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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그렇게 좋아라 하던 여자농구도 못보고 가끔 보는 남자농구도 못보고 올해 시청률 최고인 선덕여왕도 못봤습니다.ㅋ 어제 시험이 일단 끝난 관계로 간만에 직접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저께 시험을 보고 여자농구 홈피에 들어가서 일정을 보니 어제 경기는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원래는 kb 국민은행이나 편의상 국민은행으로 줄여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셨음 합니다.) 어디인지 알았지만 연수원은 어디있는지 모르는 터라 홈페이지로 버스 노선을 파악하고 천안으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천안 너무 멀더군요.ㅠㅠ
천안역에서 겨우 길을 물어물어 700번 버스를 타고 백석대학교 앞으로 갔습니다. 백석대학교 앞에 내리니 참... 도시에서도 한구석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백석대에서 좀 더 연수원 쪽으로 걷다보니 주변에 전원일기 풍의 농촌도 보이더군요. 인가는 거의 없고요. 애타게 셔틀보스 정류장을 찾던 제 앞에 나타난 셔틀버스 정류장 안내 표지판은 구세주와 같았지요.ㅋ
버스를 타고 5분 간 들어가니 드디어 웅장하지는 않지만 경기를 치루기에는 모자라지 않은 천안 국민은행 연수원이 나타났습니다. 주위를 보니 막말로 '첩첩산중'이었습니다. 원래 회사 연수원이라는 곳은 조용한 곳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서도 프로농구 경기장은 조용한 곳에 있으면 안 됩니다. 천안이라는 도시가 큰 도시이고 관중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곳이어도 경기장은 첩첩산중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국민은행 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농 팬들께서 국민은행에 대해 생각해 보셨을 문제였을 것입니다.
올해 2008-2009 시즌이 끝나고 뉴스를 검색해 왔는데 국민은행 구단이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그야말로 '내쫒겼다' 했습니다. 물론 어느 구단이야 경기장을 빼앗기고 싶은 마음이 있겠느냐만은 이번 경우는 국민은행 측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였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프로의 세계가 인기에 영합하는 쪽으로 간다지만 상대방 배려해서 돌려 쓰고 있는 경기장에서조차 쫒는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제 에게 위안이 되었던 것은 이런 불리하기 짝이 없는 입지조건의 경기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시는 팬들이 많이 경기장에 찾아와 경기를 관람하셨다는 것입니다. 연수원이 다른 경기장보다 관중석이 적다 쳐도 많은 수의 관중이었습니다. 그만큼 국민은행 구단이 천안 지역에서 어느 정도 정착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이로 봐서 내년 시즌부터 경기장 확보가 구단 측에서는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성의 있는 팬들이 있으면 팬들이 찾을 경기장은 팬들을 쉽게 경기장에 끌 수 있는 장소에 있어야 하니까요.
내년에 국민은행 구단이 연수원이 아닌 시내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 경기장을 잡아 경기를 했음 좋겠습니다.
간만에 농구를 봐서인지 보는 감이 떨어져서 자세한 이야기는 드리기 힘들겠고, 제가 눈여겨 본 부분에 관해서만 말씀드릴까 합니다. 모자란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국민은행은 작년까지 중, 하위권을 맴돌았습니다. 김영옥 - 김지윤 선수 영입 당시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는 너무나 빨리 가라앉아 버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작년 시즌같은 경우 정선화 - 곽주영 선수라는 걸출한 골밑 재원 없이 장기간 경기를 치뤄 왔기에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변연하 - 김영옥 선수라도 농구 경기에서 좋은 센터가 모잘라서는 경기에 이기기는 힘듭니다. 물론 김수연 선수가 공백을 어느 정도 열심히 메꾸어 주었다고 해도 한 명의 센터로는 분명 승수를 따내는 것에는 한계가 따릅니다.
이번 경기에서 국민은행이 작년에 이렇듯 지고 왔던 걱정거리는 이제 없어졌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정선화 선수 부상에서 회복되고 나서 국민은행의 골밑을 무척이나 잘 지키고 있더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선화 선수의 능력은 공격에서 빛났습니다.
정선화 선수의 공격을 보면 다른 선수와는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보통 올라가면서, 즉 점프를 뛰면서 슛을 쏩니다. 하지만 정선화 선수는 점프의 정점에서 팔을 들어 다른 선수들보다 높은 타점에서 슛을 쏩니다. 점프력이 원래 되는 선수라 정점에서 슛을 쏘아 버리면 키 190의 센터 선수라도 그 공격을 막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터닝입니다. 여러 번 이종애 선수나 허윤정 선수를 당황케 하는 턴 어라운드와 피벗이 나왔는데 작년에 국민은행 구단에서 정선화 선수를 애타게 찾았던 이유를 여기서 알 수가 있었습니다.
예전에 정선화 선수를 보았을 때, 정선화 선수는 다소 골밑 공격을 피하는 경향이 없지않아 있었습니다. 정선화 선수의 득점방식은 반 이상이 중거리 포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는요,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정선화 선수는 결코 몸싸움을 피하지 않고 노련하기 그지없는 블로킹 여왕 이종애 선수를 상대로 정면으로 공격을 해서 센터 본연의 공격을 보였습니다.
너무나 당연시 되어왔던 농구 격언 중에 이런 격언이 있습니다. '화려한 선수는 관중을 즐겁게 하고, 좋은 센터는 감독을 즐겁게 한다.' 저는 그것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그렇게 선수들한테 호통을 즐기시는 정 감독님이 어제경기 중 한 번 미소를 지으셨는데 그 미소는 정선화 선수의 플레이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보기 힘든 진귀한 장면이라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순간포착력이 제가 달리네요.ㅋ
어제 경기에서 정선화 선수에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승리까지 가져와 주었다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체력 부분은 김수연 선수라는 좋은 백업 선수가 있어서 괜찮습니다. 정덕화 감독님도 어제 작전타임에서 그런 점을 강조하시던데 4쿼터 말반에 조금만 과감한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변연하 선수와 김영옥 선수의 마당쇠 모드도 볼 만했습니다. 이름하여 '변당쇠'입니다.ㅋ
변연하 선수는 늘상 말씀드려왔던 대로 국민은행에서 할 일이 참 많은 선수입니다. 어찌보면 변 선수 입장에서는 삼성생명 시절을 살짝 그리워질지도 모릅니다. 왕언니들이 커버를 해주고, 자신의 플레이를 100프로 가까이 살려주니까요. 하지만 국민은행에서는 그렇게 될 수는 없는지라 할 일이 너무 많아 과로상태까지 우려됩니다.
변연하 선수와 김은혜 선수를 보면 요즘 느끼는 것이(농구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마당쇠 모드의 모습을 항상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리바운드면 리바운드 수비면 수비, 허슬 플레이면 허슬 플레이, 여농을 오래 보신 팬들께서는 이런 모습이 새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변연하 선수는 어제 또한 마당쇠가 되어 녹초가 되도록 연수원 코트를 달렸습니다.
3쿼터에 박정은 선수의 연속 3점포를 막지 못한 흠은 있지만 변연하 선수 이번 경기에서 정 감독님이 바라시는 것만큼 팀의 에이스로써, 마당쇠로써 열심히 뛰었습니다. 특히 정덕화 감독님의 작품인 압박 지역수비(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역수비 형태인데 상대 선수에게 공이 갈 때마다 순간적으로 더블팀을 들어가는 힘든 수비형태입니다. 좁힌다고 말을 하지요)을 전반에 실행하고도 후반에 그 정도로 뛰어 주었다는 것은 정 감독님의 취임 이후 감독님과 변 선수와의 호흡을 잘 보여 줍니다.
변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이야기일 진 모르겠지만 4쿼터에서만큼은 마당쇠보다는 본연의 에이스 역할을 했으면 변 선수 더 괜찮은 점수를 저에게 땄을 것입니다. 하지만 4쿼터에 변연하 선수 패스 과정에서 턴오버를 해서 따낼 점수를 잃고 말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누구보다 변 선수가 경기 종료 직후 아쉬워 하던데 제 생각으로는 4쿼터에는 패스 플레이보다 변연하 선수는 적극적인 공격을 해야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국민은행의 승수를 결정적으로 가져올 수 있는 선수 중의 중요한 한 명은 바로 변연하 선수니까요.
김영옥 선수도 예전의 3점 슈터와 슬레셔의 모습에서 다소 탈피하여 이미선 선수를 적극적으로 4쿼터 내내 마크하는 마당쇠 모습을 보였습니다. 4쿼터에 이미선 선수에게 포스트 업 일대일 공격만 내주지 않았다면 승부는 어제 모르는 것이었는데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아까웠을 것 같습니다.
이제 농구계에서 고령의 나이와 '왕고층'의 위치에 오른 김영옥 선수의 항상 부지런함은 국민은행을 보는 팬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김영옥 선수의 이런 모습 최소한 5년은 보았으면 하는 지나친 욕심이 개인적으로 있습니다.ㅋ
이미선 선수는 어제 결정적인 스틸 대신 상대방에게 300프로 얄미운 리바운드를 보여 주었고, 결정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물론 국민은행의 후반 사기를 돌려놓은 것은 3쿼터 박정은 선수의 연속 3점포와 변연하 선수 봉쇄입니다. 하지만 어제 10리바운드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이미선 선수는 자기 이상의 역할을 다하며 삼성생명의 8연승을 이끌었습니다. 국민은행의 수비가 워낙 거세어서인지 좋은 어시스트는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끈덕진 일대일 수비에도 불구하고 개인기로 활로를 뚫는 이미선 선수는 분명 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입니다.
그리고 제 눈앞에서 후반전에 보여준 이미선 선수의 노룩 백패스는 팬 서비스였나요.ㅋ
어제 삼성생명의 8연승의 일등공신은 이미선 선수를 제외하고 나서는 이종애 선수가 돋보입니다.
체력이 강해 보이는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종애 선수는 기록상으로도, 실제상으로도 승수를 가져오는 중요한 골밑 재원입니다. 물론 방금 말씀드린 정선화 선수같은 힘도, 풀업 점프도, 리바운드도 약간 부족한 선수지만 이종애 선수는 특유의 센스와 스피드를 경험과 잘 혼합시켜 팀을 웃게 하는 센터입니다. 이종애 선수가 삼성생명에 없었다면 아마 이미선 - 박정은 - 허윤정 선수는 라운드 후반에 녹초가 되어 승수를 많이 빼앗길 것입니다.
특히 이종애 선수의 컷-인 공격은 알고서도 못 막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선 - 박정은 선수의 패스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이종애 선수가 뛰어들어가는 타이밍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그것을 건드리면 무조건 파울입니다. 알맞은 타이밍에 기막힌 패스의 컷-인 공격은 삼성생명에서 자주 쓰는 공격 패턴인데 다른 감독님들 삼성생명에게 승수를 가져올려면 이것에 대한 방비에 골몰해야겠지요.
그리고 삼성생명에게서 흠을 잡자면 30대 주전 선수 외 다른 선수들의 활약이 전무했다는 것입니다. 3점이 뛰어난 박언주 - 홍보람 선수나, 충분히 이종애 - 허윤정 선수를 10분 정도 커버 가능한 이선화 - 이유진 선수는 아예 아니면 거의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이 감독님께서 후반 레이스를 참작하여 이 선수들도 작년만큼의 활약을 하도록 배려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장기 레이스는 후반이 중요합니다.
작년 금호생명을 보더라도 전반에 매우 잘했지만 후반에 페이스가 떨여져 따논 당상이었던 2위를 삼성생명에게 주지 않았습니까? 당장의 1승도 중요하지만 장기 레이스에서는 그에 걸맞는 선견지명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삼성생명 요즘 잘 나가고 있지만 이런 점도 생각해서 코트에서 다양한 삼성생명 선수들과 삼성생명의 '미래'을 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생명은 신문기사의 표현대로 파죽의 8연승을 달렸고, 국민은행은 좋은 경기 내용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패하여 연패의 수렁에서 그대로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은행에서 정선화 - 곽주영 선수의 내곽과 변연하 - 김영옥 - 김지현 - 박선영 선수의 외곽의 조화의 보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한 쪽으로 공격 패턴이 기울려져서는 상위권 도약이 후반으로 갈수록 힘들어집니다. 물론 작년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맴버가 이번에 최강으로 보강된 만큼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후반에 변연하 선수의 특기인 장거리포를 살려주는 패턴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국민은행 팬들께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장면인 변연하 선수 무한대 3점포의 기회를 팀에서 많이 만들어 주었음 좋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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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필 그날 이선화 선수 발목 부상 때문에 훈련도 못하고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경기 끝나고 체육관에서 나오니 귀신 나오거나 무슨 범죄 나도 모를 정도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