닿고 오른쪽으로 1km 걸으면 백아산 정상이다. 겨울 끝자락에도 여전히 푸른 소나무 사이로 바위들이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흰 속살을 드러낸다. 백아산 정상에 오를 생각이라면 일단 정상부터 다녀와야 한다. (펀글)
첫댓글 등산지도 정보감사 합니다
언제나 사랑과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