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 월요일
편안하게 잘 머물렀던 양구농촌체험마을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를 한다.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내다놓으며 말없이 따스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련해주시던 식당아주머니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꼬옥 안아드린다. 아주머니께서는 땀을 많이 흘러 안기는게 미안하다고 하신다. 괜찮다고, 수고 많으셨고 맛나게 잘 먹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아침 구름이 저 너머 산허리 아래까지 내려와있다. 우리는 버스로 오늘의 출발지인 두타연갤러리까지 이동을 한다.
늘 그랬듯이 가방을 내려놓고 아침 체조를 한다. 내려놓은 가방들이 3기 대원들의 단합된 걸음 만큼이나 가지런하다.
어느새 내려앉았던 구름은 간데없고, 오늘 길은 익어가는 벼들과 하늘의 구름이 펼쳐내는 색의 향연이다. 오늘 1우리 조는 후미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날. 사진놀이하기 딱 좋은 날.
비닐하우스를 지나치며 들여다보자 어제 저녁 게임을 하며 배웠던 양구 특산물 중 토마토, 곰취가 눈에 들어온다.
휴식 시간, 마주 앉은 4조 너머로 하늘이 멋있다. 하늘을 가득 담아 4조를 카메라에 담는다.
마주 앉아 계시던 4조도 어느새 우리의 모습을 담는다.
찍어 둔 구름 배경 사진을 보여 드렸더니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주시며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컷 더 담아주신다.
길 위에서도 한 컷. 1조의 트레이드 마크는 어색어색.
하천길을 따라 또다시 행군. 산책로를 따라 공원이 잘가꾸어져 있고 조금 떨어져 있지만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잠자리가 자꾸만 큰형님 모자 위에 앉는다. 살짝 컨디션이 좋지 않은 큰형님 힘드실까 싶었더니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잠자리는 금세 조장님 모자로 옮겨 앉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폰을 다시 든 순간 잠자리는 '나 잡아봐라~' 하듯 휘리릭 날아가 버린다.
반사경만 나오면 반사적으로 폰을 꺼내든다. 오옷~ 둘째형님과 조장님이 반사경을 바라본다. 기회 포착, 찰칵!
자연의 힘! 낡은 창가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수형도 예쁘기도 해라. 찰칵!
오늘따라 안전을 도와주시는 스텝분들이 멀찌감치 따라오신다.
사진 찍느라 멈춘 걸음에 뒷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다. 앗싸~!! 덕분에 후미에서 여유롭게 하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유로운 붓질 자국 같은 구름이 하늘에 한가득이다.
뒤로 보이는 하늘이 우와~
산 너머 구름과 익어가는 벼들의 색감이 우와~
어느덧 농로를 꺽어 들어 찾아간 곳은
두둥~!! 국수맛을 보여주시겠다던 바로 그 곳, 오미막국수.
전 대원 막국수 곱배기!
고백하건데, 나는 국수를 반인분 이상은 잘 먹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곱배기가 많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새 한 그릇 싹~. 김치도 맛나다. 비트를 넣어 색이 고운 동치미육수도 맛나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다시 걸어야지.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강가에서 휴식이다.
이곳은 무더위에 걸었던 2기? 대원들이 뛰어들어 폭염을 씻어냈던 곳이란다. 아마도 더위가 아직은 가시지 않은 계절을 감안하여 이곳에서의 휴식을 준비하셨으리라. 우린 발을 오래 담그진 못하고 건너편에 앉은 대원들 앞쪽으로 돌멩이로 풍덩 물을 튀기는 장난을 친다. 물비린내 나는 물이 튀었지만, 조원들의 정감이 담겨 싫지가 않다.
더위는 없으나 강가 햇살이 따갑다. 누구랄 것도 없이 주섬주섬 신을 신는다.
조장이 물수제비를 뜬다. 우와~ 실력이 대단하다. 나는 미리 포기. 막내도 우와~ 잘한다.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모두 일어서서 출발하나 했더니 조별 대항 물수제비 뜨기 시합이 벌어진다. 우리 조 대표선수는 단연 두 막내. 물수제비 뜨는 모습이 멋져 영상으로 담아본다. 셀 수 없이 길게 튀어가는 조장의 물수제비 실력!!
오~~ 막내의 물수제비도 훌륭하다.
그렇게 물놀이를 끝내고 조금 걷다보니 농로를 벗어나는 길에 익숙한 색의 버스가 보인다. 벌써? 오늘 걸음은 다 걸었다고?
버스로 이동한 오늘의 숙소는 철원군병영체험수련원.
군인들 숙소 체험이라지만, 우리의 편의를 위해 10인을 5인에게 내어주신다.
조금 쉬다 보니 단체톡으로 메뉴가 왔다. 3기 소속 친절&봉사&배려의 아이콘 해병대출신 청년의 섬세한 배려!
조원들이 모여 있는 데크에 오르니 어느새 저녁 노을이 진다.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 1조만의 시간을 가질 곳을 찾는다.
장기자랑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모인 것이다. 사흘 전 양구체험캠프에 도착 한 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 차례 계획을 세우긴 했었다.
그 때, 큰형님이 고민이 되셨던지 각설이타령을 하시겠다고 선뜻 제안을 하셨고 우린 만장일치로 역할 컨셉을 정하고 구상을 마쳤었다. 그날 마침 피곤해서 쉬시느라 그 자리에 안계셨던 둘째형님의 배역이 좀 과했던 듯. 아니나다를까 이튿날 아침 본인이 극구 사양하셨기에 무얼할까 고민을 계속 해왔던 것이다.
장기자랑 거리를 궁리를 하다가, 정자에 누워서 별구경도 하다가, 살짜쿵 사과나눔의 비밀도 고백도 하고...
누구도 딱히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던 차에 둘째언니가 장기자랑 초안을 내어 놓으신다.
그 자리에서 합을 맞춰보는데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몰라서 모두 우왕좌왕~ 폭소만 터트리게 된다. 둘째언니가 안무를 이해하기 쉽게 짜서 전해주기로 하고 작전회의를 마친다.
밤 공기가 쌀쌀하기에 모두 복도로 들어와 쇼파에서 따스한 차를 한잔 나누고서야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침상으로 들어 온 여성대원들은 쉴 틈도 없이 유튜브에서 장기자랑용 반주곡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찾아본다. 원곡은 어쩐지 처지고 살짝 늘어져서 분위기를 너무 떨어뜨린다. 이건 아니지, 밝고 활기찬 버전 이어야만 해. 모두가 한 마음이다. 수많은 곡들을 찾고 들어보다 드디어 막내가 곡 하나를 찾아내고야 만다. 딱 좋아! 만장일치로 선곡 후에야 하루를 마무리한다.
< 3기 통일걷기에 공유되었던 사진을 일부 사용했어요. 공유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
첫댓글 누님, 잘 읽었습니다.
매일매일 새롭고 즐거운 일이 생겨서 육체의 피곤을 느끼지 못했고 함께 걷는 조원들과 동료들의 덕분에 정말 즐거웠
습니다!!!
특히 우리 1조 여장부님들의 적극성은 따라하기가 버거울 정도였습니다^^
그렇지않아도 우리 조장님이 많이 힘드셨을거라 생각했어요 ㅎ
원안 각설이가 통과되었어야하는데 ㅋ
@지금여기 누님과 장화님이 많이 도와주시고 신경써주셔서 힘들지는 않았고요 우리 조원들을 위해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은 좀 했어요^^
희문 형님의 각설이타령도 괜찮
은 아이디어여서 아쉬움은 있었어요~~
@김광우